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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노동자 처벌은 무엇을 보호하는가

특히 성매매금지법이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성제공자"들을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폭력적인 포주나 고객을 신고도 하지 못하고, 의료서비스 복지서비스에 배제된 상태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다니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의 상품화'라는 도덕감정은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일까요? 작년 말 집안 형편상 가출했다가 17살에 출산하여 지금은 7살이 된 아이와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있던 25세 여성이 경찰의 함정단속을 피해 투신자살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성매매여성들을 30만명에 달합니다. '성의 상품화'라는 도덕감정이 이 많은 사람들을 음지로 때로는 사지로 내몰 이유가 되는 것일까요? 게다가 성매매여성은 고객의 폭력, 포주의 폭력 심지어는 경찰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어도 신고를 하기 어렵습니다.

  • 박경신
  • 입력 2015.04.11 06:11
  • 수정 2015.06.11 14:12
ⓒ연합뉴스

성차별금지는 국제인권이며 우리나라가 가입한 UN여성차별철폐협약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협약의 준수를 감시하는 UN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노동자 거의 전부가 여성인 상황에서, 성노동자에 대해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것은 성차별이라면서, 수십년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세계적인 대세는, 성제공자 처벌은 성매매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이니 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성매수자처벌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도 성매매피해자보호법과 성매매특별법은 2004년 한날 한시에 통과된 법이며 하나로 묶어서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은 "제1조(목적) 이 법은 성매매를 방지하고, (강제)성매매피해자 및 (자발적으로)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은 같은 법체계가 보호대상으로 삼는 "성을 파는 행위자"마저도 처벌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 위반입니다. 노동자착취를 방지한다고 해놓고 이를 방지하려는 법이 너무 지나쳐 최저임금을 못받고 일한 노동자마저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성매매를 방지하고 강제성매매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을 매수하는 사람까지만 처벌해도 충분합니다.

헌법재판소도 2014년에 "성인이 서로 자발적으로 만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 비로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성도덕에 맡겨 사회 스스로 질서를 잡아야 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간통죄 위헌).

물론 대가에 의한 성제공이 "외부에 표출된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는 행위"라면 현행법은 합헌이 되겠습니다. 성은 사랑, 결혼, 출산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행위이며 금전을 원인으로 성행위를 하게 되면 그만큼 성행위를 더욱 쉽게 할 수는 있을 것이며, 성인들간의 과도한 난교 상황은 성스러운 사랑, 결혼, 출산을 저해하여 '건전한 성풍속'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성풍속의 함양을 반드시 형사처벌로만 하여야 한다면. 동성애도 범죄시하고 간통도 범죄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도덕감정을 위해 생계를 위해 성행위를 하는 사람까지 형사처벌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합니다.

성이 특별한 만큼 노동도 특별한 것입니다. 자발적인 성행위를, 생계를 위해 하면 형사처벌되고, 생계와 무관하게 하면 괜찮다는 것은 우리 법전통에 반합니다. 예를 들어 업무방해죄는 똑같은 행위라도 업무에 해당하는 행위를 방해하면 강하게 처벌하고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를 방해하면 덜 처벌합니다. 즉 생계를 위한 활동은 법이 더욱 보호해왔고 현행법은 그 전통에 반합니다.

물론 헌재는 2012년에 성알선자 처벌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성매매가 "성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면서 금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지하경제'를 통한 산업구조 왜곡도 언급했지만 성제공자 처벌이 폐지된다면 성제공자도 세금을 내고 더 이상 지하경제가 되지 않으므로 이는 이유가 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상품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로 금지할 수 있는 정당성이 갖추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육체, 성스러운 것인지요, 상품화하면 형사처벌해야 할까요? 그럼 마사지사도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 성스러운 것이지요? 사교육열풍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학원을 형사처벌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헌재는 2006년에 성매매알선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규제주의, 금지주의, 폐지주의 중에 국가가 선택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성매매의 양태는 '강요된 성매매'의 형태를 띄고 있고 최소한 '중간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알선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성상품화'론 보다는 성매매규제에 대한 헌법적 평가의 훨씬 강력한 논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성매매금지법이 보호하겠다고 선언한 "성제공자"들을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폭력적인 포주나 고객을 신고도 하지 못하고, 의료서비스 복지서비스에 배제된 상태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다니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의 상품화'라는 도덕감정은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일까요? 작년 말 집안 형편상 가출했다가 17살에 출산하여 지금은 7살이 된 아이와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있던 25세 여성이 경찰의 함정단속을 피해 투신자살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성매매여성들을 30만명에 달합니다. '성의 상품화'라는 도덕감정이 이 많은 사람들을 음지로 때로는 사지로 내몰 이유가 되는 것일까요? 게다가 성매매여성은 고객의 폭력, 포주의 폭력 심지어는 경찰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어도 신고를 하기 어렵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폭력에 취약한 여성이 성매매여성들입니다. 물론 강제적 성매매피해자는 처벌되지 않지만 위력, 위계를 본인이 판단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최저임금을 명확히 몇천몇원이라고 정해놓지 않고, 최저임금을 받지 않고 일한 사람도 처벌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누가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업주를 신고하겠습니까?

