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제자 구하다 숨진 단원고 교사의 이름을 딴 강의실(사진)

"우리 아이는 선생으로서, 스승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겁니다. 과분하게 칭찬해 주시니 고맙고 죄송합니다. 윤철이가 정말 보고 싶을 때마다 이곳 강의실로 올 겁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끝까지 제자를 구조하다 희생된 고(故) 남윤철 교사의 부친인 남수현 충청대 교수의 목소리는 떨렸다. 남 교수는 "앞으로 윤철이가 더욱 보고 싶어질 텐데 그때마다 강의실에서 아이 얼굴과 이름을 마음에 새기고 가겠다"고 했다

남 교사의 모교인 국민대는 고인이 마지막 전공 수업을 들었던 교내 북악관 708호를 '남윤철 강의실'로 지정하고 8일 유족을 초청해 명명식을 열었다.

남윤철 강의실 앞에는 '불의의 선박 사고 속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교사 사명과 제자 사랑을 실천한 남윤철 선생님의 뜻을 기리고자 합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가로·세로 30㎝ 크기의 현판이 걸렸다.

명명식에는 고인의 부모와 누나 등 유족과 유지수 총장 등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학기에 만들어진 '남윤철 장학금' 첫 수혜 학생 10명도 함께 했다.

윤종열 영어영문학부장은 추도사에서 "스승으로서 참된 길, 의로운 길을 알려주고 우리 곁을 떠난 남 선생이 무척 보고 싶다"며 "'훌륭한 영어교사가 되려면 열심히 공부해야죠'라고 열정적으로 말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추도사 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유족은 명명식이 끝나자 강의실 벽을 손으로 쓰다듬고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책상을 어루만지는 등 고인을 추억했다.

남 교사의 어머니 송경옥씨는 "학교를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을 20대 시절의 아들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다"며 "적극적이고 밝았던 아들의 용기와 열정, 인생이 서린 곳이라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어 남윤철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학교 측은 이번 학기부터 교직을 이수 중인 재학생 중 봉사정신이 투철한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준다.

장학금을 받은 영어영문학과 이모(25·여)씨는 "선배님처럼 영어교사의 꿈을 이루겠다"며 "큰 뜻을 이어받아 좋은 선생님, 바른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모친 송씨는 장학금 수혜 학생들에게 "우리 아들을 영원히 기억해줬으면 한다"며 "아들도 후배들이 세상에 꼭 필요한 좋은 사람이 되길 바랄 것"이라고 했다.

국민대 영어영문학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안산 단원고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다 작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할 때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정작 자신은 돌보지 않아 서른다섯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세월호 #남윤철 강의실 #세월호 교사 #단원고 #단원고 교사 #세월호 희생자 #세월호 1주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