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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가 홍신자가 명상에 대해 말하다

  • 김도훈
  • 입력 2015.04.13 12:24
  • 수정 2015.04.13 12:25

계속 물었다. 대답은 같았다. “놓으세요. 그냥 놓으세요.” “놓기가 어렵잖아요. 그것은 포기가 아닌가요?” 그러자 웃으며 말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놓으면 돼요. 얼마나 쉬워요.”

그는 다시 설명한다. “모든 고통의 근원은 집착에서 시작돼요. 과거도 놓으세요. 과거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집착을 버리면 깨닫게 돼고, 고민은 없어져요. 버리고, 버리고, 다시 포기하고, 포기하다 보면 결국 가장 중요한 것만 남아요. 그때 자유가 와요.”

무용을 포기하고 구도의 길을 찾아 인도에 온 그를 세계적인 영성가 오쇼 라즈니쉬(1931~90)는 ‘진흙 속에 피어난 연꽃’이라고 칭찬했다. 그의 마지막 영적 스승인 니사가다타 마하라지는 “너는 이미 삶은 환영뿐이라는 진리를 보았다. 네가 원하는 바를 따라가라. 아무 두려움 가질 것 없다”며 속세로 돌아가라고 했다. 그래서 또 물었다. “어떻해야 자유롭고 행복한가요?”

세계적인 전위적 현대무용가에서 이제는 영성가로 이름을 얻고 있는 홍신자(75·사진)씨는 “놓지 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식과 편견을 깨는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삶을 살아왔다. 나이와 시간, 타인의 시선이라는 제한이 그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27살이라는 ‘너무도 늦은 나이’에 그는 현대무용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년만에 세계 최고의 무용수로 꼽혔다.

36살 때 “나는 누구인가”의 해답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인도에 가서 걸인처럼 3년을 살았다. 차가운 맨바닥에 이불도 없이 몸을 눕혔다. “어느날 길거리에 자다가 눈을 뜨니 햇살이 따뜻하게 비쳤어요. 바람과 나무, 돌들이 햇살에 반짝이며 깨어나는 것을 보았어요. 나의 의식은 모든 것을 향해 깨어 있었고, 모든 지식이나 관념에서 해방되는 것을 느꼈어요. 아마도 그때 절대적인 사물의 존재를 경험한 것 같아요.”

지난 5일 봄비가 흩날리는 서울의 한 공원에서 그를 만났다. 2010년 독일 출신 귀화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교수와 ‘황혼 재혼’을 하며 파격적인 결혼식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그이기에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이 행복인가요?”부터 물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나의 선택입니다. 하고픈 것을 하지 않는 것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안이하게 자신과 타협하는 것이지요. 변명을 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 합니다. 자유를 가질 수 없어요.”

다시 물었다. “명상을 잘해야 깨달을 수 있나요?”

그는 말한다. “명상은 자신을 그저 지켜보는 겁니다. 명상을 하면 자기애(自己愛)로 들끊는 에고와 이를 지켜보는 자기 자신 사이에 텅빈 통로가 생깁니다. 명상이 깊을수록 이 통로는 커집니다. 에고를 뚫고 저 깊은 내부에서 울려나오는 소리를 외면하면 안돼요. 그것은 바로 영혼의 애정 어린 속삭임이니까요.”

그는 ‘명상은 곧 생활’이라고 한다. 그리고 먹는 것을 예로 든다. “음식이 있으면 우선 눈으로 보잖아요. 보는 것에 희열을 느낍니다. 무한히 씹고 싶어집니다. 한참 씹다보면 삼키는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결코 먹는 것에 집중하지 않아요. 먹는 시간에 이야기를 하고, 텔레비젼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합니다. 먹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면 바로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것은 충분히 먹는 것이 아니죠. 음식은 오래 씹어야 흡수도 잘 됩니다. 그래야 건강해집니다. 먹는 습관이 잘못돼 있어서 질병도 옵니다. 명상은 우선 먹는 습관을 바로 잡는 데서 시작합니다.”

그는 명상을 가부좌 틀고 어렵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명상은 빨래하면서, 설겆이 하면서, 걸으면서, 춤을 추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노동을 하면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깨어있는 삶을 위해선 자신의 환상을 과감히 깨버리라”고 충고한다. “환상은 복잡한 현실을 잊게 하는 달콤함을 줍니다. 환상이 달콤 할수록 삶은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환상은 무생물이 아닌 달리는 생명체입니다. 한순간 우리에게 달려들어 뒤통수를 덥석 물어버립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깨우친 구도자의 고상한 말이나 태도를 발견하지 못하고 실망한다고 말할 때 기쁘다고 말한다. “저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할 때 할 일을 한 것 같아 기뻐요. 그것은 어떤 명상법보다 더 큰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니까요.”

그는 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몸을 삶의 도구로 전락시킬 때 영혼으로부터 멀어집니다. 몸이 사라지면 영혼도 사라집니다. 그래서 몸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는 몸을 잘 관리하기 위해 먹는 것에 주의한다고 했다. “뭘 주로 드시나요?” “오곡현미밥을 주로 먹어요. 풍부한 섬유질이 있어 서서히 흡수돼 조금 먹어도 공복감이 없어요. 조리하지 않은 상추나 샐러드에 한두 가지 반찬을 먹어요. 소박한 밥상은 마치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동양화처럼 기쁨을 줍니다. 육식은 몸을 무겁게 해서 피해요.”

홍씨는 새달 1일부터 1박2일로 <한겨레> 휴센터가 주관하는 ‘자기치유 워크숍-지금 여기 자유를 살다’에서 명상 강의를 할 예정이다.

“명상은 비워서 나를 치유하는 거예요. 마음만 열면 명상을 잘할 수 있어요. 명상을 생활화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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