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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27일 12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5월 03일 14시 12분 KST

[허핑턴 인터뷰] 태원준: 엄마와 떠난 세계여행 525일

2012년 30살 아들은 엄마와 배낭여행을 떠났다. 가이드가 안내하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자는 자유여행이었다.

처음에 아들은 한 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는 예상외로 여행을 즐겼고, 중국에서 시작한 그들의 여행은 중동-유럽을 거쳐 300일 후에야 끝났다.

몇 달짜리 여행이 세계여행이 된 것이다.

매일 블로그에 여행 소식을 남겼던 아들은 엄마와 함께한 1년을 책 두 권으로 정리했고, 책 <엄마, 일단 가고봅시다!>,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이른바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랐다.

노희경 작가가 "엄마와 세계일주라니...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부러움이 일었다"고 말한 태원준-한동익 모자의 이야기다. 300일 동안 50개국 100여 도시를 방문한 그들의 유라시아 여행기는 아래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이런 그들이 최근 중남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엔 215일(약 7개월)동안 중미 최북단 멕시코에서 남미 최남단(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까지 훑었다.

지난 13일 여행작가 태원준을 만났다. 그들의 여행기는 여러차례 방송에서 소개되었고, 중남미 여행도 올 가을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와 여행 스타일에 대해 더 물었다. 그와 나는 대학 과, 동아리 동기다.

1. 유라시아 2012년 2월 ~ 2013년 4월 / 300일

300일간의 유라시아 여행기 총정리

2. 대만 2014년 5월 / 10일

3. 중남미 2014년 8월 ~ 2015년 4월 / 215일

- 여행 전에 어떤 아들이었나.

= 나는 엄마랑 원래 친했다. 막내아들이지 않나. 누나가 전형적인 첫째처럼 책임감, 독립심이 강하고, 나는 철없고 사고치고 다니는 아들이었다. 엄마가 맨날 그랬다. 누나가 아들 같고, 내가 딸 같다고. 그래서 엄마를 모시고 간 거지 갑자기 무뚝뚝한 아들이 엄마랑 갔겠나.

- 엄마랑 세계여행을 가면 어떤 얘기를 하게 되나.

= (계속 같이 있다 보니) 서로 물어보지 않을 것들을 물어보고 이야기하게 된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와 연애 이야기 같은 거.

여행하다 보면 엄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 있다. 조금 낙후된 나라의 시장 같은 데 가면 "엄마 어릴 때는 할머니랑 이런 곳에서 팔고 그랬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 엄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나.

= 내성적이고 절대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분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굉장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셨다. 30년 동안 가게에만 계셨는데, 엄마가 노래하고 춤추는 걸 본 적이 있겠나.

특히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제일 충격적이었다. 배낭여행이었고, 혼성 도미토리에서 자는 게 처음엔 걱정스러웠다.

젊은 친구들도 "여기서 어떻게 자" 하기도 하니까. 엄마 또래도 없고, 우리나라 사람도 없다. 게다가 별의 별놈이 다 있지 않은가. 소란 피우고.

그런데 엄마는 "내가 언제 이런 다양한 나라 애들과 한 곳에서 자겠어"라고 했다. 한국말로 막 물어보고, 주방이 있으면 음식을 해서 나눠주고 그랬다.

난 엄마가 수줍음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걸 보고 "엄마는 원래 이 체질이구나. 내 피가 엄마 피였구나."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동안 드러내지 않았던 거다.(웃음)

- 여행 후엔 어떤 아들이 된 것 같나.

= 원래 좋았으니까 사이가 더 돈독해지고 그런 건 아니고, 공유할 추억이 많아졌다. 525일 동안 남미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겠냐. 여행 방송만 봐도 "우리 저기서 뭐했는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 책이 잘 됐다. 중남미 여행책도 나오나.

= 계약은 된 상태니깐. 빠르면 가을에 나오지 않을까 싶다.

- 책을 쓸 생각을 하고 간 건가.

= 전혀, 0.00001%도 없었다. 편집자가 누나다보니깐 "기획 정말 잘하셨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쓸 생각도 아니었고, 일단 긴 여행을 생각하고 간 게 아니었다.

- 처음에 얼마를 들고 떠났나.

= 처음 내 수중에 있던 건 700만원이었다. 정해진 건 없었고, 엄마가 힘들어하면 언제든 돌아오려고 했다. 그러다가 길어지면서 모두 2천 몇백만원 정도 든 것 같다.

- 대개 부모님과 여행을 가면 가이드 역할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 기본적으로 내 여행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가는 거다. 내 마음대로 술 먹고 친구를 만날 수는 없다.

그런데 엄마는 너무 재밌어했다. 중국 여행한지 보름도 안됐는데 얼굴이 정말 좋아졌다. 내가 좀 불편해도 자식으로서 부모님이 즐거워하는 걸 보면 좋지 않은가.

처음엔 굉장히 긴장했다. 엄마 몸이 아프거나, 잃어버리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내가 가본 곳(중국, 동남아)만 다녔다. 그런데 정말 좋아하셨다. "이제 우리 어디 가니"라고 묻고. 풍경이 달라지니까 특히 나라가 바뀌면 더 좋아하셨다.

