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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일본인 기자 "10대 후반 위안부 20여명 끌려왔다"

  • 원성윤
  • 입력 2015.04.10 17:45
  • 수정 2015.04.10 17:51
ⓒ연합뉴스

신문기자 출신인 일본인 활동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 현지 군 비행장 공사 현장에 끌려온 조선인 남성과 위안부 여성이 있었다는 증언을 기록한 취재노트 사본을 경남 통영에서 공개했다.

가와세 순지(67)씨는 10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 시민모임(대표 송도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40년 전 취재노트 일부를 복사한 자료를 소개했다.

가와세씨는 나라현 일간지인 나라신문사(奈良新聞社)에서 1971년부터 1984년까지 13년 동안 기자로 근무했다.

일본 나라현 일간지 나라신문사(奈良新聞社)에서 1971년부터 1984년까지 13년 동안 기자로 근무한 가와세 순지(67·오른쪽)씨. 10일 경남도립 통영노인전문병원에서 생존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98·경남 통영)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그는 1975년 8월 일본 현지에서 인터뷰한 재일조선인 강정시(姜正市·당시 65세)씨의 증언 등을 작성한 취재노트를 근거로 일제강점기에 일본 나라현 덴리시 '야나기모토 비행장' 공사 현장에 조선인 남성 3천여명이 강제로 동원됐고 여성 20여명이 위안부로 끌려왔다고 설명했다.

원본은 따로 보관하고 있는데 전체 분량이 수백 쪽이다. 이중 조선인 강제 피해에 대한 부분은 20쪽 정도다.

취재노트에는 손으로 그린 시설물 배치도 등도 포함돼 있는데, 현재 비행장 시설 배치도와 비교하면 상당 부분이 일치한다.

위안부 여성 20명 중 절반은 통영, 그 나머지는 진주 출신이다.

그들 대부분의 연령이 10대 후반이라는 것 외에 이름 등 구체적인 명단과 주소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와세씨는 "위안소가 군인들이 이용했는지 대해서는 피해 당사자 증언이 없기 때문에 확인하지 못했고 공장 노동자들이 이용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위안소를 이용하는 사람이 군인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위치가 해군 관할지역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취재내용은 해당 신문에 연재됐다. 1985년, 1987년, 1992년 세 차례에 걸쳐 책으로 나왔다.

가와세씨는 "신문사 사풍이 아주 자유로워서 재일교포 문제나 차별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와세씨는 기자회견에 이어 경남도립 통영노인전문병원에 입원 중인 생존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98) 할머니를 만났다.

이어 2년 전 시민모임이 각계각층의 모금으로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 입구에 건립한 위안부 추모비 '정의비'를 둘러봤다.

가와세씨는 "할머니가 생각보다 건강하셔서 안심이 된다"며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13년 기자 생활 이후 저널리스트로 '야나기모토 비행장 안내판 철거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모임은 이 비행장 공사에 조선인 남성과 여성이 동원됐다는 내용 등을 담은 안내판을 한 공원에 설치했는데 덴리시가 갑자기 철거한 것을 두고 각종 비판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편 가와세씨의 이번 방문은 연합뉴스가 2013년 4월 위안부 추모 정의비 건립 소식을 일본어 뉴스로 송고한 것에서 인연이 됐다.

가와세씨는 "동료 활동가가 자료로 출력해둔 연합뉴스 기사를 지난해 가을에 보고 취재노트가 떠올랐다"며 "젊은 시절에 한국 지명이 익숙지 않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안내판 철거와 관련한 활동을 하면서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 시민모임은 그동안 통영지역 위안부 피해자가 6명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게 됐다.

시민모임은 생존자나 유가족의 제보와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를 당부했다.

아울러 가와세씨가 속한 모임의 활동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그가 벌이는 운동 관련 서명을 벌여 그 결과를 일본으로 보낼 예정이다.

가와세씨는 오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예정된 세월호 참사 1주기 문화제 등 국내 행사에 참석하고 오는 19일 출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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