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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대통령은 어디에?

박 대통령은 '여성'대통령에게 쏟아졌던 기대와 환호를 철저히 배신했을 뿐 아니라 '여성성'을 가장 나쁜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걸핏하면 흘리는 눈물, 성완종 사태에 대한 링거 대응 등이 그 예다. 전자가 여성 특유의 눈물을 무기 삼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면, 후자는 몸이 아픈 여성을 괴롭히는 건 차마 못할 일이라는 메시지다. 심지어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이틀째 실시간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 이태경
  • 입력 2015.04.28 07:39
  • 수정 2015.06.28 14:12
ⓒ연합뉴스

정치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가 '여성'이라는 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남성에 비해 여전히 낮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조금이라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이 적지 않은 여성 유권자들에게 있었다. 흔히 '여성'이 '남성'에 비해 낫다고 평가되는 포용력이나 소통능력, 공감능력 등에 대한 기대도 컸다.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포용력이나 소통능력, 공감능력 면에서 바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컸다.

이제는 누구나 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사회적으로는 어떤 남성보다도 남성적이다. 물론 여기서의 '남성적'은 나쁜 의미다. 여성 대통령이 출현했지만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세월호 사태가 압축적으로 보여주듯이 박 대통령의 포용력, 소통능력, 공감능력은 도대체 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수준이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열광은 산산조각이 났다.

여성이나 유색인종, 장애인(대한민국 같은 경우 전라도 사람도 사회적 소수자에 포함된다) 등의 사회적 소수자에게는 일종의 낙인효과가 항상 따라다닌다. 여성이나 유색인종이나 장애인이나 전라도 사람도 당연히 실수를 하고 잘못을 한다. 남성이나 백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경상도 사람이 실수나 잘못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유독 여성 등의 사회적 소수자가 범한 잘못이나 실수는 그 잘못이나 실수를 범한 개인이 아닌 집단전체의 잘못이나 실수로 치환되고 일반화된다. "여자는 어쩔 수 없어", "역시 유색인종은 열등해", "전라도 사람들은 왜 그래" 같은 근거도 없고 내용도 없는 말들을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듣는데 이게 낙인효과다. 사회적 소수자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낙인효과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쉽사리 없어지지도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여성'대통령 박근혜의 완벽한 실패는 다양한 방면에서 리더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성'대통령에게 쏟아졌던 기대와 환호를 철저히 배신했을 뿐 아니라 '여성성'을 가장 나쁜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걸핏하면 흘리는 눈물(2014년 정치 짤방 10선, '어게인 2012', '눈물의 속임'은 다시 시작되는가, 박근혜 눈물 글썽이며 지지 호소), 성완종 사태에 대한 링거 대응 등이 그 예다. 전자가 여성 특유의 눈물을 무기 삼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면, 후자는 몸이 아픈 여성을 괴롭히는 건 차마 못할 일이라는 메시지다. 심지어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이틀째 실시간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 "박 대통령 건강 안 좋다" 연일 공개 브리핑, 왜?)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대통령이라는 자산을 이미 탕진했다. 박 대통령은 '여성성'을 철저히 정치공학의 재료로만 사용하고 있다. 그게 언제까지 먹힐지 의문이다. 짙은 화장으로 민낯을 영원히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 미디어오늘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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