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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동물을 소개하며

우리가 찾는 동물은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 중 하나인 사올라(saola)였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세계에는 1992년에야 정체가 알려졌다. 사올라는 소와 비슷한 동물로 갈라진 발굽을 지닌 반추동물인데, 가장 유사한 동물로는 야생 소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생긴 것은 소와 전혀 닮지 않았다. 코에는 흰색 무늬가 있고 꼬리는 흰색, 초콜릿색, 검은색 삼색으로 이뤄져 있다. 매우 길고 거의 일자로 뻗어있는 뿔은 끝이 얇은데, 옆에서 사올라를 보면 뿔이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래서 유니콘이 떠오른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낙관적으로 추측한다고 해도 남아 있는 사올라 수는 수십, 수백 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유니콘만큼 희귀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더욱 신기한 점은 사올라의 성격이다. 사올라는 신화에 나오는 유니콘처럼 직접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온순한 태도를 유지한다.

ⓒASSOCIATED PRESS

야생동물 밀수가 현재의 아기 걸음 같은 조치로 약간은 개선될 수 있겠지만, 연간 200억 달러가 넘는 산업인 자연을 겨냥한 전쟁에 제대로 맞서려면 미국이나 중국 정부가 제시한 정책보다 훨씬 강력한 결단이 필요하다. 뉴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야생동물 밀수로 코뿔소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2010년 이후 살해된 코끼리는 10만 마리가 넘는다.

중국은 지난달 상아 수입을 1년 동안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일 아프리카 코끼리 100 마리가 살해되는 현실을 고려해 1년간 수입금지의 효과를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지난해 11월에도 중국 외교관들은 시진핑 주석의 전용기를 이용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수천 파운드 규모의 상아를 실어 날랐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밀수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한때 '자연의 왕'으로 여겨지던 동물들이 영원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도로시가 "와! 사자와 호랑이와 곰!"이라고 말했던 바로 그 동물들이 말이다. 이런 멸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뉴스에 나오지는 않지만 '왕족'이 아닌 동물들도 빠르게 사리지고 있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피 비린내 나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코끼리, 긴팔원숭이, 코뿔소뿐 아니라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어린이들이 호랑이를 영화나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잃어버린 시대'의 동물로 생각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일부 거대 동물원에서 이런 동물이 사육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동물원이라고 해도 자연을 모방하는 것일 뿐이며, 동물들이 야생에서 살아가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야생동물 거래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오바마 정부의 의지는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담당할 야생동물보호국의 예산을 고작 800만 달러만 증액했다. 그 정도 예산으로는 지금보다 야생동물 밀수가 훨씬 적었던 30년 전보다 약간 많은 조사원을 투입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면, 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백종의 동물을 겨냥한 전쟁의 실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전장 중 가장 피비린내가 심한 곳은 중국과 근접한 동남아시아다.

중국인의 구미에 맞춰 밀렵꾼들의 손길은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다. 밀렵꾼들은 고슴도치, 거북이, 사슴, 원숭이, 비단뱀, 수달 등 동물의 가죽, 쓸개, 뿔, 혀 등 갖가지 것들을 거래한다. 이런 동물들은 살아서 혹은 죽어서 중국 등으로 팔려나가 약으로 쓰이거나 접대용 음식이 된다. 해가 갈수록 동물의 수는 줄고 있는데, 밀수 산업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살의 현주소

동남아시아의 숲을 걷다 보면, 계곡을 연결하는 1km가 넘는 덫을 발견할 수 있다. 허리 높이 정도 되고 중간중간 구멍이 나 있는 죽음의 덫이다. 여성용 핸드백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두더지 정도를 제외한 동물들은 예외 없이 이 덫에 걸리게 된다. 나뭇가지나 잎으로 자전거 케이블을 숨기고 있는 이 덫은 매우 민감하게 작동한다. 호랑이 같은 큰 동물을 잡기 위해서는 트럭 케이블이 사용된다. 나는 야생 닭이나 은빛 꿩처럼 가벼운 동물까지 덫에 걸리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라오스를 찾았을 때는 베트남 국경에서 서쪽으로 몇 km 떨어진 외진 지역을 방문했다. 가장 짐꾼들이 물건을 조달하는 가장 가까운 마을은 걸어서 나흘 거리에 있었다. 이 마을 역시 도로에서 이틀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일행 14명 중 나와 함께 단 2명의 서양인이었던 생물학자 윌리엄 로비쇼드는 우리가 베트남 전쟁 때 낙하산을 타고 떨어졌던 군인 이후 이곳을 방문하는 첫 서양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고립된 장소였지만 이곳의 협곡과 산등성이도 안전하지 않았다. 중국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베트남 밀렵꾼들이 이미 이 지역에 진출한 것이 명백했다. 며칠 동안 쇠줄로 만든 수천 개의 덫을 수거했다. 오소리, 몽구스, 다양한 새, 그리고 멸종 위기에 있는 문자크의 시체가 덫에 걸려 썩고 있었다. 덫에 걸린 자기 발을 이빨로 자른 사슴 한 마리는 근처에 쓰러져 죽어있었다.

