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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추락하는 4가지 이유

Chan Gunsoku) = 장근ì[張根碩](Jang Keun-suk, Jang Geun-suk, Chang KÅ­nsŏk)YouTube: extended Suntory TV CMYouTube: Take Care, My Bus (부탁해, Japanese subtitles)" data-caption="• チャングンソク(Chan Gunsoku) = 장근ì[張根碩](Jang Keun-suk, Jang Geun-suk, Chang KÅ­nsŏk)YouTube: extended Suntory TV CMYouTube: Take Care, My Bus (부탁해, Japanese subtitles)" data-credit="Nemo's great uncle/Flickr">

5년 전 한창 취기가 올랐던 막걸리가 근래 좀체 맥을 못 추고 있다. 2009년부터 막걸리 바람이 불어 2011년 생산량과 매출액, 수출액에서 모두 역사상 최대치를 찍은 막걸리가 2012년 이후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출고량은 2011년 45만8198㎘에서 2013년 42만6216㎘로, 출고액도 2011년 5097억원에서 2013년 4738억원으로 각각 7% 줄어들었다. 수출량은 2011년 4만3082㎘에서 2014년 1만5470㎘로, 수출액은 5273만달러에서 2014년 1535만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물론 한 해 막걸리 출고량이 20만㎘ 미만, 출고액 2000억원 미만이었던 2008년 이전과 비교하면 현재 출고량과 출고액 모두 2배 수준으로 올라가 있다. 문제는 제조장이 전국 900곳에 이르고, 아직 전체 술시장에서 막걸리 매출 비중이 5~6%여서 성장 잠재력이 큰데도 오히려 시장 규모는 작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난 몇 년 동안 자유무역협정으로 외국산 포도주와 맥주가 홍수처럼 밀려들었고, 최근엔 소공장 맥주와 에일 맥주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해 막걸리의 영토를 잠식하고 있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만드는 막걸리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들은 막걸리가 2011년 이후의 정체에서 벗어나려면 세 가지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입 쌀의 사용 △아스파탐 등 감미료의 사용 △플라스틱병의 사용이다. 사실상 이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은 막걸리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여기에 막걸리 양조장들의 고민이 있다.

국내산 쌀 대 수입 쌀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수입 쌀의 사용이다. 국내 최대 막걸리 업체인 서울탁주제조의 최다 판매 상품인 장수생막걸리는 대부분 수입 쌀로 만들어진다. 장막걸리 등 고급 막걸리 제품을 포함해도 서울탁주제조의 수입 쌀 사용 비율은 80%를 넘는다. 부산·인천·대구·제주·광주 등지 ‘탁주제조’ 회사들의 수입 쌀 사용 비중은 90% 이상이다. 그나마 매출 10위 안에서는 국순당의 국내산 쌀 사용 비율(70%가량)이 가장 높다.

수입 쌀의 사용 비율이 높은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막걸리 제조에 사용되는 2010~2012년 국내산 쌀 가격은 40㎏에 6만3700~8만1900원으로 수입 쌀(2만2090~2만8200원)의 2.3~3.7배에 이른다. 막걸리 제조비용에서 쌀값의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국내산 쌀의 사용은 곧바로 막걸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막걸리가 좋은 술로 인정받으려면 원료의 고유성과 지역성이 필수 요소라고 지적한다.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은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주는 반드시 보르도산 포도를 사용해야 하며, 일본의 청주(사케)는 반드시 일본산 쌀을 사용해야 한다. 수입 쌀을 쓰는 막걸리는 정체성이나 스타일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막걸리 업체들은 프리미엄(고급) 막걸리를 중심으로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있다. 국순당은 전체 13개 막걸리 가운데 11개를 국내산 쌀로 빚고, 형제 회사인 배상면주가는 3개 막걸리를 모두 국내산 쌀로 만든다. 최근 주목받는 소규모 양조장들은 대부분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그 비중은 작다. 서울탁주는 80%가 수입 쌀이지만, 장막걸리·이프 같은 고급 막걸리엔 국내산 쌀을 쓴다.

