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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세월호 집회, 시민 100여명 연행(사진)

  • 김도훈
  • 입력 2015.04.18 21:27
  • 수정 2015.04.18 21:29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찰이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 뒤 첫 주말을 맞은 18일,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 3만여명(경찰 추산 8000명)이 서울광장에서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에 대한 대규모 추모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해 시민 100여명이 연행됐다.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가 이날 주최한 ‘세월호 1주년 범국민대회’는 오후 3시 예정된 본격적인 행사 시작 전부터 세월호 유가족들이 대거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오후 1시40분께 경찰이 광화문 일대에 차벽을 설치하자, 광화문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던 유가족 80명과 시민 10여명이 이를 막으러 나섰다. 유가족 등 시민 100여명은 경찰 버스 위에 올라 “세월호 특별법을 무참히 짓밟는 위법 시행령 원천 무효! 정부 시행령을 폐기하라”, “세월호에 있는 9명의 실종자를 꺼내주세요” 등의 플래카드와 실종자 9명의 얼굴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강력히 항의했다.

경찰은 곧바로 ‘유민 아빠’ 김영오씨 등 유가족을 포함한 16명을 연행해 금천경찰서와 노원경찰서 등으로 분산 이송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한 명이 부상을 당해 오후 3시께 병원으로 이송됐고, 시위 진압에 나선 의경 1명도 다쳐 현장에서 응급조처를 받은 뒤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차벽 트럭 18대를 비롯해 차량 470여대와 안전펜스 등을 동원해 경복궁과 광화문광장, 세종로 네거리 등에 겹겹이 저지선을 쳤다. 경찰 병력도 172개 부대, 1만3700여명을 배치했다.

추모 행사는 시민 3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오후 3시40분께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실종자인 단원고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 허흥환씨는 “세월호 안에 9명의 실종자가 있다. 그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희생자 박혜선 학생의 어머니 임선미씨는 “유가족을 왜 연행해갔느냐, 내 새끼가 죽었는데, 내 새끼 얼굴도 못보고 보냈는데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어 서울광장의 시민들이 경찰 폴리스라인을 허물고, 청와대 진출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큰 충돌을 빚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피해 가족 일부가 연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남은 가족들이 모인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일부 시민들이 경찰 차벽을 뚫고 광화문광장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쏘는가 하면, 세월호 피해 가족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를 포함한 시민 일부를 추가로 연행했다. 범국민대회 주최 쪽은 “경찰이 차벽을 넘지 않은 시민들을 향해서도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쏘거나 무작위로 연행하는 등 과잉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밤 10시 현재 경찰 쪽은 “세월호 피해 가족 21명을 포함해 90여명이 연행됐다”고 밝혔다. 밤 10시가 넘어서면서 대회 주최 쪽이 “시민들이 광화문 앞에서 유가족들과 만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면 집회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이 대응 수위를 낮추지 않으면서 양쪽의 충돌은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주최 쪽이 계획했던 ‘청와대 인간띠 잇기’도 무산됐다.

이날 행사에 앞서 오전 11시께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엄마의 노란손수건’ 등 세월호 진실 규명에 뜻을 같이하는 21개 단체 모임인 ‘대한민국 엄마들’이 서울역광장에서 진실규명 촉구 대회를 열었다. 500여명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이들은 “세상 모든 아이들을 위해 행동하는 엄마들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과 꽃 등을 들고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오후 1시께 광화문광장에서는 ‘청소년공동체 희망’이 ‘세월호 1주기 416인 청소년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인양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민주주의서울행동은 오후 2시께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며 명동성당을 출발해 서울광장 인근 국가인권위원회까지 행진을 벌였다.

한편 이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과 서울의 경기에 앞서 선수단과 관중들이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함께했다. 또 두 팀 서포터스들은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경기 시작 뒤 304초간 일체의 응원을 펼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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