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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볼티모어 '프레디 그레이' 장례식 후 대규모 폭동 (사진, 동영상)

  • 허완
  • 입력 2015.04.28 10:45
  • 수정 2015.04.29 05:45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구금 중 사망한 흑인 프레디 그레이(25)의 장례식이 열린 27일(현지시간)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져 방화와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졌다.

메릴랜드 주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일시 휴교령과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단행했으나 폭동 양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수습에 나섰음에도 흑인을 겨냥한 경찰 폭력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는 분위기다.

A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이날 폭력 사태는 볼티모어의 뉴 실로 침례교회에서 열린 그레이의 장례식이 끝난 지 몇 시간 뒤 시작됐다.

경찰 폭력에 항의하면서 '사법정의'를 외치던 시위대는 곤봉과 헬멧, 방패 등으로 무장하고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을 빚자 돌멩이와 벽돌 등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15명의 경찰관이 다쳐 이 중 2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이들은 뼈가 부러졌거나, 혼수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시위대는 주류 판매점 등의 상점과 현금인출기 등을 약탈하고 경찰차를 부쉈으며, 진화 작업에 나선 소방차 호스를 두 차례나 자르는 등 난동을 피웠다.

볼티모어 동부의 시니어센터 빌딩 신축 공사 현장에서도 큰 불이 났으나 시위대가 불을 지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흑인 젊은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배낭식 가방을 메고 카키색 바지 차림으로 시위대열에 합류했다.

폭력 사태는 고등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점에 통학생들을 위한 버스 정류장에서 주로 일어났다.

볼티모어 경찰은 최루가스를 뿌리고 최소 27명의 시위대를 체포하며 진압을 시도했다.

그럼에도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메릴랜드 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주 방위군 5천명을 동원키로 하고, 이 중 1천500명을 우선 현장에 투입했다.

주 경찰도 5천명을 볼티모어로 집결시켜 폭동 진압에 애를 먹는 볼티모어 경찰을 돕기로 했다.

볼티모어시는 28일 시내 공립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휴교령을 내리고, 이날부터 일주일간 오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금지 조치도 시행한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미국의 첫 흑인여성 법무장관 로레타 린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볼티모어 사태를 즉각 보고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스테파니 롤링스-블레이크 볼티모어 시장과의 통화에서 연방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했다.

린치 장관은 성명을 내 "모든 볼티모어 시민이 비폭력 원칙을 준수하기를 강하게 촉구한다"며 "경찰관을 다치게 하고 볼티모어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부 시민의 무분별한 폭력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지난해 8월 미주리주의 소도시 퍼거슨에서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백인 경관의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대규모 폭동이 벌어진 이후 미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시위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미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경기가 취소되고 지하철역이 폐쇄되는 등 폭력 시위의 후유증이 심각해지자 그레이의 가족도 우려를 표명했다.

그레이의 가족 변호사 빌리 머피는 "가족들이 폭력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폭력으로 얼룩지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장례식에는 그레이의 가족과 지역 주민 등 수천 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뉴욕에서 백인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진 에릭 가너의 딸 에리카 가너(24)도 참석해 그레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오바마 대통령도 브로데릭 존슨 비서관 등 백악관 직원 3명을 보내 애도를 표시했다.

가너는 그레이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우리 사회에는 책임감도, 정의도 없는 것 같다"면서 "마치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활동하던 1950년대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장례식은 두 시간 가량 진행됐다. 관속에 누은 그레이의 시신 위에는 흰 베개가 올려져 있었으며 스크린에는 그의 사진과 함께 "흑인들의 목숨도 소중하다. 모든 생명은 중요하다"는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참가자들은 장례식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모여들었고 두 시간 전에는 길게 줄을 선 모습도 보였다.

볼티모어 시내에서 경찰에게 붙잡힌 그레이는 체포 과정에서 심하게 다쳤으며 체포 1주일 만인 지난 19일 병원에서 숨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그레이는 체포 당시 여러 차례 응급조치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차로 30분 동안 그를 이송한 뒤에야 응급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송 과정에서 3번 정차하기도 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장례식 전날에도 2천여 명의 시위대가 볼티모어 시청 앞에서 집회를 한 뒤 시내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폭력사태가 발생해 34명이 체포됐다.

볼티모어 경찰은 이번 사건에 불만을 품은 폭력집단이 경찰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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