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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월 14일 06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14일 14시 12분 KST

장동민과 '일베' 밖 남자들

"여자는 꽃"이라고 지칭한 '착한 과장'과 "어디서 분 냄새를 풍기고 다니냐"는 '나쁜 부장'은 같은 사고에서 출발한다. 단지 그 말이 '견딜 만한가' 정도만 차이가 날 뿐이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내가 장동민과 다르다'는 선언도 아니고 '나는 일베를 하지 않는다'는 증명도 아니다. 우리 안에 보편적으로 펼쳐진 여성혐오와 젠더감수성 문제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다. 만약 당신이 아직도 '여성은 꽃'이라는 말이 왜 문제가 되는 지 모르고 '개념녀'라는 말을 칭찬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매일 누군가에게 '견딜 만한' 여성비하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MBC

여자들이 멍청해서

요새 가장 '핫'하다던 장동민이 사고를 쳤다. 옹달샘(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멤버와 함께 녹음한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여성비하 발언을 한 것이다.

유상무 : 여자들은 잘 들어야 해. "남자들이랑 잤어." 라는 이야기는 안 해도 "나 남자하고 그때 여기서 소주 한잔 했는데"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자가 있어. 남자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그럼 소주 먹고 뭐했어?" 이게 되는 거거든. 지금 나랑 소주 먹고 있거든. 나하고 있다가 잘 거거든. 그럼 뭐야. 그 새끼하고도 그런 거 아니야.

장동민 : 여자들은 멍청해서... "나는 네가 첫 키스인데..." 하면 좋아. (남자는) 알아도 (속는 거지). 그런데 여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니까? "아... 나는 키스는 해봤어..." 그럼 볼 장 다 본 거야. 남자랑 트러블을 만들기 싫으면 여자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해.

이들은 '여성의 처녀성'을 주제 삼았다. 거짓을 해서라도 그들의 처녀성과 순결성을 증명해서 남성을 안심시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팟캐스트 방송 내내 '자신의 성 경험을 털어놓는 여자'를 조롱하며 낄낄거렸고, 멍청한x, 시x년, 개x년 이라는 심한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졌고 최근 '무한도전 식스맨'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장동민은 큰 비난을 받았고 SNS 계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라고? 루저녀를 기억하는가

일부에서는 이 발언을 '표현의 자유'라고 변호한다. 술자리에서 얼마든지 통용될 수 있는 '남성들의 농담'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렇다면 루저녀를 기억하는가? KBS에서 방영된 '미녀들의 수다'에서 그녀는 '키 180cm 이하는 다 루저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가 큰 비난을 받았다. 풍문에 의하면 그녀는 그 발언 한 번 때문에 각종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적정 수준의 '물리적 조건'을 갖추지 못한 남성을 '루저'라고 했으며 이는 남성 비하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분명 '표현의 자유'가 있었고 그래서 법적인 제재는 받지 않았다. 대신 온갖 '사적 제재'를 받으며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국민 MC 유재석은 방송 무한도전에서 여자 출연자에게 '화장을 좀 하고 오지 그랬냐'라고 핀잔을 주고, 홍진경에게 '요리를 하니까 천상 여자다'라는 등 명백한 성차별적 표현을 했지만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유재석의 발언에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하면서 루저녀에게 발끈하는 것은 젠더 감수성의 학습에서부터 출발한다.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 여성이란 존재는 보통은 '성적 대상'이다. 그녀와 잤는가, 그녀는 예쁜가, 그녀의 신체는 얼마만큼의 성적 매력을 가지고 있는가. 만약 다른 방식으로 여성을 접근하면 '남성들의 농담'에 벗어나는 주제가 되고 혹여나 그런 '품평회'를 거부하게 되면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 배제되거나 제재를 받게 된다.

남성들의 커뮤니티는 그런 방식으로 유지되고 남성들은 그 커뮤니티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을 학습한다. 남성들이 우위를 점한 사회 전반에서 그들은 손쉽게 그들의 인식을 꺼낸다. "여자는 꽃"이라고 지칭한 '착한 과장'과 "어디서 분 냄새를 풍기고 다니냐"는 '나쁜 부장'은 같은 사고에서 출발한다. 단지 그 말이 '견딜 만한가' 정도만 차이가 날 뿐이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이 '비하'의 객체가 되어본 적은 없다. 그들이 남성으로서 겪는 고초는 오히려 '남성성의 이탈'에 집중돼 있다.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서 요구하는 '남성다움'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그들은 비로소 비하를 받게 된다. 그들이 루저녀의 발언에 심한 불쾌감을 느낀 것은 그만큼 그들이 '여성이 주도한 비하발언'에 익숙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남자들은 다 그래'와 '일베는 다 그래'

남자들을 모두 다 '장동민'에 비견할 수 없다. 많은 남성들이 장동민과 유사한 '젠더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이를 거부하는 남성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장동민의 문제를 남성들의 '숙명'이나 '유전자적 결함'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문제를 장동민 혹은 남성 어느 일방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대신에 우리 안에 '젠더 감수성' 문제를 꺼내고 분명한 경계를 설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일베발 여성비하를 일베 안으로 내몰고 그들에게만 낙인 찍어서도 안된다. 일베를 향한 낙인찍기를 하는 동안 일베 밖 남성들은 낙인찍기에 동조하면서 죄책감을 덜게 된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일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젠더 감수성'에 대한 문제다. 일베발 발언이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더 나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베 밖 남성들의 여성비하 발언이 '나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일베는 다 그래' 라고 선언하는 순간 여성비하는 일베의 고유한 것이 된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내가 장동민과 다르다'는 선언도 아니고 '나는 일베를 하지 않는다'는 증명도 아니다. 우리 안에 보편적으로 펼쳐진 여성혐오와 젠더감수성 문제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다. 만약 당신이 아직도 '여성은 꽃'이라는 말이 왜 문제가 되는 지 모르고 '개념녀'라는 말을 칭찬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매일 누군가에게 '견딜 만한' 여성비하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 이 글은 '직썰'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