-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여행스타일이 안 맞으면 더욱 힘들다. 가족, 특히 부모님이라면 더 그럴 수 있지 않나.

= 초반엔 힘들었다. 서로 기대하는 게 다르고, 그게 스트레스가 되니까. 자식은 부모를 잘 챙겨야 한다는 압박감, 부모는 자식을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부담감이 있다.

약간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에서 자기가 원하는 거랑 조금씩 틀어지면 싸움이 난다. 그건 연인이든 어떤 관계든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진다. 그리고 한 곳에 조금 오래 있으면 더 좋다. 새로운 곳에 가면 처음엔 불안하지만 3~4일 있으면 내 집 앞 같이 편해진다.

"부모님과 여행 가는데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최대한 여유 있게 월화수목금 휴가를 쓰라고 권한다. 3박4일은 일단 시간에 쫓긴다. 여행이 길어질수록 서로 편해진다.

- 사진을 많이 찍는데 삼각대, 렌즈를 다 들고 다니나.

= 줌 렌즈 하나, 광각 렌즈 하나만 가져간다. 나는 렌즈 캡을 안 쓴다. 그리고 항상 카메라를 켜둔다. 요즘 DSLR은 절전기능이 있어서 1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지고, 셔터를 누르면 바로 찍힌다.

카메라를 목에 걸지 않고 핸드스트랩으로 항상 손에 쥐고 다닌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먹는 예쁜 아이를 발견하면 난 바로 셔터를 누른다. 카메라 켜고 캡 빼고 찍으려고 하면 이미 끝난다.

그의 오른 손엔 항상 카메라가 있다.

Tai Wonjune, Travel Writer from spaceneedle on Vimeo.

- 사진이 많을 텐데 어떻게 관리하나.

= 노트북에 매일 백업을 한다. DSLR에 날짜 별로 폴더를 만드는 기능이 있어서 옮기기만 하면 된다.

대신 가방을 털릴 수도 있으니깐 외장하드, 노트북, USB(64GB)에 삼중 백업을 한다. USB와 외장하드는 절대 다른 곳에 보관한다.

이번에 칠레에서 USB와 노트북이 들어간 보조가방을 털렸는데, 다행히 외장하드는 큰 가방에 있어서 사진을 잃어버리진 않았다.

- 블로그는 매일 썼나.

= 매일 밤 썼다. 유라시아, 남미 여행 합쳐서 525일 동안 썼다. 내가 좀 완벽주의가 있어서 그날 일정, 이동과정도 다 올린다.

하나 올리는데 최소한 3시간은 걸린다. 사진은 한 번에 50장정도 올리는데 2분씩만 잡아봐라. 하루에 3, 4시간씩 잤던 것 같다.

- 그게 가능한가.

나도 체력이 좋고, 엄마도 나이에 비해선 되게 좋은 편이다.

블로그를 썼던 이유가 있다. 처음엔 (여행에 대해) 주변의 반대도 있어서 지인들한테 우리 잘 다니고 있다고 알리는 거였다.

근데 기록이 되니깐 되게 재밌더라. 그날의 감흥이 있는 사진과 글이 가장 생생하지 않나. 돌아보면 지금은 쓰기 어려운 표현이 있다.

12시간 버스 타고 이동했던 걸 '개구리 겨울잠'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경칩 즈음 된 줄 알고 눈을 떴는데 입춘도 아니었다" 근데 지금 쓰면 이런 표현이 안 나온다. 아마 "12시간 가서 이동했다"고만 썼을 것이다.

- 여행 정보는 어떻게 구하나.

= 기본적으로 론리플래닛을 하나 가져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제일 확실한 건 현지 여행자에게 물어보는 거다. 나는 호스텔에서 자니깐, 로비 같은 데서 물어보면 자기가 제일 재밌던 곳을 알려준다.

통상적으로 한국에서 30살 남자는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고민하게 되는 나이다. 그런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엄마와 세계여행이라니. 누구나 바라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그에게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물어봤다.

- 대학 졸업 후에 영화 쪽에 들어갔다.

= 영화, 드라마 쪽에 소위 '시다' 막내로 시작한 거라 별의 별거 다 했다. 독립영화 스탭도 하고, 스틸사진도 찍고, 영화, 드라마 단역으로 나간 적도 있다. '배우자'는 차원에 들어간 거다.

- 경영과 정치를 전공했는데 왜 영화 쪽에 들어갔나.

= 최종적으로 연출을 하고 싶었다. 영화에 관심을 많았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생 땐 일주일에 서너편씩 봤다.

- 사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업계다.

3개월치 월급을 못 받는 적도 있다. 그래도 내가 회사원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 (흑백사진)동아리 동기 중 사진에 가장 애정이 많았다.

= 내가 그런 것 같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걸, 관심이 있어서 스스로 터득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계도 있다.

고등학생 때 영어가 너무 재밌었고, 여행 가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한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그렇지 않다.

사진도 그렇다. 대학 동아리에서 나름 체계적으로 배웠다. 단 내가 전문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글도 마찬가지다. '문창과'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다.

