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성완종리스트 : 특별수사팀이 밝혀내야 할 5가지

  • 허완
  • 입력 2015.04.13 14:21
  • 수정 2015.04.13 14:43

검찰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지난 금요일(10일) 경향신문의 단독보도로 이 메모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질 때만 해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건넨 돈이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의혹이 11일 추가로 보도된 이후의 일이다.

관련기사 : 박근혜 대선자금? 성완종, "홍문종에게 2억원 건넸다"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 여당과 야당, 또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언급된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특별수사팀에 ‘엄정한 수사’를 주문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이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거나 맡았던 ‘실세’들이라는 점

2.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

특별수사팀의 어깨도 그만큼 무겁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밝혀내야 할 것들도 많다. 특별수사팀이 밝혀내야 할 5가지를 정리했다.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야당 대선자금’이나 ‘노무현 정권 특별사면 의혹’보다 더 시급하게 밝혀야 할 것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8인. (왼쪽 윗줄부터 이완구 국무총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이병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1. 심부름꾼의 증언

심부름꾼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성완종 전 회장이 이미 사망한 탓에 추가로 진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내용을 증언할 수 있는 건 돈을 대신 전달했거나 전달 과정에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 밖에 없다.

성완종 전 회장은 사망 직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심부름꾼’의 존재를 언급했다.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돈을 건넸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다.

2011년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 당시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경우, 이미 ‘윤모씨’라고 알려진 전달자가 나타난 상태다.

윤씨에 대해서는 며칠사이 상당한 정보가 쏟아졌다. 경남기업 전 관계자이자 성 전 회장과 외가 쪽 인척 관계에 있는 인사인 윤씨는 세계일보·서울신문·동아일보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2010년과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홍준표 지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리스트에 언급된 나머지 6인에 대해서도 ‘심부름꾼’의 증언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금품 제공이 사실이고 '심부름꾼'도 실제로 존재할 경우 스스로 검찰 등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금품메모'와 언론 상대 인터뷰가 진실을 밝히고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언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4월10일)

2. 금품 전달 내역 기록의 존재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돈을 건넨 내용이 기록된 자료가 있는지 여부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성완종 리스트’의 사실관계를 입증할 유력한 정황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56글자’ 짜리 메모만 남긴 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가 처음부터 이번 폭로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메모.

성완종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던 날 새벽, 경향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작심한 듯 관련 내용을 폭로하며 “녹음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녹음 잘 되고 있냐”고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폭로 이후’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모아놓았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ㄱ씨 등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성 전 회장은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2~3일 동안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불법자금 전달 경위와 입증자료 등을 핵심 임원들과 함께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현 정권과 ‘전쟁’을 벌이기로 한 성 전 회장이 ‘비밀 병기’를 준비한 셈이다. (한겨레 4월13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10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 육성 녹음파일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1억원을 줬다며 ‘돈 전달자’로 윤모씨를 지목했다. 성 전 회장이 이 사실을 폭로하기 직전 윤씨를 찾아가 단독 면담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12일 “윤씨는 최근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성 전 회장이 당시 윤씨를 찾아간 일이 있으며, 이유는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 여부를 다시 확인받기 위한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4월13일)

성 전 회장의 폭로에 따르면, 돈을 건넨 시기는 모두 제각각인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인터뷰와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돈을 건넨 시기는 각각 2006년과 2007년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011년이라고 지목되어 있다. 다소 시간이 지난 사례도 있는 만큼 관련자들의 증언은 물론 '물증'이 있는지 여부는 중요한 수사 대상이다.

3.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

경향신문이 11일 추가로 공개한 성 전 회장과의 인터뷰에는 처음으로 ‘대선자금’이 등장한다. 홍문종 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2억원을 건넸다고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덧붙인 것. 홍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조직 분야’를 담당했다.

홍문종 의원의 경우 2012년 대선 당시 캠프 핵심인사 자격으로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김기춘·허태열 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자칫 박근혜 정부 존립의 정당성마저 위태로와질 수 있는 사안이다.

