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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의 익숙함

지난 주말은 온통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화제로 가득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프랜차이즈의 일부로 봤을 때 이 영화의 스토리는 분명히 '완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다 다음 시리즈에 등장할 거대한 슈퍼 빌런의 존재를 쿠키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는 '어벤져스'의 다음 편이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텔레비젼 연속극', 그리고 스핀오프 시리즈의 형태를 복합한 느낌의 새로운 시리즈 진행 방법이다.

  • 조원희
  • 입력 2015.04.30 10:28
  • 수정 2015.06.30 14:12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지난 주말은 온통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대한 화제로 가득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프랜차이즈의 일부로 봤을 때 이 영화의 스토리는 분명히 '완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다 다음 시리즈에 등장할 거대한 슈퍼 빌런의 존재를 쿠키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물리적으로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는 '어벤져스'의 다음 편이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텔레비젼 연속극', 그리고 스핀오프 시리즈의 형태를 복합한 느낌의 새로운 시리즈 진행 방법이다. 영화가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시리즈로 계속되는 데는 두 가지 경향이 있었다. '쏘우' 등 일련의 호러 영화 시리즈나 007 시리즈처럼 비슷한 패턴의 플롯이 반복되는 것, 그리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한 편의 거대한 서사를 나눠서 제공하는 것. '어벤져스'가 속해 있는 시리즈는 그 두 가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아 새롭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 편의 영화 서사가 '완벽한' 마무리를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금기사항이었다. 1985년작 '백 투 더 퓨쳐'의 마지막 장면, '끝'이라는 자막 대신 등장한 '다음 편에 계속'이라는 자막은 하나의 혁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백 투 더 퓨쳐'는 연결되는 스토리일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한편의 플롯 역시 온전하게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관객들의 당혹감은 덜했다. 21세기 들어 '한 편의 긴 서사로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을 '파트 원과 파트 투'의 형식으로 잘라낸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 그리고 '헝거 게임' 등의 시리즈 마지막 편이 두 개로 나뉘었다. 솔직히 관객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최종장을 둘로 나누는 것은 사실상 꾸준히 영화를 봐 온 열혈 팬들에 대한 인질극일 수도 있다. 또는 시리즈가 그대로 끝나는 것을 아쉬워 하는 팬들에 대한 서비스이며 원작의 분량을 줄이지 않으려는 노력이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3부작 이상의 시리즈들이 마지막 편을 두 편으로 늘리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하나의 새로운 마케팅 기술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이미 이것에 익숙해졌고 또 인정하고 있다. 1959년작 '벤허'를 지금 만들었으면 분명히 두 편 이상으로 제작했을 것이다.

마블 영화들은 물론 억지로 늘린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종장과는 다른 케이스다. 원작의 세계관이 워낙 방대하고 평행 우주 등 그 변주도 다양하기 때문에 어떻게 한 편을 시작하고 끝내야 하느냐에 대한 무한대에 가까운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일정한 길이를 지닌 완결된 행위의 모방'이라는 말은 2500여년 전에 작성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나오는 '비극의 정의'다. 여기서의 비극은 '슬픔의 드라마'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드라마' 곧 '정극'과 비슷한 아리스토텔레스식 용어다. 우리가 그동안 봐 왔던 지난 한세기 이상의 할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2시간 안팎의 '일정한 길이'를 지니고 있었고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모든 행위가 완결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것은 할리우드가 산업적 차원에서 엄격하게 지켜온 부분이다. 하지만 이제 할리우드 스토리텔링은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마지막 편 늘리기,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 워즈' 같은 연속 에픽, 혹은 마블 영화같은 복잡한 선형 플롯의 군집체 등의 방식으로 새로워지고 있다. 머지 않아 '비극의 정의'를 지키는 할리우드 영화는 '고전적 스토리텔링'으로 느껴지게 될지도 모른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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