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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이 증세였다는 분명한 증거

  • 허완
  • 입력 2015.04.21 08:06
  • 수정 2015.04.21 08:13

“담뱃값 인상 등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을 증세라고 하면 안 된다.”

지난해 10월1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했던 말이다. 그는 “담뱃값 인상은 흡연으로 인한 국민 건강상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늦었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주요 정책 중 하나”라는 말도 했다.

담뱃값 인상은 증세가 결코 아니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라는 얘기였다. 정부도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연 그랬을까?

정부가 담배 가격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소매점의 담배 판매량은 별로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고 세금과 유통업계 이익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 4월21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편의점 업체 두 곳의 월별 담배판매량 감소율(전년 동월대비)을 비교한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A편의점 업체

▲ 1월 -33% ▲ 2월 -22.4% ▲ 3월 -14.9% ▲ 4월(1∼19일) -12.2%

= 평균(1월1일~4월19일) : 20.5%

* B편의점 업체

▲ 1월 -36.6% ▲ 2월 -26.4% ▲ 3월 -19.3% ▲ 4월(1~19일) -16.4%

= 평균(1월1일~4월19일) : 25.3%

이 숫자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판매량 감소율이 점점 둔화되고 있다는 것. 심지어 2개월 연속 10%대로 떨어졌다. 지금까지의 추이대로라면 담배판매량이 곧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반면 늘어난 건 두 가지다.

1. 편의점 등 소매점의 담배판매액 : 40% 증가 (B편의점업체, 1월1일~4월19일)

이처럼 실제 담배 수요 위축 정도가 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담뱃값이 워낙 한꺼번에 80%(2천500원→4천원)나 뛰었기 때문에 편의점의 담배 판매액은 오히려 작년보다 늘었다.

B편의점 업체의 담배 판매액은 올해 들어 19일까지 39.3%나 증가했다. 판매금액이 40% 가까이 많다는 것은 결국 담뱃값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금·기금(약 85%)과 유통이익(약 9%), 제조이익(약 5%)이 함께 불었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4월21일)

지난 1월 초 전년 대비 50% 넘게 줄었던 편의점 담배 판매량은 이달 들어 20% 이내까지 감소폭이 줄었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예상한 금연효과는 연초 대비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이마저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미미해질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담뱃값이 80%(수수료는 74%) 상승하고 수요는 20%만 감소해 담배로 인한 이익은 60% 증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3월16일)

2. 정부의 세금 수입 : 2450억원 증가 (1월~3월) → (2조8000억원? 5조원?)

세수는 1조4,810억원에서 1조7,260억원으로 2,450억원(16.5%) 늘었다. 오른 가격 2,000원 중 담배회사의 출고가격 및 유통 마진 인상분 232원을 뺀 나머지가 개별소비세와 부담금 등으로 재정 수입원이 된 탓이다. 항목별로 보면 국세가 1,500억원가량, 부담금은 1,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지방세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정부 예측대로 2·4분기 들어 다시 판매량이 증가해 예측보다 담배가 더 팔릴 경우 세수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담뱃값을 2,000원 올리면 올해 담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4%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세수 효과는 2조8,000억원(국세 1조8,000억원, 지방세 1조원)이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 줄지만 세수 효과는 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서울경제 4월14일)

현재 매년 담배 소비자들에게 거두는 국민건강증진 기금 2조원 가운데 실제 금연사업에 쓰이는 돈은 240억원으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담뱃값의 절대액을 차지하는 담뱃세는 대부분 흡연자와 무관하게 쓰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담뱃세 인상은 증세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세금 인상으로 정부 세수는 2조8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으며, 흡연율 감소 효과가 예상보다 적을 경우 세수 증가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3월29일)

참고로, 1분기 담배 반출량이 1년 전에 비해 44.2%나 감소했다는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를 '금연 확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같은 기간 편의점의 담배 판매 감소율(20~25%)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정부가 말하는 '반출량'이 담배 제조사가 공장에서 출하하는 시점에 정부에 신고하는 물량이라 소매 판매 추이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1월 1일자로 담뱃값이 오른다는 소식에 작년 9월 이후 담배 수요가 크게 늘었고, 이에 맞춰 당시 유통업계도 '안전재고'를 늘렸다"며 "이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는 유통업계의 발주량이 줄고 제조사의 출하량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4월21일)

이래도 ‘담뱃값 인상은 증세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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