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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자진사퇴' 거부하다(동영상)

ⓒ한겨레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자진사퇴 요구가 15일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이 총리는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내 목숨을 내놓겠다"라는 극단적인 발언으로 결백을 주장했지만 여당 지도부가 검찰수사 우선대상으로 지목하면서 '국정 2인자'로서 직무수행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하면서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당내 일각에서는 이 총리는 물론 관련자 전원의 사퇴나 직무정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커지면서 사퇴 불가피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양상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일방적 주장만으로는 거취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사퇴를 거부해 야당과 여권 일각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친이계 "부총리가 대행하면 된다"

=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일 (해외순방차) 출국하는 동안 직무를 대행할 사람이 총리인데, 부패 문제로 수사를 받느냐 마느냐 하는 총리가 대행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정의 막중한 책임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이럴 때를 대비해서 부총리가 두 명 있지 않느냐. 부총리가 총리업무를 대행하면 된다"며 '국정공백'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김문수 당 보수혁신위원장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1백만 공무원의 최고수장으로서 본인이 진퇴에 대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면서 "공직의 최정점에 계시는 분이 이런 상태에서는 공직이 불능 상태로 갔다"고 지적했다.

친이계인 김용태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이 총리는 명명백백한 진실규명을 위해 총리직을 사퇴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검찰의 완벽한 독립조사를 위해 대통령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의 직무정지도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직자는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친이계 인사들이 이 총리 사퇴론의 전면에 서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해 검찰의 자원외교비리 의혹 수사를 촉발한 이 총리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 김무성 "모든 가능성 다 열어놔"

= 이런 가운데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이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며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국정의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라며 '방어막'을 쳤다.

그러나 인천 강화군을 방문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당내 일각의 사퇴 불가피론과 관련,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면서 "그런 의견 수렴을 잘해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국민적 의혹을 빨리 씻는 것 그 이상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나 듣기에 따라서는 최악의 경우 이 총리의 사퇴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당내에서는 박 대통령이 16일 해외순방길에 오르는 만큼 이 총리의 사퇴는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의견과 함께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여권의 국정장악력에 미칠 악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 野 "답은 총리직 사퇴"

= '성완종 파문' 사태 초기부터 관련자 사퇴를 촉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도 이 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을 겨냥한 강도높은 공세를 이어갔다.

문재인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를 향해 "현직 총리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나라 체면도 말이 안 된다. 총리가 수사를 자청하려면 스스로 직책부터 내려놔야 할 것"이라며 "국민을 더이상 참담하게 만들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목숨을 내놓겠다고 국민을 협박하며 결백을 강조하는데, 이렇게 해서 지켜질 총리직이 아니다"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말을 반복하지 말라. 답은 총리직 사퇴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총리는 사실상 끝났고, 더불어 홍 지사도 끝났다. 사실상 박근혜 정권도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고,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이 총리가 자진사퇴하지 않는다면 헌법에 의거해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오영식 최고위원도 "의혹에 관계된 모든 사람을 철저하게 수사하는게 맞다"며 "관계자들은 즉각 결단해서 사퇴하고 수사에 응해야한다"고 촉구했다.

◇ 이총리 "증거 드러나지 않았는데…"

= 이 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야당의 거취 정리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선출직 정치인이 그런 메모나 일방적 한쪽 주장만 갖고 거취 문제를 결정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이 이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으려면 거취를 표명하는 게 사는 길'이라는 새정치연합 정성호 의원의 지적에 "(정 의원이) 혹시 어떤 사건에 연루됐을 때 정확하게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는데 사퇴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어 "공직자가 근거 없는 말 때문에 이렇게 궁지에 몰리고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 아니겠느냐"며 "지금 누구의 말이 맞는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는 특히 "총리라는 자리가 일시적인 어떤 특정인의 이런 식(일방적인 폭로)으로 인해 그런 식으로 영향을 받으면 총리를 하기 대단히 어렵지 않겠나"라며 "저는 한 나라의 총리다. 총리 직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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