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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을 기다리며

한국 프로축구에 복귀한 지는 한 달을 넘었고, 실전에 투입된 지는 이제 보름입니다. 옛 기억 때문인지 매 경기마다 박주영이 공을 잡으면 한 명을 제칠 것으로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조급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근 1년간 제대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박주영이 아무리 개인훈련을 많이 했더라도 정상적인 몸으로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훈련에서 만들어진 몸과 실전에서 만들어진 몸은 차이가 많이 난다. 지금 몸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꾸 실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 박주영의 기량이 나오기 위해서는 3개월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김창금
  • 입력 2015.04.20 10:35
  • 수정 2015.06.20 14:12
ⓒ연합뉴스

FC서울의 박주영이 18일 수원과의 경기(1-5 패)에서 슈팅, 골, 도움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후반전에 출전했으니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라이벌전이고 지상파 중계까지 돼 박주영의 활약을 기대했던 축구팬들은 적잖이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4월4일 K리그 복귀 무대인 제주와의 경기 이래 4경기 1골(페널티 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주영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한국 축구의 '천재'라는 수식어 때문입니다. 청구고 시절을 거쳐 청소년 대표팀, 서울에서의 프로 데뷔, 대표팀을 거쳐 AS모나코, 아스널 진출까지. 박주영은 근 10년간 한국 축구 공격수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언젠가 이회택 전 축구협회 부회장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선수 시절부터 어느 누구를 칭찬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박주영은 내가 생각해도 축구를 정말 잘하는 선수다." 어눌하면서도 본질을 찌르는 이회택 감독은 70년대 차범근이 대표팀의 막내로 들어왔을 때도 "주눅들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봐!"라며 자신감을 불어넣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칭찬을 한 것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박주영한테는 무언가 다른 점을 느꼈나 봅니다.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도 모르죠.

좌우간 그때부터 저도 박주영을 관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5년 대표팀 A매치 데뷔전인 월드컵 예선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골을 터뜨리고, 다음 쿠웨이트 원정에서도 골을 뽑았으니 성인 대표팀 등장 첫 두 경기부터 다르긴 달랐습니다. 천재과 선수들의 특징이죠. 그래서 대표팀 68경기 24골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2008년 프랑스 리그1 AS모나코로 이적한 뒤에는 전성기였던 것 같습니다. 10번을 달고 최전방에서 단 한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단연 한국팀 제1의 골잡이였죠. 공 잡으면 휘리릭 제치고 들어가 때립니다. 탁월한 위치 선정과 반 박자 빠른 슈팅, 스피드로 자주 골을 산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박주영한테 프리킥을 전담시켰습니다. 예리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박주영은 키가 1m83이지만 거구의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도 길게 올라오는 공을 정확하게 머리에 맞춰 동료들에게 떨궈주었습니다. 저는 그게 참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공중으로 날아오는 볼을 정확하게 따낼 수 있을까. 그게 천재성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 프로축구에 복귀한 지는 한 달을 넘었고, 실전에 투입된 지는 이제 보름입니다. 옛 기억 때문인지 매 경기마다 박주영이 공을 잡으면 한 명을 제칠 것으로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조급증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근 1년간 제대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박주영이 아무리 개인훈련을 많이 했더라도 정상적인 몸으로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훈련에서 만들어진 몸과 실전에서 만들어진 몸은 차이가 많이 난다. 실전에서는 상대방이 죽기살기로 하기 때문에 대응력이 달라진다. 지금 몸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꾸 실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 박주영의 기량이 나오기 위해서는 3개월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박주영의 회복을 위해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 "정상의 75%밖에 안 되는 몸"의 박주영을 가능한 한 매 경기 출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실전에 투입해 피지컬 요소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선수 충원보다는 이적해 나가는 선수가 많았던 서울의 전력도 예전만 못합니다. 박주영이 회복돼야 서울도 하위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굉장히 큰 슬럼프에서 빠져 나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몇 경기 못했다고 비판하면 자칫 싹을 죽일 수 있다. 천재성도 체력이 있어야 살아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6월 브라질 월드컵 뒤 박주영은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팬들은 악플을 달아 그를 비난했고, 발탁한 홍명보 감독도 싸잡아 욕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골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 자원이 박주영 말고 누가 있을까요. 아마 홍명보 감독뿐 아니라 누구라도 박주영을 데려갔을 것입니다. 바로 천재성에 대한 믿음 때문이죠. 저도 당시 홍 감독한테 "박주영은 꼭 필요한 선수"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본인밖에 없습니다. 더 열심히 몸을 만들고 헌신적인 플레이를 해야겠지요. 다행히 박주영은 외견상 강한 모습입니다. 속마음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주변의 자잘한 관심이나 비난에 개의치 않습니다. 팀 동료와도 잘 어울립니다. 신문선 교수는 "박주영이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경험이 많고 정점에도 올랐던 선수답게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전성기 때만큼 아닐지라도 잠재력 큰 박주영 선수가 상대 수비수 숲에서 폭풍처럼 질주하며 골을 터뜨리는 날을 생각해 봅니다.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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