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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제효과의 진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이후 3년9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당시의 경제효과를 곧이곧대로 믿는 것에 많은 의문이 쌓이고 있다. 여러 시민단체는 대회 경제효과에 고개를 젓고 있으며 강원도 내에서조차 거대한 빚잔치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11년 유치 당시 8조8000억 원으로 추산되던 평창동계올림픽 사업비는 지난해 13조 원까지 48% 폭등했다. 사업비의 75%가 국비로 지원된다는 것을 참작하면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칠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 임정혁
  • 입력 2015.04.17 12:30
  • 수정 2015.06.17 14:12
ⓒShutterstock / Sergei Bachlakov

<기획연재>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가 대안이다 (2) 올림픽 경제효과의 진실

'삼수'를 거듭한 평창은 2011년 7월7일 자정에 2018 동계올림픽 유치를 확정했다.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95표 중 63표를 얻었다. 경쟁 도시인 독일 뮌헨(25표)과 프랑스 안시(7표)를 예상보다 크게 따돌렸다.

언론은 이명박 전 대통령, 조양호 유치위원장, 문대성 IOC 위원의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피겨여왕' 김연아의 호소가 IOC 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흥분은 고스란히 국내로 전달돼 국민들의 자부심을 끌어냈다. 그사이 한쪽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가져올 효과를 돈으로 묶는 작업이 진행됐다. 여럿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구체적인 경제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평창을 띄워준 65조원 경제효과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 대회를 한껏 치켜세웠다. 보고서는 ▲20조 4973억 원의 전국 총생산 유발효과 ▲23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 ▲19만 5000명의 외국인 관람객 수 등을 예상했다. 경제효과 산출은 멈추지 않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국가브랜드 제고로 기업 이미지가 동반 상승한다. 3200억 원에 이르는 홍보 효과가 발생한다"면서 "약 10조원의 내수 수출 증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장과 교통망 등 개최를 위한 총 투자 규모는 7조2555억 원"이라며 "경제적 효과는 16조4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언론도 가세했다. 대다수 언론은 이들의 발표와 예상치를 종합해 "최대 65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강원도의 지역 경제를 넘어 국내 경제까지 살릴 수 있다는 행간 속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그간 소외당했다고 여기는 강원도의 민심을 다독여주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팍팍해진 국민들의 지갑 사정을 훤히 내다봤다.

경제효과에 앞서 우려되는 부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이후 3년9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당시의 경제효과를 곧이곧대로 믿는 것에 많은 의문이 쌓이고 있다. 여러 시민단체는 대회 경제효과에 고개를 젓고 있으며 강원도 내에서조차 거대한 빚잔치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과 체육 실무단체들은 "3년도 안 남은 대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시민단체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점에는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2011년 유치 당시 8조8000억 원으로 추산되던 평창동계올림픽 사업비는 지난해 13조 원까지 48% 폭등했다. 사업비의 75%가 국비로 지원된다는 것을 참작하면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칠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창을 위해 나라 곳간을 열어야 한다"는 일부의 지적은 틀린 말이 아니다.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17곳 중 15위다. 지난해 기준으로 5900억 원의 부채도 강원도의 뒤를 쫓고 있다. 여기에 대회 유치를 위한 알펜시아리조트 건설과정에서 9800억 원의 부채가 이미 발생했다. 향후 3년간 300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는데 이는 결국 대회를 위한 빚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처사다. 시민단체들은 부채 2조원을 기준으로 지난해 강원도 인구인 155만 명을 대입하면 강원도민 1인당 약 130만원의 부담이 발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나가노·밴쿠버·소치 모두 '적자 축제

동계올림픽의 경제효과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눈의 도시'로 불리며 "아시아에서 가장 동계올림픽을 치르기에 적합하다"고 평가받았던 일본은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약 5조원의 적자를 봤다. 동계올림픽 예산 전문가로 알려진 에자와 마사오 '올림픽이 필요 없는 사람들 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2월12일 CBS와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나가노올림픽 준비는 거의 빚으로 이뤄졌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빚이 남아있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걱정했다. 1조5000억 엔을 투자하면 약 2조3000억 엔의 돈이 될 것이라던 나가노 지역 연구소의 경제효과 발표 또한 허울뿐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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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필요 없는 사람들 네트워크' 대표, 에자와 마사오 @허핑턴포스트

캐나다 밴쿠버 또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5조원의 적자를 봤다. 밖에서는 동계 스포츠의 발달과 지역적 특성을 언급하며 대회 자체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밴쿠버 안에서는 '올림픽의 저주'라고 할 정도로 경제효과가 전무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적극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 속에 성대하게 열렸지만 50조원의 투자가 대부분 적자로 돌아왔다. 지난해 미국 CNN방송은 '파티가 끝나면 개최 도시에는 무엇이 남겠느냐는 물음이 소치 동계올림픽 관계자들의 밤잠을 괴롭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뒤이어 여러 외신을 통해 소치의 황량한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동계올림픽 이후 시민들의 체감 경제효과는 사실상 없다는 게 입증됐다.

