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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대권 출정, 막 오른 미국 대선 레이스

  • 원성윤
  • 입력 2015.04.13 05:44
  • 수정 2015.04.13 06:24

여야를 통틀어 부동의 1위를 달리는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오후 공식 출사표를 던진 게 그 신호탄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선거캠프 홈페이지인 '뉴캠페인(New campaign)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2분19초짜리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중산층 경제'를 강조하면서 "평범한 미국인들은 챔피언을 필요로 하고 있고 내가 그 챔피언이 되고 싶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 주부터 곧바로 선거 운동에 돌입한다.

현재 대권 도전을 선언한 후보는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텍사스)·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을 포함해 모두 3명에 불과하지만, 클린턴 전 장관의 출마를 계기로 물밑 행보를 이어가던 잠룡들의 공식 출마 선언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주목할 대목은 민주·공화 양대 진영의 대선 경선구도가 대조적으로 짜이는 점이다. 민주당 진영은 초기 대세론을 등에 업은 클린턴 전 장관이 확실한 독주 체제를 구가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은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가운데 각양각색의 잠룡들이 '군웅할거' 하며 불꽃 튀는 경선전을 예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간 무한 정쟁으로 치닫던 워싱턴 정치의 무게추가 서서히 대선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당 경선 '힐러리 대세론'…"누구도 막을 수 없다"

민주당의 초기 경선 판도는 '힐러리 대세론'으로 압축된다. 마틴 오말리 전 메릴랜드 주지사, 짐 웹 전 버지니아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 링컨 차피 전 로드아일랜드 주지사 등이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현 시점에서는 누구도 '힐러리 대항마'가 되기에 역부족이다.

한때 출마설이 나돌던 조 바이든 부통령과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시간이 흐르면서 불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2월26일부터 3월31일까지 6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이 평균 59.8%의 지지율을 보였고 위런 의원은 12.2%, 바이든 부통령은 11.5%를 각각 기록했다. 출마의사를 내비친 샌더스 의원은 4.3%, 오말리 전 주지사와 짐 웹 전 의원은 각각 1.2%의 미미한 지지율에 그쳤다.

당내 반(反) 힐러리 진영에서조차 "힐러리는 누구도 세울 수 없는 기차"(an unstoppable train)라는 말이 나온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폴리티코에 "솔직히 말해 힐러리 외에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11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장관이 훌륭한 대통령(excellent president)이 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초기 대세론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초반 독주체제는 지지율이 상승 탄력을 받기 어렵고 오히려 내리막을 걸을 가능성이 큰 탓이다. 2008년 경선 때에도 대세론에 기댔다가 '새내기' 오바마 후보의 '검은 돌풍'에 추격을 당해 결국 고배를 마셨다.

특히 대선일까지 1년6개월이 넘는 기간 공세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정부 이메일 대신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한 '이메일 게이트'와 클린턴재단 기부금 과다유치 논란에 휩싸이면서 견고하던 지지율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미국 퀴니피액대는 9일 콜로라도와 아이오와, 버지니아 등 3개 경합 주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콜로라도와 아이와 주에서는 공화당의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에게 1∼3% 포인트 추월당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폴 의원 등 공화당 주자들이 클린턴 전 장관의 출마와 동시에 그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이슈를 부각시키며 앞다퉈 '힐러리 때리기'를 가속화하는 양상이어서 앞으로 주요 쟁점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형성될지가 대선판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선은 물론 본선과정에서 고령(68세·대선 승리 후 대통령 취임 시 70세)과 건강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될 소지가 있고, 2012년 국무장관 재직시절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선거유세 전략으로 '느리고, 작은 캠페인'을 삼은 것은 이런 대세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부자 몸조심' 차원으로 보인다. 첫 유세지도 2008년 경선 때 가장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아이오와 주를 골랐다.

초반 대세론은 전반적으로 경선판의 흥행성과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관심의 초점이 단조로운 민주당 경선보다 후보들간의 치열한 경합 속에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이 큰 공화당 경선에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93년부터 영부인과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내며 워싱턴 정치의 한복판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던 탓에 '한물간 인물'로 비치는 것도 부정적이다. 한 분석가는 "힐러리의 적은 힐러리"라며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느냐가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될 수 있는 후보라는 슬로건도 2008년 경선 때만큼 호소력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언론은 첫 여성 대통령 도전, 풍부한 관록, 준비된 이미지와 안정감, 압도적 인지도 및 지지율 등은 장점이지만 고령에다 구시대 이미지, 부자 이미지, 친(親) 월가 이미지 등은 단점이라고 분석했다.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판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으로 전망이 엇갈렸다.

◇공화당 경선 '군웅할거' 체제…"스타가 없다"

공화당 경선판은 다양한 후보들이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난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공화당 잠룡은 10명을 훌쩍 넘어선다. 크루즈와 폴 의원이 각각 지난달 23일과 지난 7일 각각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이 13일 지역구인 마이애미에서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는 출마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존 카식 오하이오 주지사,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보수 논객인 벤 카슨,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등도 출마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들 후보는 저마다 '힐러리 대항마'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클린턴 전 장관과 10% 포인트 안팎의 격차(리얼클리어 폴리틱스. 2월26일부터 3월31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후보들 간의 불꽃 튀는 경쟁과 합종연횡 흐름 속에서 대중적 관심이 공화당 경선으로 기울고 '경선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가 현 시점에서 주목하는 예비주자는 부시 전 주지사와 워커 주지사다.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지난 3월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부시 전 주지사와 워커 주지사가 각각 평균 17%와 15.8%를 차지하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크루즈·폴 의원은 9.2%에 그쳤으며 출마 준비 중인 루비오 의원은 6.8%에 머물렀다.

부시 전 주지사는 정치명문가인 '부시 가문'의 후광에다 최대 이민자 유권자층인 히스패닉계 부인을 둔 게 강점이다. 특히 자금 동원능력이 중요한 미국 선거 속성상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지명도를 가진 부시 전 주지사가 단연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벌써 '클린턴 가문'과 '부시 가문' 간의 대결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젊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워커 주지사도 눈여겨볼 기대주다. 중서부를 기반으로 보수 정체성을 강조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경선 과정에서 중도 온건 성향의 부시 전 주지사에 맞설 대항마로 꼽힌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크루즈 의원 역시 강경보수층인 '티파티'의 지지를 얻고 있고 폴 의원도 '자유방임주의'에 가까운 정통보수를 표방하고 있지만, 당내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루비오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 '오바마 돌풍'을 일으킬 히스패닉계의 총아로 꼽힌다. 쿠바이민자의 아들인 그가 대선에 당선된다면 미국역사 상 첫 히스패닉 대통령이 된다는 점에서 부시 전 지사 못지않게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Getting Started - Hillary Cli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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