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샤넬의 칼 옹이 오신다니...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패션 디자이너는 딱 두 사람. 가브리엘 샤넬과 이세이 미야케. 둘 중에서도 가브리엘 샤넬은 패션을 통해 이 세상 여자들을 아름답고 자유롭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 사후에도 브랜드의 마케팅과 크리에이티브에 박차를 가해 세계적 패션 브랜드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는데, 그 공의 대부분이 1984년부터 샤넬에 조인해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있는 현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이다. 그 칼옹이 오는 5월, 서울에 온다. 소식을 듣자마자 2007년에 내가 참석했던 LA 샤넬 크루즈컬렉션의 추억이 떠올랐다.

  • 신혜연
  • 입력 2015.04.15 09:38
  • 수정 2015.06.15 14:12
ⓒASSOCIATED PRESS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패션 디자이너는 딱 두 사람. 가브리엘 샤넬과 이세이 미야케. 둘 중에서도 가브리엘 샤넬은 패션을 통해 이 세상 여자들을 아름답고 자유롭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신축성 좋은 저지로 정장을 만들고, 멋진 숄더백을 만들어 두 팔을 자유롭게 해준 샤넬은 현대 인류 복식사의 이노베이터이다.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 사후에도 브랜드의 마케팅과 크리에이티브에 박차를 가해 세계적 패션 브랜드의 입지를 공고히 해왔는데, 그 공의 대부분이 1984년부터 샤넬에 조인해 혁혁한 공로를 세우고 있는 현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이다. 그 칼옹이 오는 5월, 서울에 온다.

헐리우드 스타들의 잔치였던 2007년 LA 샤넬 크루즈컬렉션

소식을 듣자마자 2007년에 내가 참석했던 LA 샤넬 크루즈컬렉션의 추억이 떠올랐다. 당시 신세계백화점의 멤버십 매거진인 의 편집장이었던 나는 2007년 5월에 LA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컬렉션에 초대받았다. 전 세계 프레스와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 년에도 수차례 패션쇼를 진행하는 샤넬이지만 크루즈컬렉션은 좀 다르다. 2000년부터 간헐적으로 파리, 뉴욕, LA, 베니스, 두바이 등 세계 주요도시를 돌며 여행과 휴식에 대한 영감을 바탕으로 진행하는 컬렉션이다. 당연히 여행지에서 입을 만한 옷들이 많이 나오고, 계절감 없이 전세계 어디에서든 사계절 편히 입을 수 있는 간절기 옷도 선보인다. 파리에서는 세느강과 버스 터미널, 뉴욕에선 그랜드센트럴역 등 여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장소에서 열렸다. 초대 인원도 전세계에서 5백명 내외이고, 유명 셀럽들이 모여 '그들만의 파티'를 제대로 한다. 프레스를 최우선으로 대우하는 샤넬답게 서울에서는 나와 <보그코리아>기자만 참석했다. 요즘 G드래곤이나 윤아 등 우리나라 셀럽들 초대받는 그 행사다.

2007년 크루즈컬렉션은 세계적 영화산업의 본거지인 할리우드가 있는 LA에서, 젯셋 트렌드를 끌어내고자 산타모니카 공항 격납고에서 열렸던 진정한 셀럽들의 잔치였다. 쇼 이틀 전에 도착해 LA의 베버리힐즈 포시즌 호텔에 짐을 풀고부터 일주일 동안 호텔 로비에서, 길에서 수시로 스타들과 마주쳤지만 쇼 당일은 은하수가 쏟아진 듯 엄청난 별들의 잔치였다. 벤츠 리무진으로 모셔져 간 허름한 격납고는 칵테일 바가 있는 1970년대 공항 라운지 스타일로 꾸며져 있었고, 자리마다 게스트의 이름이 펜 글씨로 쓰인 플라이트 백이 놓여 있었다. 내 바로 앞에 데미 무어, 린제이 로한, 다이안 크루거, 제시카 알바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차곡차곡 자리를 채웠다.

산타모니카 공항에 착륙한 샤넬라인

벽에 설치한 출발 도착 전광판에 '샤넬 라인'기의 도착 표시가 떴다. 멀리서부터 비행기의 굉음이 들리더니 동체가 착륙하는 듯한 강한 진동과 함께 문이 열리면서 태양 같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잠시 후 빛이 걷히자 비행기 문이 열리고, 트랩을 걸어 내려온 사람은 톱 모델 라켈 짐머만. 그녀가 입은 네이비 점프 수트는 항공기 기장의 유니폼에서 모티브를 따온 아이템이었다. 시크했다. 뒤를 이어 퍼스트클래스 승객들을 위한 60여점의 패션 제안이 이어졌다. 샤넬의 고정 모델인 브래드 크로닉은 물론이고, 당시에 상종가 모델이었던 이리나 라자르누, 샤샤 피보바로바, 리사 칸트, 베하티 프린스루, 이리나 쿠릴코바 등이 여행에 좋은 니트 소재 튜닉 드레스, 스키니진과 시퀸 박힌 야구 점퍼, 카고 스커트와 샤넬 트위드 재킷, 블랙 수영복과 드레스까지 젯셋족을 위한 프라이빗 쇼케이스 같은 세련된 컬렉션을 선보였다. 우리나라의 대표 모델이었던 한혜진과 김다울도 멋지게 제 역할을 해냈다. 백스테이지 취재 때 만나 반가웠던 다울씨 모습이 가끔 가슴 아리게 떠오른다. 또래의 글로벌 모델들과 깔깔거리며 즐겁게 어울리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 백스테이지에서 캠페인 모델이었던 클라우디아 쉬퍼와 내가 어깨가 부딪히는 걸 보고 '웁스'하던 그녀. 아, 정정! 내 어깨와 클라우디아의 팔꿈치가 부딪힌 거다.