더 이상 수달이 살지 않는 강가에 가보니 밀렵꾼들이 캠프를 만들었던 흔적이 있었다. 정육 시설과 훈제 기구까지 갖추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숭이로 꼽히는 두크마른원숭이가 작대기 끝에 걸려서 아마도 끔찍하고 천천히 죽어가면서 남긴 안타까운 흔적도 볼 수 있었다.

밀렵의 참상은 직접 목격하기 전에는 심각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밀렵꾼들은 덫을 확인하고, 떠나기 전에 다시 덫을 놓는다. 동물 살해가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야생에 유니콘이 아직도 존재한다?

자연 훼손을 점검하고 덫을 치우며 정글을 탐험하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니콘'을 찾는 것이었다. 아니, 유니콘만큼 드문, 어쩌면 이미 멸종돼 신화적 존재가 됐을지도 모르는 동물을 찾는 것이었다. 우리가 찾는 동물은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 중 하나인 사올라(saola)였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세계에는 1992년에야 정체가 알려졌다. 베트남의 높은 산지에 위치한 사냥꾼 집에 들렀다가 우리 연구팀은 그 희귀한 동물의 뿔을 볼 수 있었다.

사올라는 단순히 새로운 종(species)이 아니었다. 생물 분류상의 새로운 속(genus), 아니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분류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아직도 정확히 입증된 바는 없다. 사올라는 소와 비슷한 동물로 갈라진 발굽을 지닌 반추동물인데, 가장 유사한 동물로는 야생 소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생긴 것은 소와 전혀 닮지 않았다. 사올라는 조랑말보다 좀 더 키가 크다. 사슴과 닮았지만 더 육중한 덩치를 이용해 아무리 두꺼운 덤불도 뚫을 수 있다. 코에는 흰색 무늬가 있고 꼬리는 흰색, 초콜릿색, 검은색 삼색으로 이뤄져 있다. 매우 길고 거의 일자로 뻗어있는 뿔은 끝이 얇은데, 옆에서 사올라를 보면 뿔이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래서 유니콘이 떠오른 것인지도 모른다.

가장 낙관적으로 추측한다고 해도 남아 있는 사올라 수는 수십 마리, 수백 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유니콘만큼 희귀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다. 더욱 신기한 점은 사올라의 성격이다. 사올라는 신화에 나오는 유니콘처럼 직접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온순한 태도를 유지한다.

로비쇼드는 1996년에 어느 시골 마을에 갇힌 사올라를 2주 동안 관찰한 적이 있었다. 불쌍한 이 동물은 얼마 못 있어 감금 상태를 못 버티고 죽었는데, 사올라는 몇 달 이상을 생포된 상태로 살지 못한다. 로비쇼드는 이때 사올라가 매우 민첩하게 때로는 맹렬하게 우리 밖에 있는 개에게 반응하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을 대한 사올라 행동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했다고 한다. 근처 우리에 더 오래 갇혀있던 사슴이나 염소보다 더 온순했다. 로비쇼드가 도착하기 직전에 생포된 사올라는 그가 고향인 위스콘신 농장에서 만난 그 어느 염소, 양 또는 소보다 더 온화했다. 귀에 있는 벼룩을 로비쇼드가 떼주는데도 가만히 있을 정도였다. 지역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그 사올라의 신비로움과 고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사올라를 'sat souphap'이라고 부르는데 '예의 바른 동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올라의 멸종이 1분이라도 남았는지 이미 늦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올라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우리가 라오스 여정에서 목격한 대형 덫인데, 이런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사올라가 밀렵꾼의 목표가 아니라는 거다. 사올라는 매우 희귀한 뿔을 달고 있지만 중국의 전통 약제에 이용되는 재료는 아닌 듯하다. (중국 전통 약제에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동물이 나머지 세상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입증한다). 새우잡이 망에 멸종 위기 바다거북이가 걸리듯이 사올라도 다른 사냥감 덫에 걸려서 멸종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멸종 관련된 정치