무감미료 대 아스파탐

막걸리의 맛에서 가장 치명적인 요소는 아스파탐 같은 감미료로 맛을 낸다는 점이다. 아스파탐은 한때 유해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식약처가 안전성을 인정한 식품 첨가물이다. 그러나 유해하지는 않더라도 아스파탐이 개성있고 다양한 막걸리의 생산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미료로 낸 맛을 막걸리의 맛이라고 하기 어렵고, 아스파탐이 모든 막걸리 맛을 비슷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반론도 있다. 남도희 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아스파탐 사용은 양조장에서 나오는 막걸리의 맛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가장 싸고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대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단맛에 길들여져왔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탁주의 이창용 대리는 “현대 한국인들은 아스파탐을 쓰지 않은 전통 막걸리를 마시기 어려울 것이다. 소량의 전통 누룩을 사용해도, 술에서 곰팡내가 난다는 불만이 제기될 정도”라고 말했다.

조효진 수수보리아카데미 주임교수는 “값싼 수입 쌀조차도 가능한 한 적게 쓰고 또 빨리 만들면서 단맛을 내려면 아스파탐 말고는 방법이 없다. 좋은 쌀을 많이 쓰고 천천히 발효시키면 아스파탐 없이도 얼마든지 단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막걸리는 아주 드물다. 대공장 막걸리로는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 소공장 막걸리로는 ‘송명섭 막걸리’가 유명하다. 국순당의 ‘옛날 막걸리 고’는 아스파탐을 쓰지 않지만, 대신 과당을 넣는다.

유리병 대 플라스틱병

용기가 플라스틱병이라는 점도 오랜 논란을 일으켜왔다. 플라스틱병이 가진 반건강성, 반환경적 측면은 물론이고, ‘품위’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플라스틱 막걸리 병의 디자인은 나름 보편성을 획득했으나, 플라스틱 재질과 지나치게 큰 용량(750㎖)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플라스틱병을 사용하는 이유 역시 비용 문제다. 대한탁약주제조중앙회에 따르면, 750㎖ 플라스틱병 가격은 125원인데, 더 작은 500㎖ 유리병 가격은 750원으로 6배에 이른다. 일반 막걸리 한 병에 1천원 남짓이라 유리병 사용은 꿈도 꿀 수 없다. 병을 재활용하면 유리병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막걸리의 판매 규모가 작고 대다수 양조장이 소규모라서 쉽지 않은 일이다. 살균 막걸리와 달리 생막걸리는 유통 중에도 계속 발효가 이뤄져 밀폐된 병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탁약주중앙회와 막걸리협회는 새로운 막걸리 병과 잔을 5~10월 공모할 예정이다. 유리병 사용, 병과 잔의 크기를 줄이는 것, 새로운 디자인 등이 주요 과제다.

2천원대의 가격 대 1천원대의 가격

전문가들과 업계는 이러한 세 가지 걸림돌이 결국엔 1천원 남짓한 막걸리 가격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국내산 쌀을 쓰거나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도 맛을 낼 만큼 충분한 양의 쌀을 쓰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려면 막걸리 한 병에 적어도 2천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순당의 ‘옛날 막걸리 고’와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막걸리’가 2500원 안팎이라는 점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이 막걸리조차 유리병에 담으면 당장 3천원대로 가격이 뛴다.

업계는 막걸리 가격을 쉽사리 올릴 수 없다고 토로한다. 신미화 탁약주중앙회 부장은 “술 한 병에 1천원은 아주 싼 것이지만, 막걸리 시장은 가격에 민감하다. ‘낮은 품질의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들이 선택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국순당 고봉한 팀장도 “소매가 2천원대의 ‘옛날 막걸리 고’를 내놨는데, 아직까지 음식점·술집보다는 가정용으로 많이 팔린다. 여전히 막걸리는 싼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이사는 “맥주는 수입 맥주에서 에일 맥주, 소공장(하우스) 맥주까지 발전했다. 소비자들은 좋은 술을 찾아다니는데 오히려 막걸리 제조자들이 1천원짜리 싸구려 술을 고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효진 주임교수는 “소규모 양조장들이 싼 원료로 싼 술을 만들다 보니 기술 개발도 품질 개선도 안 된다. 국내산 술은 저가 시장에만 머무르고 중고가 시장은 외국산 술에 다 내줄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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