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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아들을 둔 건물주를 피하라? | 상가 세입자를 위한 건물주 체크 리스트 5

임대차 계약을 맺고 어느 정도 장사가 되기 시작하면 건물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세입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목이 좋고, 건물이 좋아서 장사가 잘 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현재 세입자가 아닌 누가 오더라도 똑같이 장사가 잘 될 거라고 철썩 같이 믿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에서 취업 안하고 놀거나 창업이라도 준비하는 자녀가 있다면 건물주는 어떤 명분과 핑계를 찾아내서라도 현 세입자를 내쫓으려 합니다. 그러니 건물주 자녀들 상황도 중요합니다.

  • 이여영
  • 입력 2015.04.20 11:27
  • 수정 2015.06.20 14:12
ⓒShutterstock / Kzenon

자영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건물주와의 관계입니다. 그만큼 어렵습니다. 어떤 창업자가 선량한 건물주를 만나 계약기간 동안 별 탈 없이 지낼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 정도입니다. 장사가 잘 돼 건물주와 계약기간을 무난히 연장할 확률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가 다시 미립자의 세계로 진입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자영업 5년 차인 저도 혹독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한 건물주와는 소송까지 불사했지만, 결국 점포를 옮겨야 했습니다. 그 건물주는 제가 점포 이전을 결정한 후에도 원상 복구 비용으로 무려 3억원이나 요구했습니다. 계약 기간 동안 2억 가까이 투자한 인테리어 비용을 전부 회수하지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터무니없이 두 배 이상의 임대료 인상 요구로 점포를 철수하게 한 다른 건물주도 있습니다.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둔 또 다른 한 건물주는 현재 무려 40%의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초 계약한 가게 앞 자투리 땅(17평)에 기형적인 건물을 지은 한 건물주는, 해당 건물이 저희 가게 정면을 가린다는 점을 악용해 6백만원의 추가 월세를 요구해왔습니다. 자영업자 경력의 대부분을 건물주와 다투는 일로 흘려보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같은 법에 호소하라고요? 물론 그 법이 그간 구멍을 점차 메워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입자 친화적인 법이라고 해도 건물주를 당할 수는 없습니다. 장사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세입자는 소송에 들일 돈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거의 전적으로 수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떠나든가. 악의적인 건물주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악용합니다. 장사를 잘 하는 세입자가 떠나면 더 많은 임대료를 낼 신규 창업자를 찾거나 기존 세입자가 일궈 놓은 그 터에서 자신이나 친인척이 장사를 시작하면 그만입니다.

세입자는 장사가 안 되면 임대료를 낼 걱정에 더해, 기존 인테리어 비용을 건지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도 고민입니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올려달라고 하지나 않을지, 계약 기간이 끝나고 갱신이 가능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건물주로부터 호되게 당해온 경험을 잘 아시는 것인지, 많은 후배 창업자들이 상가 임대차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실질적인 노하우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영업자나 창업자들을 위한 교재나 매뉴얼과 달리, 여기 온전히 제 개인적 경험으로 깨달은 상가 임대차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공개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건물주 대리인 행세하는 부동산을 피하라

각 상권의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건물주를 슈퍼갑, 세입자를 뜨내기 취급합니다. 당연히 건물주의 이해를 절대적으로 우선합니다. 그 중에서도 유독 건물주의 집사 행세를 하는 부동산이 있습니다. 대개 해당 상권의 유지로 서로 인간적 관계를 맺어온 경우입니다. 이런 건물의 건물주는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서 계약을 하고자 해도, 해당 부동산을 거쳐서 오라고 요구합니다. 이런 부동산을 통해 계약을 하면 계약 기간 내내 두고두고 고생합니다.

2. 건물주의 인간 됨됨이도 중요하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건물주를 처음 대면하고 나면 그 사람이 어떤지가 보입니다. 인상이며, 말투며, 매너를 통해서 말이죠. 저도 처음에는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저를 불편하고 불쾌하게 하는 건물주라도 상관없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을 수십 차례 맺으며 느낀 결론은 상가 임대차 계약은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상가 임대에 올인 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생사여탈권이 걸린 관계입니다. 아무리 장소가 탐이 나도 태도가 악의적인 건물주라면 포기하십시오.

3. 백수 자녀를 둔 건물주를 주의하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어느 정도 장사가 되기 시작하면 건물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세입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목이 좋고, 건물이 좋아서 장사가 잘 된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현재 세입자가 아닌 누가 오더라도 똑같이 장사가 잘 될 거라고 철썩 같이 믿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에서 취업 안하고 놀거나 창업이라도 준비하는 자녀가 있다면 건물주는 어떤 명분과 핑계를 찾아내서라도 현 세입자를 내쫓으려 합니다. 그러니 건물주 자녀들 상황도 중요합니다.

4. 이제 막 어렵사리 건물 한 채를 산 건물주도 조심하라

단순히 법적 권리관계가 복잡해서만은 아닙니다. 어렵게 거액의 대출을 끼고 막 건물을 사들인 건물주라면 과하게 그 건물을 아끼게 마련입니다. 벽에 못 하나를 박는데도 사전에 기획서부터 요구하는 건물주가 있습니다. 매일 들러서 하는 두서너 개의 잔소리를 듣다보면 장사가 아무리 잘 되도 떠나고 싶어집니다. 그 분들 입장에서는 세입자들이 자신의 금지옥엽 건물을 망치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5. 상권이나 입지가 조금 나빠도 임대 조건이 좋은 건물을 택하라

상권과 입지, 임대료 간에는 약간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상권과 입지가 좋다는 평이 돌고 나면 임대료가 크게 뜁니다. 세입자 상당수가 엄청난 임대료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이면 이미 해당 상권이나 입지는 매력을 잃기 시작한 경우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현재 홍대 상권이 그렇습니다. 건물주들은 서울 시내에서 최고 수준의 임대료를 요구하기 시작했지만, 상권의 매력은 사실 예전만 못 합니다. 부활을 노리는 신촌 상권처럼 건물주들이 세입자와 공생공영 한다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쓴 맛을 보지 않은 탓에 건물주의 일방적인 거액 임대료 인상 요구만 난무합니다. 이런 건물주에 쉴 새 없이 차이고 치인 저는, 후배 창업자들에게 권합니다. 상권이나 입지가 조금 나빠도 임대 조건이 좋은 건물을 택하라고요. 이제 막 상가로 거듭났거나 기존 자영업자들이 빠져나간 곳도 잘 고르면 괜찮습니다. 그런 곳에서 절박한 마음으로 분투하다 보면 건물주로 인한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영업자들을 울리는 엄청나게 큰 고통 하나를 덜고 자영업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건투하세요. 대한민국 600만 자영업 사장님들!

글 | 이여영 (주)월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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