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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책임

선배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사건의 총책임자였던 시니어 파트너의 호출을 받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파트너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실수는 변호사라면 한두번은 하게 마련이라며, 스스로 너무 탓하지 말고 앞을 보고 가고,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실수 혹은 실패는 결국 '책임'으로 해결되는 것 같다. 선배와 그 파트너는 각자의 책임을 졌다.

  • 이소은
  • 입력 2015.04.24 07:08
  • 수정 2015.06.24 14:12
ⓒAlamy

'실수를 통해서 인간은 성장한다. 따라서 실수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좋은 책과 강연, 그리고 어른들의 조언에서 참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 말이 사실임은 틀림없지만, 또 내포하고 있는 하나의 사실이 있다. 분명히 실수를 통해 성장하지만, 성장을 하는 데에는 그 실수에 대한 자각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며, 책임을 지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가정이나 학교와는 달리 사회 생활에서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말도 수없이 들어온 현대인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기는 참 어렵다.

올해 초, 뉴욕의 어느 로펌에서, 어소시어트와 그와 함께 일하던 페러리걸(법률 보조원)의 실수 하나로 인해 대기업과 로펌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일이 있었다. 그 사건에 대해서 많은 법률신문과 블로그에 한동안 기사가 회자 되었다. 모든 일이 비슷하겠지만, 로펌에 근무하면서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서 자칫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특히 복잡하고 규모가 큰 사건일수록 여러명이 일을 분담을 할 수밖에 없고, 모든 과정을 일일이 다 확인하고 체크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실수가 큰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실수를 한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실수를 최소화 할 수는 있지만, 실수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경쟁이 치열한 프로페셔날 사회 속에서,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양의 업무를 보면서, '인간적인' 실수를 해서는 안되는 우리가 어떻게 건강한 정신으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프로페셔날로도 성장할 수 있을까? 완벽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친분이 있는 변호사 선배의 이야기이다. 선배가 5년차 어소시어트 때, 그가 속한 Trial team(재판 준비 팀 -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것과 달리 로펌에서 소송 관련 케이스 중에 재판에 가는 경우는 5%도 안 된다, 그래서 재판에 참여한 경험은 아주 좋은 이력이 된다)에서 몇 달간 하루 평균 16-20 시간씩 일을 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정신없이 재판을 준비하는 와중에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서면에 실수를 했고, 이 때문에 소송 절차와 관련하여 판사로부터 불리한 판결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선배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사건의 총책임자였던 시니어 파트너의 호출을 받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파트너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실수는 변호사라면 한두번은 하게 마련이라며, 스스로 너무 탓하지 말고 앞을 보고 가고,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실수 혹은 실패는 결국 '책임'으로 해결되는 것 같다. 선배와 그 파트너는 각자의 책임을 졌다. 선배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승소하는 데에 일조를 했다. 파트너 변호사는 책임자로서 절차상 불리한 판결을 받아들였고, 케이스를 더 잘 진행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노력은 인력관리를 지혜롭게 하는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의뢰인에 대한 책임을 다 했다. 이 실수는 선배가 프로페셔날로서, 인간으로서도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물론 선배의 파트너와 같은 상사는 흔하지 않다. 다른 시나리오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많다. 큰 실수로 인해 해고 될 수도 있고, 승진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일차원적으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짐으로써 일어나는 일들을 감내하여 내면으로 강해지기 때문에 성장한다는 말인 것 같다.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대한 완벽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더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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