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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김이나가 말하는 가사 쓰는 법 10

  • 박수진
  • 입력 2015.04.09 10:28
  • 수정 2015.04.09 10:40
ⓒ한겨레

"대중을 1차적으로 사로잡는 것은 곡이지만, 정들게 해서 롱런하게 만드는 공은 가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ize 기고: '김이나 작사가가 뽑은 아이돌 가사 BEST 3' 중에서

작사가 김이나가 책 '김이나의 작사법-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을 냈다. 자신의 책을 '참고서, 실용서 같은 느낌'이라고 소개한 그의 어록 10가지를 추렸다.

1. 도처에 가사가 있다.

"노랫말은 인간의 다양한 측면을 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별에 대처하는 요령도 제각각이다. 자신을 탓하는 '부처형', 하염없이 기다리는 '망부석형', 끝까지 매달리는 '거머리형', 너 죽고 나 죽자는 '논개형' 등 천차만별이다. 평소 꼼꼼한 관찰이 필요하다. 도처에 가사가 있다."

- 중앙일보 4월 4일 인터뷰: [박정호의 사람 풍경]저작권료 수입 1위 작사가 김이나

2.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응시할 줄 알아야 한다.

"다양한 테마와 캐릭터를 위해서라도 자꾸 눌러만 놓는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

"지금 내가 얼마나 구질구질한지, 이 구질구질한 감정의 원인은 정확히 뭔지, 지금 심경이 어떤지 등등을 세밀하게 살펴보자. 그 누구보다 우선 나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응시할 줄 알아야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 책 '김이나의 작사법-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

3.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몰입하는 행동은 해본 적 없다.

"지극히 현실적이었기에 작사가가 되겠다고 모든 걸 때려치우고 '시상'을 떠올리는 데 몰입하는 등의 행동은 해본 적이 없다."

- 책 '김이나의 작사법-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

4. 등장인물의 히스토리를 만들어라.

"가사 속의 캐릭터는 화자(가수)의 성격, 환경, 성별 등 다양한 요소로 이뤄지는 한 명의 가상인물이다."

"나는 작사 작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곡의 분위기를 파악한 뒤 이 캐릭터 설정 단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심산씨가 번역한 <시나리오 가이드>(데이비드 하워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를 읽어봤다.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시나리오 작가들의 기본기는 뭘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 책에서 ‘잠깐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히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이 기억난다. 그래서 나도 내가 하는 작사법 강의 때 학생들에게 편의점에서 담배 사오는 장면을 묘사하도록 시킬 때, 삶에 지친 직원인지 아니면 막 일을 시작한 직원인지에 따라 담배를 건네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가르친다. 또는 직원이 흡연자면 '말보로 실버 달라'는 주문을 듣고 바로 담배를 찾아서 줄 테고 비흡연자면 찾느라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 디테일에 주목하라고 가르친다."

- 한겨레 3월 27일 인터뷰: 작사가 김이나 "좋은 가사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5. 감정을 잘게 쪼개라.

"대중가요 의뢰의 90%는 사랑 노래나 슬픈 노래다. 반복해야 한다. 비참하게 버려진 이야기를 한번 했는데 또다시 비참하게 버려진 이야기를 해야 되는 거다. (감정을) ‘나노 단위’로 나누다 보니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비슷한 감정의 가사들로는 승부가 안 된다. 생존하려고 길러진 거다."

- 한겨레 3월 27일 인터뷰: 작사가 김이나 "좋은 가사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6. 그럴듯한 문장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읽을 눈'을 의식해 리듬을 수비하기보다 감정을 공격하는 데 치중하면 곡을 망치기 일쑤다."

"전문 작사가와 초보 작사가가 구분되는 영역이 댄스곡이다. 테크닉을 많이 써야 한다. 무엇보다 그럴듯한 문장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 중앙일보 4월 4일 인터뷰: [박정호의 사람 풍경]저작권료 수입 1위 작사가 김이나

7.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작사가는 보통 3분 안에 제한된 자수로 남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 복화술사다. 진보적 대통령을 위해 연설문을 써주는 담당관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그는 보수적이다. 만약 그가 자기 성향에 맞는 단어로 글을 쓴다면 대통령이 빛나겠는가. 또 설득력이 있겠는가. 초보 작사가는 우아한 글을 쓰려고 한다. 현실은 구질구질하고 볼품없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 중앙일보 4월 4일 인터뷰: [박정호의 사람 풍경]저작권료 수입 1위 작사가 김이나

8. 수사를 가지고 노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수사 없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글쓰기의 기초능력이라 생각한다. 수사를 가지고 노는 것은 그 이후에 하는 게 아닐까. 가령 운동으로 치면 하체 근육 만들어놓은 뒤 엉덩이 근육이나 이두근 등 작은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그걸 할 줄 아는 사람이 수사를 다룰 때와 그걸 모르는 사람이 수사를 다룰 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판례도 일부러 찾아 읽었다."

- 한겨레 3월 27일 인터뷰: 작사가 김이나 "좋은 가사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9. 때로는 '후각'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향수 살 때 계속 시향(구매 전에 시험삼아 냄새를 맡아보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코가 무뎌진다. 그때 커피 원두 냄새를 맡으면 다시 후각을 되찾을 수 있다. 신문 기사들이 내게 그렇다. 딱 팩트만 나열하고 은유나 비유 없이 쓰인 기사는 내게 커피 원두다. 가사를 쓰기 위해 단어에 빠져 있다 보면 그 단어의 감정의 늪에 빠져 단어들이 점점 느끼해진다. 그때 아무 기사나 클릭을 해서 읽는다. 특히 정치기사처럼 가장 건조한 걸 읽는다. 그러면 마치 시향하고 나서 커피 냄새를 맡을 때처럼 단어에 대한 느낌들이 정화된다."

- 한겨레 3월 27일 인터뷰: 작사가 김이나 "좋은 가사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10.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좋아하는 일을 '본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힘든 일"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그러니 부디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지 말라."

- 연합뉴스 3월 19일 책 '김이나의 작사법' 본문 발췌: 스타 작사가 김이나가 말하는 작사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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