상황이 최악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 어딘가에 위치한 동물원이나 야생 보호 지역에 사올라가 잘 서식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틀렸다. 우리가 탐험한 지역은 라오스에서 국립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목격한 사냥은 불법이었다. 야생 보호에 대한 투자는 미흡하고, 행정력은 부족하고, 경제성장에만 매달리는 사회에선 이런 밀렵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작년에 방문한 약 4,000제곱 킬로의 보호 지역에서만 - 빙산의 일각이겠지만 - 14,000개의 덫을 치웠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제 자연보전연맹의 일부인 사올라보호그룹에 따르면 2011년 이후 라오스와 베트남의 다섯 개의 보호 지역(내가 방문한 지역도 그 중 하나다)을 순찰하면서 약 9만 개의 덫을 제거했다. 하지만 이것도 전체 야생 밀수에 비하면 물 한 방울 밖에 안 된다.

야생 무역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같은 지역에서 가장 심각하다.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동남아를 비롯해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 산다. 그 지역에만 속하는 새와 동물의 다양성 역시 지구에서 가장 높다. 따라서 멸종 위기 상태에 있는 동물도 많다. 문제는 이 지역에 생물보호 전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호랑이, 표범, 큰 들소, 긴팔원숭이로 득실거리던 곳에서 이젠 조그만 개보다 큰 동물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세계가 생물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동남아 정부와 단체들을 도와 이 지역의 자연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서양 국가들이 개발을 추구하면서 자기들도 실행하지 못한 보호 정책을 동양에만 강요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아시아 숲에서 현재 발생되고 있는 현상은 미국이 서부 개발에 나서면서 비버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들소의 멸종을 야기한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서양 국가들이 얻은 교훈이 한 가지 있다면 재앙 후에 손을 쓰려는 것보다 사전에 보호하는 것이 훨씬 낫고,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모면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어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다고 해도 현실은 간단하다.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바로 우리 앞에 있다.

멸종이 진화의 일면이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다른 시대에도 동물 종의 손실이 있었다는 것을 예로 든다. 우리가 파괴한 동물을 대신할 새로운 종이 더 생길 거라고 그들은 예측한다. 그런 주장이 논리적으로는 옳을지 모르지만 규모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소리다.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 진화는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다윈이 얘기했던 '아름답고 경이로운 끊임없는' 진화는 거의 지리학적 속도로 진행된다. 그에 비하면 지구 위 인간의 존재는 사실 한 순간일 뿐이다. 인류의 시대가 자초한 생태 멸종은 인류의 다른 어떤 성취만큼이나 영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영원한 외로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자연 보호 임무는 중국과 근접 국가들의 야생에 대한 태도가 변할 때까지 주요 서식지와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에 대한 전쟁에 대비해 어느 정도는 무력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케냐의 코끼리, 콩고의 고릴라, 태국의 호랑이, 또 라오스의 사올라 등 동물들을 위협하는 밀렵꾼의 무력행사를 무력으로 퇴치할 각오를 해야 한다.

라오스 탐험 당시 우리 안내자 중 세 명은 AK-47 소총을 들었다. 무기를 폼으로 들고 다닌 건 아니었다. 밀렵꾼들도 비슷한 무장을 하고 다닌다. 어느 날 저녁은 그런 밀렵꾼 무리가 우리 캠프 근처에 왔다가 발각된 후 숲 속으로 사라졌다.

침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시아에서도 가치관의 변화가 일고 있다. 중국인들이 최근 상어 지느러미 수프를 먹는 것을 포기한 사례를 보자. 샌프란시코에 위치한 NGO 와일드에이드에 따르면 상어 지느러미 무역의 중심지인 중국 광저우 지역에서 상어 지느러미 매출이 82%나 떨어졌다. 설문조사에 답을 한 사람들 중 3분의 2가 상어 멸종에 대한 영향을 받아서 이를 안 먹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언젠가"가 아니라 바로 지금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나서야 미래 세대에게 자연의 가장 멋지고 훌륭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아시아 지역 파트너들의 지지와 정치적 의지와 법률 집행이 있어야 멋지고, 신비로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끔찍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호랑이, 긴팔원숭이, 코뿔소, 사올라를 비롯하여 수많은 작은 포유동물과 파충류, 조류 또 양서류 등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했지만 지금 남아 있는 동물들은 우리의 귀한 동반자들이다. 이런 동물들이 없다면 우리의 외로움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윌리엄더 바이스는 8권의 책을 출간했다. 최근에 발표된 책은 '마지막 유니콘: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을 찾아서( The Last Unicorn: A Search for One of Earth's Rarest Creatures)'이다. 그의 인터넷 사이트는 williamdebuys.com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실린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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