"스포츠의 경제효과는 과대평가된다"

IOC는 지난해 말 사실상 '1국가 1도시 개최'를 포기한 '어젠다 2020'을 내놨다. 개최 도시를 넘어 한 국가의 재정을 압박하는 동계올림픽 개최가 더는 경제효과 논리에 가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동계올림픽에 대한 세계적인 반응은 미지근하다. 2022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서려던 노르웨이의 오슬로는 주민들의 반대와 재정상의 문제로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 평창과 경합했던 뮌헨 또한 지방재정 적자를 이유로 더는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스포츠 이벤트가 쇠락해가던 도시를 살린다는 이론도 옛말이 된 것이다.

설수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와 김예기 한국개발연구원 실장은 2011년 쓴 <스포츠경제학>에서 "초대형 스포츠 경기장 등 스포츠 시설에 대한 경제적 효과가 비경제적인 이유로 과대평가될 수 있다. 많은 스포츠 시설이 지역 경제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타당성 평가가 경제적 편익을 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해당 지역의 정치인과 관료, 스포츠 관련 종사자들이 정부지원을 통해 스포츠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경제적 효과가 크게 나오도록 여러 가지 가정을 이용하기도 한다. 특히 외부 관광객을 유치하는 정도를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싼 경제효과를 여기에 대입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도 없던 경제효과

2002 한일월드컵은 스포츠에서의 경제효과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에 지어진 축구장은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고 풀뿌리 축구의 기초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몇몇 경기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장은 유지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가 됐다. 무형적인 효과는 알 수 없으나 실질적인 경제효과에서는 꽝인 셈이다.

당장 지난해 치른 인천아시안게임 사례만 봐도 그렇다. 최근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위해 지은 신설경기장 16곳의 올해 예상 수입이 26억 원이지만 지출액은 134억 원"이라고 밝혔다. 신설 경기장 외에 기존 경기장 11곳과 소규모 체육시설 8곳 등 공공체육시설 35곳의 영업 수지율도 41.5%에 그칠 전망이다. 예상 수입은 131억 원인 반면 지출액은 315억 원에 달하는 적자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반드시 예산을 지출해야 하는 필수 사업이 있음에도 인천시는 이를 미룰 수밖에 없다. 인천시가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필수경비는 군·구 조정교부금 1263억 원과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 451억 원 등 약 45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재난관리기금 1366억 원, 재해구호기금 240억 원, 지난해 누적된 예산 미반영 필수경비까지 모두 합치면 1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감싸고 있는 경제효과 또한 이들과 다를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두루뭉술한 경제효과는 커다란 빚으로 이어진다는 게 최근 국내외 사례에서 확인됐다. 평창에서 이러한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소통과 토론이 필수다.

<기획연재>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가 대안이다

1회 : 국가체면 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고광헌 / 평창올림픽분산개최촉구시민모임 상임대표

2회 : 올림픽 경제효과의 진실

임정혁 / 스포츠칼럼니스트

3회 : 평창동계올림픽, 강원도 재정의 밑빠진 독

김상철 / 나라살림연구소

4회 : 여론조작, 왜곡된 의사결정

박지훈 / 변호사,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

5회 : 500년 원시림, 가리왕산의 울음

이병천/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

6회 : 어젠다 2020과 근대올림픽의 미래전망

정용철 / 서강대학교 교수

7회 :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와 방안

배보람 / 녹색연합 정책팀장

"평창동계올림픽분산개최를촉구하는시민모임"은 평창동계올림픽 및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반복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평창동계올림픽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위해 만들어진 시민모임입니다. 시민모임은 강원도 지역, 체육, 환경, 문화 시민단체 50여개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분산개최를촉구하는시민모임 후원계좌

하나 : 159-910003-63404 (문화연대)

* 후원금은 평창동계올림픽 분산개최 추진을 위한 시민모임의 활동에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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