불과 3년여 전의 일이라 정치자금법 적용 공소시효 논란도 해당되지 않는다. (CBS노컷뉴스 4월11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12월 20일 대선에서 당선된 다음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맨 앞줄의 김용준(오른쪽 두번째)·정몽준(오른쪽) 공동선대위원장의 바로 뒷줄에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앉아있다. ⓒ한겨레

성 전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홍문종 의원이 정식 회계처리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사용한 셈이 된다. 정치자금법 공소시효는 7년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 부분까지 수사할 경우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한겨레 4월11일)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정윤회 문건’ 의혹 당시 해당 문건을 ‘루머’로 단정하는 등 검찰에 사실상의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4. 검찰의 별건수사 의혹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또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별건수사’가 있었다는 사실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폭로했다. 검찰이 ‘딜’을 제안했다는 얘기도 했다. 검찰이 사전에 각본을 짜놓고 성 전회장을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서의 각본은 물론 ‘이명박 정권 겨누기’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제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해봐도 또 없으니까 또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며 “(검찰이) 저거(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랑 제 것(배임·횡령 혐의)을 ‘딜’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 측근은 “검찰이 성 회장 아드님이 회사 법인카드를 한 달에 200만원 쓴 것까지 횡령 혐의에 포함시키자 ‘이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4월12일)

‘별건수사’는 애초 수사하던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을 때, 수사기관이 별개의 혐의를 끄집어내 피의자를 압박하는 관행을 뜻한다. 별건수사는 오랫동안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으로 지목되어왔다.

누구보다 이런 관행을 잘 알고 있을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별건수사는 아니었다’고 해명한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다음은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검사 출신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말이다.

권 의원은 “분식회계가 간단한 거다. 모든 기업이 안 걸릴 방법이 없다”면서 “(검찰이) 그 다음에 ‘회사 망할래 아니면 돈 준 거 불래’라면서 첩보 없는 상태에서 거래를 하려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뉴스1 4월13일)

뉴스1 등의 보도에 따르면, 검사 출신인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도 별건수사 문제를 지적하며 “특별수사팀을 꾸려서 한들 불신을 완전하게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5. ‘구명전화’의 내용

고 성완종 전 회장의 사망 전 행적도 중요한 수사 대상 중 하나다. 그가 사망 전 현 정권 주요 인사들에게 집중적으로 전화를 걸어 ‘억울하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됐던 인물들 중 일부는 ‘최근 성완종 회장에게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한 상태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과거 금품제공 사실을 언급한 통화내용 등이 있느냐 여부다. 13일 조선일보가 검찰 등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리스트’의 존재를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검찰이 지난달 18일 경남기업 본사와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자 자신의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하고 회사 직원 명의의 휴대전화 2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전날인 8일까지 20일간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한 10여명의 현 정부 유력 인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전화번호가 갑자기 바뀐 탓에 상대방이 성 전 회장임을 모르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저 성완종입니다. 전화 받아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도 여러 통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화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8일 밤까지 계속됐으나 자살한 9일에는 유력 인사와의 접촉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중략)

일부 친박 인사들은 "성 전 회장이 전화를 걸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리스트를) 까겠다'고 해서 '깔 테면 까라'고 말했더니 많이 서운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4월13일)

앞서 한겨레 등이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은 현장에서는 2대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이 휴대전화는 ‘판도라의 상자’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폴더가 열린 채 바닥에서 발견된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에서 지난해 출시한 제품이다. 전화통화가 끝나면 통화 내용 저장 여부를 묻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뜬다. 통화 전 녹음버튼을 일일이 누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주요 통화 내용 상당수가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성 전 회장이 자신이 금전적으로 도왔던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구명 전화를 걸었다면, 금품수수 정황이 녹음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겨레 4월10일)

반면 조선일보는 13일 “검찰은 그러나 휴대전화 분석에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금품 거래 내역을 뒷받침할 만한 문자메시지나 녹음 내용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