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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에도 웃지 못한 단원고 탁구부 선수들

  • 허완
  • 입력 2015.04.16 16:02
  • 수정 2015.04.16 16:04

힘겹게 얻어낸 승리였지만 그 흔한 승리의 세레모니도 없이 그저 엷은 미소만을 띠었다. 승리의 기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탁구부가 참사 1주기인 16일 하늘로 간 친구들과 학교에 있는 동료 학생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단원고 선수들은 이날 오후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제61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 여고 단체전 준결승에서 서울 독산고와 두 시간이 넘는 접전을 벌인 끝에 3대 2로 힘겹게 결승행 표를 거머쥐었다.

선수들은 '별'이 된 지 1년이 된 친구들에게 승전보로 작은 기쁨과 위안을 주고 싶은 마음에 온 힘을 쏟아냈다.

경기장 뒤편 스탠드에 자리한 동료선수들은 힘찬 박수와 외침으로 응원의 기를 불어넣었다.

선수들의 붉은색과 감청색 윗옷 유니폼에는 작은 노란 리본이 달려 1년 전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응원석에는 박세리 선수의 부모 두 명만이 찾아 다소 쓸쓸한 분위기였지만 선수들은 기죽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2대 2 막상막하의 상황에서 마지막 단식 3게임에 나선 이지은이 승리를 확정하자 동료 선수와 박 선수의 부모는 힘찬 박수를 보냈고 출전선수들은 가벼운 목례로 보답했다.

오윤정 코치와 선수들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내일 결승이 있다. 우승에 자신 있다"는 말만 했을 뿐 별다른 반응 없이 경기장을 떠났다.

가슴을 졸이며 응원을 한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 박성범(53)씨는 "탁구부원들이 경기 전에 '동료 학생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게임을 할 것이고 꼭 우승해 먼저 하늘로 간 학생들에게 좋은 선물을, 재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선수들의 각오를 전했다.

단원고는 17일 결승전에서 대구 상서고를 꺾으면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단원고 탁구부는 지난해 그 큰 슬픔과 아픔 속에서도 '눈물의 우승'으로 대회 2연패를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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