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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89%, 연명 치료 반대한다

  • 김도훈
  • 입력 2015.04.10 13:55
  • 수정 2015.04.10 13:56
ⓒShutterstock / kazoka

김아무개(74·서울 강북구)씨는 평소 자녀들한테 더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심폐소생술 등 연명치료를 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텔레비전 등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심폐소생술을 받는 환자를 보면 가족한테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가던데 그렇게까지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평소 살던 집에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을 맞고 싶다.”

김씨처럼 대다수 노인은 무의미한 생명연장 치료를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전국 65살 이상 노인 1만452명 면접조사)를 보면, 열에 아홉명(88.9%)이 연명치료에 반대했다. 찬성 의견은 3.9%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연명치료 여부를 파악할 공식 통계 자료는 아직 없다. 다만 사망자의 사망 장소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사망 장소’의 변화 추이를 보면, 2004년엔 병원 안 사망자의 비율이 46.4%였으나 2014년엔 73.1%(잠정치)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 중증 암 환자는 75.3%가 병원에서 숨졌다. 집에서 숨진 비율은 같은 기간 38.8%에서 16.6%로 줄었다.

현재의 법률과 의료 현실에 비춰 병원에서 숨진 환자의 대부분은 연명치료를 받았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 현재 병원 이용자 가운데 무의미한 생명연장 치료가 아닌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줘 삶의 질을 높이는 ‘호스피스 완화의료’(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암관리법에 따라 암환자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다 암환자도 대부분 일반 병원에서 사망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2013년 현재 12.7%다. 나머지 87.3%의 암환자는 사망할 때까지 병원 등에서 항암제 치료 등 연명치료를 받다가 생을 마감했을 확률이 높다.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명치료를 대신해줄 호스피스 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기존 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7월부터는 완화의료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경제적 부담은 줄게 됐지만 인력이나 시설이 크게 부족해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연명치료는 완화의료보다 진료비가 40% 정도 비싸다.

의사나 병원 쪽도 연명치료로 기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1997년 보라매병원은 환자 아내의 희망에 따라 환자의 귀가를 허용했는데 환자가 숨지자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 사건에 대한 2004년 대법원의 확정판결 뒤 의사들은 회생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연명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생명윤리과장은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는 병원 안에 판정위원회를 둬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환자 보호자가 원해 이뤄지는 연명치료도 적지 않다. 부모가 사망할 때까지 치료를 해야 한다는 전통적 효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결정이기도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쏟아질지 모를 비난 시선을 우려한 탓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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