책이 반응이 좋았지만, 글이 수려해서가 아니라 엄마라는 코드가 있고 스토리가 재밌어서 그런 것 같다. 운도 좋았고 조금씩 잘 하는 게 모여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

- 블로그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같은 기간 동안 난 뭐하고 살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근데 너도 그런 삶 속에서 포기한 게 있었을 것 같다.

= 일단 연애를 포기했다.(웃음) 내 꿈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처음에 영화 쪽을 한 건 재미있고 그나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심적인 불안감은 되게 심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회사에 가서 '대리' 달고 그런 거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안정적인 미래나 개인적인 시간을 포기한 거다.

결국 기회비용인데, 이걸 선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못하게 되는 게 생긴다. 비빔냉면을 먹으면 물냉면을 못 먹는 듯이. 원래 나는 여행을 좋아했고, 집이 좀 힘든 상태였고, 당장 재밌는 거 하다보니깐 이렇게 된 것 같다.

- 삶의 기준 같은 게 있나.

= 내가 재밌고 좋아하는 거를 계속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좋은 차를 타고, 빌딩을 쌓을 것도 아니고. 지금 상태가 좋다면 그 상황이 무너지지 않은 정도의 경제상황이라면 그 정도로 행복한 것 같다.

대학생 강연 같은 데 가면 입 바른 소리 많이 하지 않나.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부딪쳐라." 근데 일리는 있는 말이다.

다들 스펙 쌓고 그러는데, 싫어하는 거나 좋아하는 거나 잘 될 확률은 비슷비슷하다. 내가 사진을 좋아한다고 사진으로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나. 근데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왕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게 나은 것 같다.

- 앞으로 여행은 계속 할 건가?

= 지금은 여행하면서 글 쓰는 게 업이 됐다. 좋아하는 일이니깐 금전적으로 무리가 없으면 여행하고 돌아다니면서 살려고 한다.

볼리비아 우유니소금사막

몬테네그로 코토르만

[여행작가 태원준이 뽑은 중남미 먹거리 5]

1. 실판초(Sillpancho) / 볼리비아

살짝 튀긴 돼지고기에 양파, 계란, 밥을 버무려서 먹는 음식

"볼리비아가 위생은 별로였지만 음식은 제일 맛있었다"

2. 세비체(Ceviche) / 페루

생선이나 조개 등을 레몬, 라임, 소금, 양파 등에 절여 먹는 음식

"남미식 회로 새콤달콤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3. 소고기 / 아르헨티나

"슈퍼에서 대충 사 먹어도 안 질기고 다 맛있다. 여행하면서 살이 쏙 빠졌는데 아르헨티나에서는 20일 동안 계속 소고기를 먹어서 살이 쪘다"

4. 모히또(Mojito) / 쿠바

럼주에 레몬이나 라임 주스를 타서 먹는 술

"쿠바는 술이 맛있다"

5. 꾸란또(Curanto) / 칠레

뜨거운 돌 위에 야채, 조개, 고기 등을 놓고 익혀 먹는 음식

"약간 해물탕 느낌인데 국물이 죽인다"

[여행작가 태원준이 추천하는 중남미 여행지 10]

"마추피추, 우유니 사막 정말 좋은데 거기가 다는 아니다"

한국인이 잘 찾지 않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중남미 여행지 10곳을 꼽았다.

*중미에서 남미 순서로 정리했다. 사진을 누르면 해당 블로그로 이동한다.

1. 세노테(Cenote) / 멕시코

일종의 싱크홀로 지름 60m, 깊이 80m의 거대한 우물이다. 스페인어로 '신성한 우물'이라는 뜻이다.

2. 키코커(Caye caulker) / 벨리즈

쿠바와 멕시코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 벨리즈에 있는 섬. 배낭여행족의 섬이라고 불리며 상어, 가오리와 함께 스노우쿨링을 할 수 있다.

3. 세묵참페이(Semuc Champey) / 과테말라

과테말라 최고 절경으로 꼽히는 계곡이다.

4. 마사야 화산(Masaya) / 니카라과

미카라과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수 km 밖에서도 마그마가 흘러내린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유황 냄새와 연기가 자욱하다.

5. 몬테베르데(Monteverde) / 코스타리카

영어로는 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 한자로는 운무림(雲霧林)이다.

6. 시빠끼라(Zipakira) 소금성당 / 콜롬비아

소금 광산 안에 만들어진 성당. 십자가, 기둥, 벽이 모두 소금이다.

7. 갈라파고스(Galapagos) 섬 / 에콰도르

스페인어로 갈라파고스는 거북이라는 뜻이다. "나의 중남미 여행 중 베스트"(태원준)

8. 콜카캐니언(Colca Canyon) / 페루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으로 미국 그랜드캐니언보다 2배 이상 깊다.

9. 코차밤바(Cochabamba) 예수상 / 볼리비아

40m 높이의 예수상으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보다 2m 더 높다.

10. 라구나(Laguna) / 브라질

돌고래들이 숭어를 몰아주면 어부들이 그물을 던지는 숭어잡이로 유명한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