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아무개(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최근 조사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주말 윤 전 부사장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자금으로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건넨 과정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이듬해로 예정된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을 목적으로 당대표 경선에 나선 홍 지사에게 이 돈을 건네라고 한 것인지, 홍 지사 쪽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성 전 회장이 먼저 지시한 것인지 등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은 최근 홍 지사 측근들에게서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말해달라”, “돈을 캠프 살림에 썼다고 말하면 안되겠냐”는 등 이 돈의 ‘성격’과 관련해 회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성 전 회장한테서 받은 1억원을 들고가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8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언급을 자제한채 웃으며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팀은 윤 전 부사장을 조만간 검찰청으로 정식 소환해 1억원의 전달 과정, 홍 지사 측근의 회유 내용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서 검찰은 홍 지사에게 1억원이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2011년 5~6월께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경남기업에서 인출된 사실을 자원외교 비리 수사 과정에서 확인했다. 또 회사 자금을 담당했던 한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서 “당시 1억원을 윤 전 부사장에게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자금 출처가 규명되고 전달자 진술도 확보된 셈이어서 홍 지사 소환조사는 사실상 일정 조율만 남겨 놓은 상태가 됐다.
다만 검찰은 현직 지사를 여러 차례 소환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판단 아래 관련 진술과 증거를 탄탄하게 다지고, 당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 쪽 캠프 관계자까지 먼저 조사한 뒤 다음달 초께 홍 지사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홍 지사는 ‘리스트 8인’ 가운데 1번 소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은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홍 지사가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 지사에 대해서는 돈 수수 여부뿐 아니라 그의 측근들에 의한 윤 전 부사장 회유 의혹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홍 지사는 이날 청사에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언론에 사냥감이 된 지 보름이 넘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허위 보도들이 있었나”라고 했다. 또 “이제는 수사에 차분히 대응할 때”라고 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현함과 동시에 자신의 소환조사가 임박했음을 의식한 발언으로 들린다.
수사팀은 이번주에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증거인멸 및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한 진술과 증거 자료를 최대한 확보한 뒤 리스트 인물 주변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많은 수의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수시로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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