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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록] "동성애를 인정할 부모가 어디있겠습니까, 대한민국에?"

  • 허완
  • 입력 2015.04.23 14:18
  • 수정 2015.04.23 14:49

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여고생 간 키스신을 문제 삼아 중징계인 ‘경고’ 조치를 최종 의결했다.

심의위원들은 대체 어떤 이유에서 중징계를 내린 걸까?

이날 방통심의위 전체회의를 참관한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위원들의 주요 발언들을 모아 요약, 정리했다. 아래 언급된 위원들은 모두 ‘경고’ 의견을 냈다. 좀 길지만, 한 번 읽어보자.

(아래 발언록은 맥락 상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하는 등의 수준에서 일부 편집된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함귀용 위원

"저는 뭐 동성애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찬성하는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하고 또 대한민국 국민으로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게 방송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할 거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동성애 문제를 방송에서 다룰 수 있습니다. 그러나 표현수위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표현수위를 본 겁니다. 동성애에 대해서 제 주관 때문에 법정제재를 하자는 게 아니라 그 표현이 과연 ‘15세 시청가’의 드라마에 (적절한 것인지)... 이 드라마는 주 타깃을 고등학생으로 잡고 시작하는 겁니다. 거기에서 교복을 입고 명찰을 달고(있는 여고생들이) 서점에서 1분 간에 걸쳐 키스를 하고, 그걸 클로즈업을 하는, 이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것이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것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다양성에도 우리가 어떤 걸 인정하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올바른 가치관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은 알고 가야 합니다. 이게 없어지기 시작하면 사회에 혼란이 옵니다. 동성애자들의 권리도 인정을 하되, 이것이 올바른 가치관은 아니다 하는 것을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죠. 제작자가 지난 번 의견진술에 나와서 말씀하신 게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싶어서 제작했다’는 것인데, 좋은 파장이 있고 나쁜 파장이 있습니다. 성인이 아닌 학생들이 보기에는 저걸 ‘옳다구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는, 그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장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남신 위원

"논의의 핵심이 뭡니까?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셨죠? 그러나 우리 사회의 인식이 동성애를 인정은 하되 권장은 하지 않는 거 아니겠습니까? 커밍아웃이라는 말이 있는데 왜 커밍아웃을 합니까? (동성애자들이) 거칠 것이 없으면 뭐 때문에 커밍아웃을 합니까? 동성애 자체는 분명히 우리 사회에서 현실에 있어서는 아직도 은밀하고 터부시하고 아직도 금기시하는 인식이 상존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에서 (여고생 키스신이) 여과없이 표현된다는 게 과연 바람직한것이냐.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선택할 수 있죠. 좋습니다. 거기에서 연인 간의 갈등과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키스신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도가 있는 것이죠. 이런 건 심의규정에도 없습니다. 뭐 10초이상 키스신을 내보내면 징계하라는, 이런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보면서 느끼는 거에요. 심하다, 심하지 않다, 문제다, 아니다. 이것은 상식으로 느끼는 겁니다. (이성애자들의 연애를 다룬 드라마에도) 분명 키스신은 나옵니다. 이성 간의 키스를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반응과 느낌, 그리고 여고생끼리의 키스신을 받아들이는 반응과 느낌이 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정서이고 상식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저도 키스신을 티비에서 많이 보지만, 여고생들이 키스하면서 더듬고 하는 걸 보면 이성 간 키스하는 걸 볼 때보다 분명히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 설정과 표현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상상해봅시다. 예를 들어서 여고생을 둔 부모가 딸이랑 저 드라마를 같이 볼 수 있겠습니까? 저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건전한 가정기풍이라는 게 있는 것이고요. 동성애자, 성소수자들을 인정하죠 분명히. 참정권을 박탈합니까? 법적으로 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들의) 혼인신고를 받아줍니까? 대한민국에서? 분명히 한계가 있는 거죠. 어느 부모가 동성애도 좋다고 권유하고 부추기거나 인정하거나 할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대한민국에? 소수자의 권리야 물론 인정하지만, 인습과 정서와 법률관계는 구분이 되어야 한다는 거에요."

23일 오후, 서울시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의원회 앞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방통심의위의 징계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조영기 위원

"방송이라는 것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공재의 특징 중 하나가 부모하고도 같이 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상황설정과 관련돼서 제가 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게 고등학생들을 타깃으로 해서 만든 드라마인 것 같은데, 고등학생들에게 동성 간 애정의 표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되지만, 이것을 권장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것이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뜻도 담겨 있는데, 이것이 과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가 하는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이 이걸 보는데, 우리도 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길이 올바른 길인가, 어떤 길이 나쁜 길인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드라마를 보면) 청소년들이 (동성애를) 고민하고 있는 것의 범위를 넘어서서 사회적으로 (동성애를)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이성 간 교제가 아니라 동성 간 교제를 어떤 측면에서는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조장하고 있다라는 측면에서, 청소년들이 호기심이 많다는 이런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조금 유의 깊게 봐야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물론 방송 소재로 동성애를 다룰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습이나 이런 걸로 봐서 과연 동성애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것인가, (또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인가 하는 걸 같이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박효종 위원장

"저도 (회의에 앞서) 관련 자료들을 주마간산 격이지만 섭렵해보았습니다. 동성애에 비교적 관대한 일부 서구 사회에서도 동성애는 중세 이래 금기시되어왔고, 사회에서 온갖 지탄과 탄압을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나오는 앨런 튜링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시각이 대두되었습니다. 그 결과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보다 허용된 쪽으로 변화했고, 하나의 정체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위원회가 심의하고자 하는 것은 동성애에 대해 옮고 그름을 가리거나 정론적 입장을 내놓으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굳이 동성애에 대한 제 입장을 밝히자면, 굳이 동성애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하려고 하는 입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건 마치 제가 육식을 즐겨 하지만 채식주의자들을 이해하려는 자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교회에 다니지만 무신론자들을 이해하려는 것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여고생끼리의 키스신을 클로즈업까지 해서 방송한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동성애에 대한 이슈를 하나의 담론으로 제기하고자 했다면, (표현 방식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동성애는 키스가 아니더라도 우아한 형식으로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정하게 손을 잡거나 어깨를 두드리는 장면으로도 얼마든지 동성애를 부각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성 간의 관계를 묘사할 때도) 그런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다정한 부부애를 드러낼 수 있는 것입니다. 다정한 부부관계를 보여주기 위해서 성관계 장면을 드라마에서 보여준다면 그건 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장면이 시청률을 의식한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사회 학부모들의 보편적인 인식과도 괴리가 있습니다. 방송은 시청자를 위해 있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면 방송사와 제작자는 왜 이걸 방영했는지, 문제의 표현을 통해 무엇을 알리고자 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동성애자나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것이 아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다만 부적절하고 무분별한 형태로 동성애를 부각시킨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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