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볼티모어 폭동이 '제2의 퍼거슨 사태'로 불리는 이유

  • 허완
  • 입력 2015.04.29 06:06

"그레이의 사망은 이 지역의 산물이다"

25세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에 체포된 지 일주일 만에 가혹행위로 의심되는 척추손상으로 사망하자 그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이러한 견해를 표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언급이 주목되는 것은 방화와 약탈을 동반한 볼티모어 폭동으로 번진 이번 사태를 유발한 백인 경찰관들의 흑인 등 유색인종에 대한 과도한 법집행이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배경을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미국 볼티모어 '프레디 그레이' 장례식 후 대규모 폭동 (사진, 동영상)

백인이 다수인 경찰과 가난과 인종차별에 찌든 흑인 주민들 간의 오래된 긴장이 갈등의 진원이라는 것이다.

Baltimore Riots 2015: Scenes From the Unrest - The New York Times

실제 그레이가 살았던 볼티모어 서부 샌드타운 지역은 경찰과 지역주민 간 긴장이 오랜기간 쌓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주민의 대부분이 흑인이다. 주민의 3분의 1이상이 최저 빈곤층의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4분의 1가량은 직업이 없다고 한다. 상점과 식당, 심지어는 패스트푸드 음식점도 없는 유령과도 같은 도시다.

그런가 하면 메릴랜드 주 감옥에 갇힌 수감자의 절반 이상은 이 곳 샌드타운 출신이다. 한때 이 지역이 도시재개발 실험대상으로 꼽혀 연방과 주의 보조금이 투입됐지만, 전혀 나아진 게 없이 현재의 꼴을 맞았다.

그레이의 삶도 고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여자친구 인 앤젤라 가드너(22)는 WP에 "그레이가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어했으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원했다"고 전했다.

히로인에 중독된 장애인이자 문맹인 어머니를 둔 그레이는 실제 한번도 직업다운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하루종일 샌드타운에서 어슬렁거리며 시간을 때웠다고 한다.

그나마 수입은 집주인과 '납 페인트' 소송을 통해 매달 받았던 화해 보상금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는 지난 주말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마약 등과 관련한 2가지 사건에 연루돼있었다. 그는 평생 10차례 이상 체포됐으며 히로인과 대마초를 팔다 몇 차례 기소되거나 수감된 적도 있다.

그런 그는 체포 당일 경찰을 쳐다본 뒤 도망쳤다는 이유로 체포돼 경찰 차량에 태워졌으며 이 과정에서 척추를 심각히 다쳤다. 그러나 경찰은 응급구조를 요청하지 않았고 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미 언론은 여러 면에서 이번 사건이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공권력 남용으로 인해 전역의 시위를 유발한 퍼거슨 사태와 유사하다며 '제2의 퍼거슨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가난과 마약, 공공투자의 부족 등이 지역민과 경찰 간 신뢰를 침해해왔다며 경찰과 지역민의 자기성찰을 촉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