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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도 없이 '성완종 사면 수사' 주문하는 박 대통령

  • 허완
  • 입력 2015.04.29 11:47
  • 수정 2015.04.29 11:53

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차례에 걸친 사면을 “법치의 훼손”으로 규정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검찰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검찰 내부 분위기는 박 대통령의 ‘의지’와는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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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발언은 특별사면도 수사의 주요 테마로 삼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로 들린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면권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고도의 통치행위여서 그 자체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 한 검찰 간부는 “사면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어서 그 행위 자체는 수사가 불가능하다. (대통령을 상대로) 고소·고발이 들어온다면 법률적으로는 각하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정쟁에서나 사용할 이야기를 대통령이 진지하게 말하다니 뜻밖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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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 회장이 1차로 사면받은 2005년의 경우 2002년 대선 및 지방선거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가 처벌받은 기업인들을 모두 사면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과 같이 당시 자유민주연합에 16억원을 제공한 성 전 회장의 사면 배경을 수사하려면, 이회창 후보 쪽에 340억원, 노무현 후보 쪽에 30억원을 준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이 후보 쪽에 이른바 ‘차떼기’로 150억원을 건넨 강유식 엘지그룹 부회장, 역시 이 후보 쪽에 100억원을 제공한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사면받은 배경도 함께 수사해야 할 판국이다.

물론 사면 대상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 주변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면 로비 대가로 돈을 받으면 뇌물죄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평소 ‘관리’ 차원에서 정치권에 돈을 건넸다가 나중에 사면을 부탁했다면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다. 2006년 신정아씨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쪽에서 사면 청탁과 함께 건넨 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났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아무리 대통령이 수사하라고 해도 단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사면 시기가 2005, 2007년인데 (불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수액에 따라 공소시효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뇌물죄는 7년, 알선수재죄는 5년이다.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자기 입으로 말한 ‘리스트 8인’의 혐의 입증도 다수가 어려운 상황인데, 그의 말조차 없는 상태에서 사면 청탁의 대가성을 따지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2007년 특별사면의 결정권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인이 됐다.

또 작은 단서도 없이 막연히 ‘수상하다’는 이유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수사권 남용이다. 그 자체로 표적수사 시비를 부를 뿐 아니라, 뚜렷한 범죄 단서가 없는데 법원이 수사에 필요한 압수수색영장 등을 발부해줄지도 의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점들을 이유로 박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 고위 간부는 “재보선을 앞두고 본인 생각을 밝힌 게 아닌가 싶다.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면 굳이 대국민 메시지로 할 게 아니라 바로 법무부를 통해 지시하면 됐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을 검찰이 마냥 무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사면이 현 단계에서 수사 대상인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프로세스(절차)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은 난감해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이번 수사는 리스트에 기초한 수사다. 그러나 (거기에) 한정된 수사는 아니다”라며 원론적 대답만 했다. 한편에서는 “수사 대상을 한정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힌 수사팀이 성 전 회장 측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면 로비에 관한 진술도 모으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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