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먼이 패션을 말하다

  • Ahmad Khan
  • 입력 2015.04.28 10:44
  • 수정 2015.06.28 14:12

나는 패션계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성장기에는 옷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늘 운동복 차림이었다. 그런데 2006년 우연히 패션에 대한 내 관심과 내 스타일을 이해하는 블로그를 발견하게 됐다.

그건 아주 간단하게 사진만으로 구성된 블로그였는데, 뉴욕 사람 중에 가장 패션 센스가 좋은 사람들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브랜드도 없고, 상업적 이득을 위한 것도 아닌, 단지 디자인과 미학적 감각을 묘사하는 블로그였다. 블로그에 묘사된 패션은 콧대 높은 부류가 지향하는 런웨이나 오트 쿠튀르 복장이 아니라 온전한 자기 스타일의 표현처럼 보였다. 그리고 나는 수년 동안 이 사진작가의 작품을 주목했다.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웹사이트 이름이 다였다.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

몇 년이 지나면서 나는 그 사이트에 등장한 사람들의 스타일을 모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 능력 되는 대로 정장에 가까운 복장을 했고, 하이 패션에 대한 궁금증에서가 아니라 내 개인적인 요소를 패션에 접목시키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와 웹사이트를 찾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카메라 뒤의 주인공 이름이 스콧 슈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패션 세계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던 나는 그를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세상은 참으로 희한하다.

누구의 소개도 없이 나는 슈먼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그의 비서가 답장을 보냈다. 솔직히 내 패션 감각을 불 지핀 사람의 사무실에 1주일도 안 되어 방문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전체적인 패션계에 대한 질문, 컴퓨터를 통해 패션에 접근하는 우리 사회에 대해 패션계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준비했다. 일반인에게 패션이라는 단어는, 패션이라는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디서 감명을 받으며 어떻게 그런 감명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대게 패션이라는 단어로부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카니예 웨스트를 떠올리며, 뭔가 괴상한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영감의 정의

내 시야에 포착된 사람과 그에 대한 그림을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난 사람의 스타일을 보고 그를 평가하지는 않는다. 난 일관적인 면을 좋아하고, 그런 성향이 사진에 나타난다. 포토그래퍼에게 좋은 대상이 되려면 자세가 중요하다. 훌륭한 포즈를 지닌 사람은 촬영하기 쉽다. 사람들의 움직임과 대화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그리고 헤어 스타일이 멋있거나 옷 스타일이 좋으면 그를 촬영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만약에 어색한 포즈가 나오면 편하게 대화를 나누게 하다가 그에게 손을 얹고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왜냐면. 이젠 편한 자세가 됐기 때문이다.

런웨이 패션과 일상적 스타일

런웨이를 잘 보라. 디자이너들은 다 유명한 아티스트다. 색채 조합과 장르 복합, 이제까지 상상못한 다양한 질감과 촉감을 조화시키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졌다. 예를 들어 두꺼운 외투 속에 봄 드레스를 입히는 그런 창의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런데 순간순간 추상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와, 저 색채 좀 봐. 난 저런 조합은 상상하지 못했는데...그런 방식으로 영감을 받는다. 디자이너들은 색채 등을 섞어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도사다. 물론 런웨이에 오른 옷은 실제로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라며 트집을 잡는 사람들도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냥 훌륭한 런웨이 쇼를 즐기라고 한다. 거기서 소개되는 복장을 구입할 형편이 되든 안 되든 말이다. 미술관처럼 생각해보자. 그림을 살 형편이 안 된다고 그런 그림을 통해 감동을 받을 수 없는 건 아니다.

패션과 사회계층

패션을 움직이는 것은 중산층이다. 난 진짜 서부 중산층 토박이 출신이다. 젊은 나이에 내 열정이 뭔지를 발견했고 패션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패션을 이용해 사회계층에 대한 관념을 바꿀 수 있었고,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었다.

문화와 스타일

프랑스인들은 매우 원초적이어서 자기가 입고 싶은 대로 입는다. 일본 사람들은 옷을 통해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지능적으로 표현한다. 이탈리아 여성은 완벽하지 않지만 단정하고 올바른 차림을 한다. 라틴계 여성들은 재미있고 관능적이다. 조금 웃기고 약간 미쳤지만 매우 섹시하다. 지역마다 독특한 면이 있다.

성공이 어떻게 당신을 변화시켰는지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뉴욕 말고 다른 나라로 나가서 촬영을 할 만한 돈이 없었다."

스타일리시한 뉴요커들을 사진에 담겠다는 단순한 열정에서 시작한 스콧 슈먼은, 이젠 패션계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갭, 네스프레소, DKNY 같은 회사의 홍보 촬영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자기의 블로그에 아직도 충실하다. 처음으로 블로그를 열었던 10주년을 기념하며 스콧 슈먼은 현재 'X'라는 세 번째 사진집을 준비 중이다.

만약 당신이 아직도 사토리얼리스트를 모른다면 그의 홈페이지(클릭!)로 들어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당당한 사람들의 사진을 감상하시길.

*이 블로그는 허핑턴포스트US의 A Conversation On Fashion, Inspiration, and Life With The Sartorialist, Scott Schuman를 번역, 가공한 글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