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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중인 나치 전범 오스카 그뢰닝이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뺨에 키스하다(사진)

  • 김도훈
  • 입력 2015.04.28 11:45
  • 수정 2015.04.28 11:50

"선은 절대 분노로부터 오지 않는다. 호의는 언제나 분노를 이긴다."

이것은 81세의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에바 모제스 쾨르가 나치 전범인 아우슈비츠 경비원 오스카 그뢰닝에게 키스를 받은 뒤 한 말이다.

오스카 그뢰닝은 아우슈비츠에서 30만 명의 학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그는 이미 수천 명을 가스실로 보냈다고 실토한 상태다.

아우슈비츠에서 끔찍한 인체 실험 대상으로 고통을 겪은 쾨르는 지난주 그뢰닝의 재판에 증언자로 나갔다. 그녀가 재판정에 있는 그뢰닝에게 다가갔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감을 받아들임으로써 인간다운 품위를 보여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뢰닝의 반응은, 코르를 비롯한 재판정의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는 쾨르의 뺨에 키스를 한 뒤 그녀를 껴안았던 것이다.

이스라엘 타임즈에 따르면 이번 재판을 위해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독일까지 간 쾨르는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이건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두 인간이 교감을 하는 순간에 벌어지는 그런 일이다. 그는 나를 좋아한다. 그래서 뭐 어떤가? 나는 나치 전범의 키스를 내 뺨에 간직한 채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난 금요일, 쾨르는 페이스북에 그와 그뢰닝이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이 이미지에 긴 캡션을 달았다.

"나도 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진 때문에 저를 비난할 거라는 사실을. 그러라지 뭐. 이건 학살이 벌어진 70년 후에 만난 두 인간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왜 선의의 제스츄어를 분노 때문에 거부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쾨르는 그뢰닝이 홀로코스트에서 벌인 짓들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는 신념은 여전히 버리지 않았다. "그는 거대한 살인 기계의 작은 나사였다. 그리고 기계는 작은 나사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쾨르는 그뢰닝을 용서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희생자들과 악마들이 함께 "진실을 마주하고, 치유하고,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함께 싸워야한다"고 말한다.

Today after the afternoon session of the court, I went up to Oskar Groening. He wanted to stand up. I said, "Please don'...

Posted by Eva Mozes Kor on Thursday, April 23, 2015

그뢰닝은 이날 공판에서 "나 역시 '도덕적' 공범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진술했으며, "용서를 구한다. 형사적 유죄 여부 판단은 여러분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유죄가 판결되면 그뢰닝은 3년에서 15년의 형기를 살게 된다.

그뢰닝은 홀로코스트에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 온 소수의 나치 전범 중 한 명이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사람들'을 닥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Former Nazi Guard Oskar Groening Kisses Holocaust Survivor Eva Kor During His Trial을 번역, 가공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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