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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운동'을 위한 기본소득운동

기본소득은 개인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운동을 방어하고자 한다. 정확하게는 운동의 주체들을 방어한다. 해고자, 퇴거자, 소수자활동가, 문예활동가, 환경운동가 등 안정적인 활동비는커녕 저금이나 손 안 대면 다행인 운동주체들의 아주 작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개인적으로는 모든 변혁의 시금석이 되어줄 운동으로 이해하고 있다. 소위 좌파들 중 일부는 간혹 기본소득을 자본과의 타협을 통해 비는 콩고물로 치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그 말에 딱히 반론하고 싶지는 않다. 기실 옳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들을 송두리째 뒤흔들 힘을 확보하는 방안이 묘연하다면, 차선으로 교두보를 확보하며 조금씩 달라져가는 경관을 통해 새로운 전망을 발굴하는 것이 곧 최선일지도 모른다.

ⓒshutterstock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에서 [시대정신 기본소득] 칼럼을 연재합니다. 기본소득의 핵심 원칙은 '모두에게' '조건없이' 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당사자로서 기본소득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칼럼 시리즈에서는 각자가 가진 고민들을 통해 동시대의 문제를 짚어보고, 이로써 기본소득 논의를 재구성해보려고 합니다. - BIYN 사무국

기본소득으로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얼마 전 논문을 쓰며 새삼 든 생각이다. 논문의 주제는 서울시의 공공개발사업과 그 비공공성으로, 도시개발사업에 관련된 주체들을 교환가치 추구자와 사용가치 추구자로 대별하는 이론을 서울시 재개발사업에 적용하여 실재를 알아본 것이다. 매우 단순화하여 이야기하면, 공공개발사업에 있어 교환가치 추구자는 사업을 통한 환금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이다. 예컨대 시행사, 시공사, 은행, 개발지역과 그 주변부 지주 등이 있다. 사용가치 추구자는 개발예정지에 정주해왔거나 개발완료 이후 정주하며 집에서의 휴식, 식사 또는 지속적인 상행위 등을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추구하는 거주자 또는 세입자 등이다. 논문은 두 이익 추구자들의 각 달성과 실패 추이를 알아보았다. 이렇게만 서술해도 권력의 비대칭이 한 눈에 보이듯, 실패의 몫이 돌아가는 곳은 뻔하다.

재개발사업이 하나 뜰 때마다 미처 착공에 들어가기도 전에 세입자들이 쫓겨난다는 것은 상식이다. 논문 이야기는 이쯤 하고, 만약 이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이 주어졌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졌을까 싶은 게 그때 들었던 의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 여지껏 나온 기본소득 지급액수 중 비교적 자주 논의되는 선이 40~80만원 선인데 이것만으로는 적게는 몇 백에서 많게는 몇 천 씩이나 급상승하는 월세 혹은 점포이전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다. 비단 세입자들 뿐일까. 의도치 않게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은 부지기수로 갑자기 중병에 걸려 거액의 치료비용이 든다든가 보증을 섰다가 망하는 이야기는 매우 흔하다. 개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뒤집는 위협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것은 기본소득이 있으나 없으나 변하지 않는다. 물론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조금 나을 것이다. 아주 조금.

기본소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액수만큼이나 소소한 것들 뿐이다. 원룸이나 투룸의 월세를 내고 쌀은 조금 살 수 있겠지만 집을 사거나 어디 비행기를 타고 여행이라도 다녀오려면 돈을 벌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실현뿐 아니라 주거, 노동, 의료 등 다양한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삶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들로부터의 방어를 위해 각 의제의 주체로써 활동하고 있다. 활동에는 돈이 든다. 나는 무수히 많은 유의미한 운동단체들 중 단 두 곳에 월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하나는 나의 당인 노동당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다. 본인의 수입이 적은 탓이 크지만 기본소득은 다른 운동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은 개인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뿐 아니라 다른 모든 운동을 방어하고자 한다. 정확하게는 운동의 주체들을 방어한다. 해고자, 퇴거자, 소수자활동가, 문예활동가, 환경운동가 등 안정적인 활동비는커녕 저금이나 손 안 대면 다행인 운동주체들의 아주 작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개인적으로는 모든 변혁의 시금석이 되어줄 운동으로 이해하고 있다. 소위 좌파들 중 일부는 간혹 기본소득을 자본과의 타협을 통해 비는 콩고물로 치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그 말에 딱히 반론하고 싶지는 않다. 기실 옳은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들을 송두리째 뒤흔들 힘을 확보하는 방안이 묘연하다면, 차선으로 교두보를 확보하며 조금씩 달라져가는 경관을 통해 새로운 전망을 발굴하는 것이 곧 최선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잭팟을 기대하더라도 하루하루 조금씩 쌓아 올려나가고자 하는 다른 누군가들도 있다. 딱히 진영을 양분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기대를 걸고 싶은 쪽은 후자에 가깝기 때문에 굳이 이런 표현을 썼다. 기본소득의 이념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가 더욱 크고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한국 사회의 운동과 그 자양분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

글. 최성문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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