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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왜 김무성을 불렀나?

ⓒ청와대

기자회견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요동치는 정국에서, 그것도 16일 중남미 순방 출발 직전 전격적으로 이뤄진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 내용을 전하는 여당 대표의 기자회견치고는 너무 간략했다.

이날 오후 5시, 40분간의 회동을 마치고 돌아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완구 총리의 거취에 대한 당 내외의 의견을 전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순방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는 내용만 전하고 자리를 떴다. 김 대표는 ‘이 총리 사퇴에 관한 논의는 없었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이야기 다 했습니다”라고 피곤한 기색으로 답하다, 질문이 거듭되자 “모든 이야기 다 했다고 그랬잖아요”라며 다소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회동을 갖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정오께 ‘회동을 원한다’는 대통령의 전갈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았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정부 합동 분향소를 찾았던 김 대표는 급히 청와대로 발길을 돌렸다.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긴급회동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의 거취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재오, 김용태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터였고, 당내 초재선 의원들이 특검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였다.

그러나 결과는 “(중남미 순방)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접하고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럴 거면 왜 긴급회동을 열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의원들은 대체로 박 대통령이 순방 뒤 이 총리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사태 해결이 그만큼 늦어지는 데 불만을 내비쳤다. 한 의원은 “당이 나서서 이 총리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총을 열어 당내 의견을 모을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저리 말씀하는데 의총을 당장 열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의 김학용 비서실장은 “김 대표가 일정이 많아서 피곤해 보인 것일 뿐 (회동 결과가) 불만족스러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회동 뒤 4·29 재보선이 치러지는 광주 서구을 선거 지원을 위해 광주행 케이티엑스(KTX)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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