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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기부천사'를 위한 조언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을 체득하는 과정이 유머스럽게 펼쳐져 있고 비싼 회비와 거창한 기구가 아닌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방법과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식스 팩과 말벅지를 목표로 하는 책이 아니다. 식당에서조차 벽이 있는 자리를 선호해서 툭하면 벽에 기대는 당신에게 식스 팩보다 급한 것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 박균호
  • 입력 2015.04.29 06:18
  • 수정 2015.06.29 14:12

[잡식성 책장]<이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내가 운동회에서 처음 달리기로 1등을 해본 것은 불혹이 넘어서였다. 직원단합대회에서 뱃살이 출렁거리는 중장년 라이벌 3명을 제치고 1등으로 골인했는데 나보다 아내가 더 감격한 나머지 처가식구과 딸아이에게 '너희 아빠가 달리기에서 1등을 했단다'라고 자랑을 했다. 불혹이 넘어서 달리기에서 1등을 했다고 칭찬을 받은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운동신경이라고는 털끝만큼이라도 타고나지 못한 나는 초등학교시절부터 운동회와 체육 시간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외동아들의 운동회를 구경한답시고 온갖 간식거리를 챙겨 들고 학교를 찾은 어머니는 달리기에서 꼴찌를 하는 아들의 모습만 안타깝게 구경했을 뿐이었다.

극심한 체육공포증 환자였던 내가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것이 20대 후반에 시작한 테니스였는데 모두 합쳐서 5년 동안 개인레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구력 1년의 초보에게 '테니스는 이렇게 해야 합니다'라며 훈계를 받는 처지를 면치 못했다. 테니스 경력 10년이 넘도록 '초보'에 머물렀고 게임파트너에게 듣는 잔소리가 아내의 그것보다 훨씬 많게 되었을 때 나는 '몸짱'이 되기로 결심했다.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공놀이'보다 무던하게 혼자 운동해서 근육이나 키우자는 게 취지였다.

시작은 화려했다. 헬스클럽의 명사 즉 근육맨들이 자랑스럽게 사용하는 장비는 모두 최고급으로 장만했고, 좋다는 보충제는 다 섭렵했다. 12주만 따라하면 누구나 근육만이 된다는 책도 읽었다. 그런데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수도승의 수십년 수련에 못지않은 끈기와 인내 그리고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고 일단 엉덩이를 기구에 한번 붙이면 오롯이 자신 개인 소유의 기구로 생각하는 헬스장 터줏대감들의 횡포에도 짜증이 났다.

나는 '기부천사'가 되었다. 즉 회비는 1년치를 선납했지만 헬스클럽에는 도통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유령회원말이다. 아주라씨가 주축이 된 프로젝트 '피톨로지'의 작품 <이것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는 누구나 몸짱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유혹하는 제목과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로 가득한 내용이 아니어서 일단 '태생적 운동 능력 결핍증' 환자인 내게도 친근하다.

프랑스 유학에서 실패에 몰래 귀국했고, 독거생활을 하던 아주라씨가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을 체득하는 과정이 유머스럽게 펼쳐져 있고 비싼 회비와 거창한 기구가 아닌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방법과 식이요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식스 팩과 말벅지를 목표로 하는 책이 아니다. 식당에서조차 벽이 있는 자리를 선호해서 툭하면 벽에 기대는 당신에게 식스팩보다 급한 것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그러니까 헬스장 끊어 놓고 근처도 못가는 '기부 천사'를 위한 책이며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살기 위한 최소한의 운동'은 거창하거나 낯설지 않다.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핫한 다리운동이자 전신운동인 '쪼그려 앉기', 심장과 폐의 강화, 근력과 체지방 감소에 가장 빠른 효과를 보여주는 '버피', 맨몸운동의 진수인 '푸시업', 꿀 복근과 꿀 허리를 위한 특급 처방인 '플랭크'가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운동이다.

이 책을 읽고 직접 가장 친숙한 '쪼그려 앉기' 운동을 해봤다. 책에 나오는 사진자료는 올바른 자세와 틀린 자세를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데 올바른 자세를 지켜가면서 단 10분간 아침 저녁으로 해봤는데 이게 생각만큼 단순하지도, 허접한 운동이 아니었다. 격렬하기 이를 데 없는 테니스 레슨을 하고 나서 느끼는 허리가 꼿꼿해지는 효과나 금방 나타났다. 생활 속에서 '나 운동하는 남자야'라는 마인드와 함께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르게 하려는 신호가 오는 좋은 운동방법이라는 것이 실감되었다.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아서 굳이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되니 더욱 편리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좀 더 체계적이고 특히 저질체력이거나 노약자를 위한 운동 방법도 따로 설명해주는 친절함을 발휘한다. 그리고 값비싼 보충제가 아닌 생활 속의 음식과 식생활을 어떻게 먹으면 살기 위한 최소한의 체력을 갖추게 해주는지에 대한 자상함도 발휘했다. 뭔가 특별한 운동방법이나 마법의 비법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필자가 보기에도 조금 더 다양한 운동방법이 소개되었으면 더 좋았겠다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재기발랄한 아주라 씨의 유머스러운 쫄깃한 글은 이 책을 운동에 관한 책이 아니고 한편의 코미디 대본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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