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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부적절한 5가지 이유

  • 김병철
  • 입력 2015.04.28 15:56
  • 수정 2015.04.28 16:08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마침내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중남미 4개국 순방 뒤 몸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다던 박 대통령이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별다른 예고도 없이 참모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는 여러 이유로 부적절했다.

박 대통령은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한 이날 메시지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늦출 수 없는 사안이라 안타깝지만 국무총리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번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사건의 진위 여부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고, 검찰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국민들의 의혹 사항을 밝혀내기를 바란다”면서 “특검은 현재 진행되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에 국민적 의혹이 남는다면 여야가 합의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①사라진 사과

이날 메시지에서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에 핵심 측근들이 다수 연루된 것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나와 상관 없는 문제로 여긴 것이다.

나와 상관없는 문제로 여기다 보니, 정국을 온통 혼란으로 몰아넣은 이번 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도 없었다. 의혹의 핵심 인물들이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해 대부분 대선 때 자신을 도운 측근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모르쇠로 일관했다.

②이명박과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을 향한 사실상 수사 지시

대신 박 대통령은 “고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고 법치의 훼손과 궁극적으로 나라 경제도 어지럽히면서, 결국 오늘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되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원인을 사면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문제지만, 현직 대통령이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에 노골적으로 수사 항목을 지정해주는 전례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도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③검찰이 아무리 엄정한 결과를 내놔도, 중립성 의심 받게 만들어

이는 아예 대놓고 ‘물타기 수사’ 지침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통령 스스로 만든 것이기도 하다.

④자신은 무관하다는, 여전한 유체이탈 화법

더구나 박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메시지는 지금껏 수없이 많은 비판 받아왔던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박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지금껏 두 차례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태를 ‘과거 정치권 전반의 문제’로 싸잡아 비판했다. 사태의 핵심을 비켜가는 전형적인 ‘물타기식 해법’이다.

“이번에 반드시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 척결을 해서 새로운 정치 개혁을 이뤄 나갈 것”이라거나 “그동안 만연돼 왔던 지연, 학연, 인맥 등의 우리 정치문화 풍토”,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서” 등을 언급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정치권의 어두운 과거’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정작 그 과거 정치의 한복판에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은 쏙 빼놓았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이 자신의 대선자금이나 해외 출장 등과 관련된 것인데도 자신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한 태도다.

⑤유체이탈 논리가 만들어 낸 모순

박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연관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제3자 또는 정치권 전체의 잘못인 것처럼 낙인을 찍어놓고, 자신은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개혁의 주체’로 나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저는 이번 기회에 정쟁과 부패로 얼룩진 정치사를 바로잡아 국민을 위한 정치로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각오만 있을 뿐, 자신이나 내부를 향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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