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파트에 '식물공장' 들어선다

ⓒ한겨레

도심 고층빌딩 안에서 빛과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환경조건을 자동으로 제어해 계절에 상관없이 농작물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인 ‘수직농장’(식물공장)이 서울에 처음으로 도입된다. 특히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 기부채납 형태로 들어선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는 양천구 목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대신 공공에 수직농장 건물을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방안이 확정단계에 이르렀다고 13일 밝혔다. 그동안 기부채납 대상은 대부분 도로나 공원이었고, 수직농장을 기부채납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정광현 서울시 민생경제과장은 “3층 규모로 수직농장을 지어 1층은 교육장소로 이용하고, 2층과 3층에는 엽채류 등의 식물을 정보통신기술 융복합 시스템으로 재배하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애초 수직농장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딕슨 데포미에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30층짜리 수직농장을 지으면 5만명이 먹을 식량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24시간 재배가 가능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농장이기 때문에 운송비가 줄어들고, 대규모 근대 농업이 가져온 농약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자동제어 시스템이 적용되는 빌딩 규모의 수직농장이 도입된 적은 없다. 아직 생산성이 떨어져 높은 초기 투자비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09년 경기도 남양주시가 국내 최초로 부지 300㎡에 지상 5~6층 규모로 수직농장을 짓겠다고 했지만 이런 문제 탓에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영식 원예경영과장은 “설치비를 비교하면, 비닐온실이 평당 20만~30만원, 유리온실이 100만원인데 수직농장은 10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생산된 농작물 가격은 차이가 나지 않아 사업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다만 “초창기 유리온실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수직농장 역시 현재로선 사업성에 대한 기대는 낮다. 다만 관련 기술 개발과 노하우 획득을 지원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직농장은 전자동 제어시스템에 의해 작동된다는 점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정보통신업체들이 수직농장을 미래산업으로 삼아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으며, 파나소닉은 지난해 싱가포르에 세운 수직농장에서 고품질의 채소를 재배해 일본 레스토랑에 공급하는 성과를 일구기도 했다.

정 과장은 “국내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아직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이들이 기술 개발 노하우를 얻을 수 있도록 서울시가 땅을 빌려주는 방식 등으로 민간과 협력해 수직농장을 추가해 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환경 #수직농장 #식물공장 #빌딩농장 #도시농업 #농작물 #재건축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식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