쇼가 끝나자 셀럽들은 환호하며 기립해서 칼 라거펠트를 맞았고, 제시카 알바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복숭아빛 시폰 드레스보다 사랑스런 미소를 던졌고, 데미 무어는 살짝 날카로운 눈빛으로 옆 사람들을 제끼고 앞으로 나갔다. 세기의 스타일리스트이자 당시 <보그 프랑스> 편집장이던 카린 로이펠트는 칼과 공기 한 층 안 들어가게 딱 붙어서 수십 개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었고, 칼의 뮤즈인 아만다 힐레치는 좀 떨어져서 우아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디타 본 티스의 리얼한 레드 립 컬러를 코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친절하고 품위 있는 미소로 우리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촬영도 했던 다정한 다이언 크루거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가끔 방송이나 매체에서 밀라 요보비치가 나올 때면 당시 만삭이던 밀라 요보비치가 간이 화장실에서 '쏘리, 쏘리...' 하며 사람들을 헤치고 나오던 장면이 떠오른다. 세상에.

그리고 나도 위대한 칼 옹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샤넬 코리아 홍보담당자가 나를 옆으로 밀어붙이며 '얼른 사진 찍으세요. 영원히 남을 기록이 될 것'이라고 보탰다. 말 그대로 그 사진은 8년이 지난 요즘도 내 SNS에서 내 전직을 거론하게 하고, 가끔씩 '좋아요'를 낚아 올리는 소중한 전리품 중 하나이다.

크루즈컬렉션은 여행을 위한 의상 제안

내가 기억하는 샤넬의 크루즈컬렉션은 이런 것이다. 거의 모든 게스트가 샤넬의 제품으로 치장하고 와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존경을 표시하고, 그의 새로운 제안에 열렬한 반응을 보여주는 것. 블랙 앤드 화이트, 진주와 CC로고, 퀼팅백과 트위드 등으로 또렷하게 빛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여행'이란 테마 아래 한 순간 결집하는 장소가 샤넬 크루즈컬렉션이다. 지금도 당시의 LA 출장을 출장이라 안하고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베버리힐즈의 포시즌에 숙소를 잡고, 일주일 동안 샤넬 로고가 붙은 벤츠 리무진을 타고 LACMA와 게티뮤지엄, 파머스마켓, 베버리힐즈를 두루 돌아다니며 LA를 즐겼다.

5월에 서울에 올 전세계의 샤넬 마니아와 셀럽들도 내가 LA에서 그랬던 것처럼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2015 샤넬 크루즈컬렉션의 기억이 서울에서, DDP에서 열려 더 인상적이고, 이후 전세계 패션계 사람들에게 서울이 더 세련되고, 멋진 도시라 다시 여행하러 오고 싶은 그런 곳이 되도록 '샤넬'이란 단어가 작용했으면 좋겠다.

이번 칼 라거펠트의 내한은 샤넬 코리아의 끊임없는 노력과 작년에 '문화샤넬전'을 DDP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데 따른 결과로 어렵게 성사되었다 한다. 거기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칼 라거펠트의 바로 옆에서 일하는 텍스타일 아트디렉터 김영성씨의 역할도 크다. LA에서 처음 만났던 김영성씨는 이후 다른 인연으로 몇 년에 한번씩 소식을 주고 받는데, 유럽의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거의 없던 시절에 혼자 힘으로 샤넬에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서 칼 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아트디렉터로 우뚝 솟은 그녀의 인생 자체가 입지전적이다. 그녀가 칼과 함께 서울에 금의환향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이래저래 2015년 패션업계 최고의 이벤트가 될 큰 행사라서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샤넬 크루즈컬렉션에 대한 기대들이 크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해서 동시간 대에 손바닥 안에서 컬렉션을 볼 수 있는 세상에 초대가 중요할까 싶긴 하지만 그게 중요한 분들도 있기 마련. 어렵게 초대를 받았다면 옷 좀 예쁘게 차려 입고 가시길 바란다. 어렵다면 컬러만 블랙 앤드 화이트로 맞춰도 중간은 한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샤넬의 마케팅 파워에 기대어 서울리어들이 만들어내는 패셔너블한 서울 홍보 한번 멋지게 더 해보자.

* 샤넬 크루즈컬렉션이란,

샤넬은 일 년에 일곱 번 정도의 컬렉션을 통해 시즌 신상품의 방향을 제안한다. 매년 봄가을에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주문에 따라 체형에 맞게 수선이 가능한 맞춤복) 2회, RTW (Ready-to-Wear, 샤넬 매장에서 바로 사 입을 수 있는 기성복) 2회, 프리컬렉션 (Pre-Season, 시즌 시작 전에 간략히 선보이는 쇼) 2회, 공방컬렉션(Metiers d'Art, 자수와 레이스 등 공예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을 최대한 보여주는 쇼) 1회, 크루즈컬렉션(Cruise, 계절과 계절사이의 간절기에 리조트 여행 의상을 위한 쇼) 1회를 연례적으로 진행하고, 그 외 이벤트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들도 있다. 칼 라거펠트는 샤넬 외에 펜디와 자신의 브랜드 칼 라거펠트도 관여하고 있으니 이런 종류의 컬렉션을 수장으로써 직접 진두지휘하며 매년 스무 번씩 치러낸다는 이야기다. 1933년생이라는 그의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샤넬 #칼라거펠트 #크루즈컬렉션 #2015 #ddp #서울 #패션 #라이프스타일 #신혜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