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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은 갈수록 교묘해진다

ⓒ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는 가운데 '검은 돈'을 주고받는 방식도 새삼 부각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15일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천만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 정황이 담긴 진술이라며 보도한 내용에 '음료 박스'라는 새로운 돈 전달 방식이 등장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성 전 회장 측 인사가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이 총리의 선거사무소에 방문해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비타 500'(음료) 박스를 들고 올라갔고, 테이블에 놓고 나왔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매체는 "봉투에 5만원권을 담아 들고 간 것으로 안다"는 성 전 회장 최측근의 말을 보도해 '뒷돈 거래 방식'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기도 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5만원권이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 '검은 돈'의 거래 방식이 더 교묘해진 것이다.

과거에는 사과 상자에 가득 채운 1만원권이 '은밀한 돈'의 대표격이었다. '007 가방'이나 '라면 상자'도 단골손님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2009년 5만원권 발행 이후 같은 액수라도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되면서 전달 수단으로 알려지는 물건도 더 작아지고 다양해졌다.

2012년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인인 사업가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을 때는 5만원권이 든 쇠고기 선물 택배상자와 중국산 녹각(사슴뿔)상자가 수단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조현룡 전 새누리당 의원이 철도부품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을 때는 1천만원이 편지봉투 안에 들어가는지를 놓고 검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각종 사건에서 와인 상자, 케이크 상자 등도 등장했고, 이번에는 3천만원을 너끈히 담아낸다는 '비타 500 상자'까지 나왔다.

이날 경향신문 보도 이후 인터넷상에는 '이 상자에 5만원권으로 총 5천500만원이 들어간다'거나, '5만원권으로는 3천만원을 넣어도 절반 이상이 남는다', '1만원권으로는 1천500만원이 들어간다'는 등 실험 결과(?)가 올라오기도 했다.

또 해당 제품의 판매사인 광동제약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수사팀에는 금품 전달 수단을 밝혀내는 것처럼 당시 현장의 정황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이가 숨진데다 언급된 대상자들은 사실을 부인하고, 현금으로 전달했다면 더욱 실체 규명이 어려운 상황에서 '3천만원이 든 음료 상자'처럼 상세한 단서가 수사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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