사실 "성 상품화"론은, 사랑, 결혼, 출산과 관련될 수 있는 성을 사랑 또는 전인적 교류와 무관하게, 대가만으로 하는 영혼없는 행위를 배격하는 입장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5년에 "애정이 없는 성관계" 즉 "쾌락 만을 위한 성관계"는 헌법 상 보호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쾌락만을 위한 성관계"할 자유는 있고 "생계를 위한 성관계"는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헌법상 유지될 수 없으므로 당연히 "생계를 위한 성관계"도 보호되어야 합니다.

성매매는 자발적이라도 생계를 위한 선택입니다. 1억을 받더라도 생계를 위해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상황에서 비생계성매매는 있을 수 없습니다. 2013년 세계경제포럼이 135개국의 남성여성의 경제참여와 기회, 정치적 권한, 교육성취도, 그리고 보건수준을 조사하여 발표한 성(性)격차지수(GGI)에서 우리나라는 108위를 하였습니다. 직장에서의 성희롱 얼마나 많습니까? 또 2013년 여성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보다 37% 정도 임금을 덜 받아 OECD 주요회원국 중 남여임금격차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게다가 여러 여자를 상대하는 남성은 도리어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여러 남자를 상대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가혹합니다. 그런 사회적 낙인을 무릅쓰고 성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비생계형 성매매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사회적 성차별에 밀려서 사회적 낙인을 감수하면서까지 생계를 잇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법적 낙인을, 범죄자의 낙인을 찍어 동굴로 몰아 넣어야만 우리의 도덕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헌법은 그것을 용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도리어 성제공자처벌법은 여러 남자를 상대하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낙인찍기에서 비롯되었고, 남성이 아무런 책임감없이 성욕을 채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제공자를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관행에서 발전된 것임을 고려해야 합니다.

"장기매매와 같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장기매매를 금지하는 논거의 핵심에는 장기제공자의 생명에 끼치는 위험과 불가역적인 훼손이 있습니다. 성매매의 경우 장기매매와 달리 비파괴적이고 비침습적이며 가역적입니다. 비파괴적인 인체제공이라고 할 수 있는 난자제공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수십만원 외국에서는 수백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이 법적으로도 허용됩니다. 심지어는 장기를 제공한 사람의 회복비용을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것까지 윤리적으로 비난받지는 않습니다. 물론 장기매매가 부자의 빈자에 대한 착취라서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습니다만 그 논리를 여기에 적용한다면 더욱 성제공여성자를 처벌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성매매특별법은 원래 법체계의 목표대로 "성을 파는 사람"을 보호하고 강제적 성매매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한정되어야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알선자 매수자 처벌 여부도 이들이 강제성매매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스웨덴은 1999년 성매수만 처벌하고 성제공자는 처벌하지 않는 법을 통과시킨 후 70%의 성매매가 줄어들었습니다. 성매매여성이 고객, 포주와의 관계에서 더욱 대등하게 노동조건이나 보수 등을 협의할 수 있고 특히 강제성매매로부터 철저하게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UN성차별철폐위원회 외에도 UN보건기구들도 성매매금지법이 성매매여성들의 의료서비스 접근권 및 강제성매매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며 합법화를 요구하였습니다.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UN여성기구 역시 2013년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2014년2월 유럽의회는 끈질긴 로비 공방 끝에 EU내에서 성제공자를 처벌하지 않고 성매수자만을 처벌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제인권기구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먼라이츠와치와 국제사면위원회는 2013년 2014년 각각 성노동의 합법화를 정책기조로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국제인권의 유일한 보루인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공개변론을 앞두고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앞에서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2015.4.9. 헌법재판소 성매매특별법 소송 참고인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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