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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의약품 오남용, 성인의 2.7배

  • 박세회
  • 입력 2015.04.09 06:00
  • 수정 2015.04.09 06:02
서울 소화아동병원을 찾은 한 아이가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서울 소화아동병원을 찾은 한 아이가 예방주사를 맞고 있다. ⓒ한겨레

유모(57) 할머니는 한 살배기 손녀딸을 돌보다 큰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아기의 항생제와 감기약을 혼동해, 이틀 치가 넘는 항생제를 한꺼번에 아이에게 먹인 것이다.

실수를 깨달은 유씨는 허겁지겁 대학병원 응급실에 달려가야 했다.

혈액 검사 결과 아이의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확답을 듣고서야 유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처럼 실수 또는 사고로 너무 많은 약물을 투여하거나 복약 지시를 어길 때 발생하는 '의약품 오류사용(ME)' 사례가 성인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더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병원 박병주 교수팀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의 의약품유해사례보고시스템(KAERS)에 등록된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14살 미만 어린이에 대한 의약품 오류 사용 빈도가 성인보다 2.73배(95%신뢰 수준) 높았다고 9일 밝혔다.

박 교수팀의 논문을 보면 성인의 경우 KAERS에 보고된 전체 의약품유해사례(ADE) 21만6천891건 중 '의약품오류사용' 사례는 1천17건(0.47%)이었다.

이에 비해 어린이는 의약품유해사례 1만6천380건 가운데 의약품오류사용 사례가 208건으로 1.27%를 차지했다.

KAERS는 추후 비슷한 의약품 오류 사용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오류 사례를 자발적으로 등록하는 시스템이다. 1989년 처음 시작돼 약 30만 건(2012년 기준) 가량의 약물 유해 사례가 수집돼 있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의약품 오류 사용에 대한 공식 통계를 마련한 데에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주 교수는 "이 분야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한 미국 등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정부 주도 하에 의약품 오류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위험성에 대해 '모르는 게 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연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4월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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