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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 뮤비, 채널 엠넷에서 '심의 보류'됐다

ⓒ작은 리본

세월호를 추모하는 뮤직비디오가 채널 엠넷에서 ‘심의보류’ 판정을 받았다. 16일 채널 엠넷은 세월호 추모곡을 담은 <작은 리본> 뮤직비디오에 대한 심의를 보류한다며 해당 영상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심의받도록 권고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는 온라인 배포를 위한 것으로서 이번 엠넷의 판정은 사실상 방송불가를 의미한다. 또한 멜론, 지니, 네이버뮤직 등 여러 음원사이트도 뮤직비디오를 상영할 때는 엠넷과 엠티브이 등 방송사 심의 결과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음원사이트에서도 <작은 리본> 뮤직비디오는 볼 수 없게 됐다. 엠넷의 이번 조치는 뮤직비디오를 발표할 창구를 막음으로써, 사전 심의에 대한 논란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작은 리본> 뮤직비디오는 가수 조동희가 부른 노래에 현진식 감독이 영상을 입힌 것이다. 영상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담은 노래에 맞춰 펄럭이는 노란 리본과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아도 해가 뜨고 지는 팽목항의 풍경 등을 담은 서정적인 화면으로 만들어졌다.

엠넷은 3월23일엔 현진식 감독이 만든 파울로시티의 뮤직비디오 <빅 크런치>에 대해서도 방송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 뮤직비디오는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모습을 비추다가 빙하가 깨지는 북극 등 세계의 다른 지역을 거쳐 한반도 쪽으로 화면이 옮겨오면서 팽목항, 강정을 흐릿하게 스쳐 다시 우주로 떠나는 내용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편집하기도 했던 현진식 감독은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더라도 예술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써왔는데 뉴스에서도 보도되는 사회적 영상을 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뮤직비디오가 차단된다면 앞으로 비슷한 소재나 주제를 가진 모든 예술작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연이은 방송불가 판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채널 엠넷쪽은 <작은 리본> 심의 보류에 대해 “방송계획이 없는 영상물에 대해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쪽으로 심의를 신청하도록 안내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사 심의는 편성과 달리 청소년 유해나 저작권 침해여부를 판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문은 여전하다.

이번 사태는 최근 보수화되어가는 심의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8일엔 래퍼 디템포가 정치를 풍자한 뮤직비디오 <새타령>을 발표한 일이 있었다. 가수 이승환이 페이스북에서 “고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한 자신의 뮤직비디오는 심의반려한 엠넷이 어쩐 일로 이 뮤직비디오는 통과시켰냐”며 반색을 표하기도 했던 이 뮤직비디오는 그러나 공개 뒤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항의가 많다는 이유로 음원유통사에서 “자진 철수”를 결정하고 음원사이트에서 삭제했다. 공교롭게도 채널 엠넷은 3월중순부터 심의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심의 신청을 제한, 연기해왔다.

<작은 리본>은 가수 조동희 페이스북을 통해 ‘심의 보류’ 사실이 알려지면서 에스엔에스에서 동영상 공유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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