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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는 같은 옷을 매일 입으면 안 되는 걸까?

  • Emily Peck
  • 입력 2015.04.08 11:03
  • 수정 2015.04.08 23:48

고백할 게 있다. 난 오늘 줄무늬 있는 회색 반소매 드레스를 입고 있다. 그런데 월요일에도 같은 드레스를 입었었다.

뭐, 괜찮을 거 아닐까?

패션 차원에서 얘기하자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릴 가능성이 얼마나 높을까 싶어 아침에 옷을 고르면서 자문해봤다. 월요일엔 일부는 집에서 일했고 오늘은 금요일이니까. 게다가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많은 사람이 이미 사무실을 비웠다. 그래서 손가락을 꼬며(뭔가 희망할 때 하는 행동) 가방을 들고 아이들에게 뽀뽀해준 후 이 옷을 입고 사무실로 향했다.

내가 만약에 남자였다면, 특히 '대단한' 남자였다면 똑같은 복장을 매일 입어도 상관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뉴욕 타임스의 '너무 대단해서 매일 똑같은 복장을 해도 문제가 안 되는 남자들'이라는 보도로는 그렇다.

기사는 매일 똑같은 회색 티셔츠를 입는 것으로 유명한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를 소개했다. 그가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네트워크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내 삶과 환경을 일괄되게 정리해서 될 수 있으면 뭔가를 결정할 일이 없도록 한다. 페이스북 커뮤니티를 키우는 일 말고는 말이다."라고 그는 페이스북 사내의 'Q&A'란에 자신의 복장에 대해 답했다고 한다.

같은 복장을 고집하는 다른 유명인 중엔 오바마 대통령, 80세 디자이너 조르지오 알마니, 그리고 까만 터틀넥으로 유명한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가 있다. 물론 같은 옷을 여러 복 가지고 있으니 똑같은 옷을 다시 입는 것과는 다르다는 건 인정한다.

이들은 주커버그와 마찬가지로 중요한데 신경 쓰기 위해 사소한 것에 시간을 덜 투자하고자 같은 옷을 입는다.

그럼, 대단한 여자들이 자기의 복장을 간단히 하는 것은 용납될까? 이 질문을 트위터에 올렸더니 월스트리트저널의 엘리자베스 홈스도 나와 비슷하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엘리자베스 홈스 "이건 아무리 봐도 성적 편견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남자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데, 여자도 가능할까?"

사무실 동료들에게 물어도, "여자들이 똑같은 옷을 매일 입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패션 에디터인 미셸 퍼르사드를 포함한 몇 사람은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을 대환영한다고 답했다. 그녀는 트위터에 "난 여성도 똑같은 복장을 매일 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 동의,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한 여성은 해시태그까지 만들었다.

"같은 복장을 매일 입을 용기가 있는 대담한 여자가 있을까? "

"당연히 있다. 우린 그런 사람들을 '레즈비언'이라고 한다. 난 그 중 하나고, 같은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은 자신감을 의미한다."

주커버그처럼 매번 같은 옷을 입지는 않지만 비슷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걸로 유명한 여성들은 있다.

작가이자 문화 비평가인 '아이콘' 프란 레보비츠는 같은 재킷에 커프 링크스가 달린 남자 와이셔츠, 청바지, 카우보이 부츠, 금귀걸이에 뿔테안경이 거의 '유니폼'이다.

보그의 크리에이티브 담당인 그레이스 코딩턴은 늘 검은색을 입는다. 앤젤리나 졸리도 자신만의 고정적인 패션 스타일이 있다.

"같은 복장을 매일 입을 용기가 있는 대단한 여자가 있을까요? "

"앤젤리나 졸리는 주로 검은색 상·하의를 입어요"

아리아나 허핑턴도 몇 년 전에 같은 드레스를 계속 입는 것에 대해 블로그 한 적 있다. "정말로 좋아하는 드레스가 있다면, 몇 번 입는 것까진 괜찮을까요?"라고 그녀는 블로그에 질문했다. 그녀의 답은 '아주 많이'였다. (내 상사가 이 부분에 대해 나와 동의한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여성 중의 하나인 미국 연방준비은행 회장인 자넷 옐런이 같은 옷을 몇 차례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고 그 사실을 지적하는 기사가 떴다. 자넷 옐런의 '실수'에 대한 기사의 제목은 '자넷 옐런에게 옷을 몇 벌 기부할 사람?'이었다.

이 정장을 두 번 입었다고 기사까지 났다.

물론 그 기사는 맹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여자가 공작새라고 생각이라도 하는지 매일 다른 치장을 해야 한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즉, 덜 화려한 '남자 새'를 꾀기 위해서 말이다.

"같은 복장을 매일 입을 용기가 있는 대단한 여자가 있을까요?"

"아무리 대단한 여자라도 옷은 바꿔가며 입기를 바라는 게 사회 현실입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눈치챘겠지만 난 대단하지도 또 시크(chic) 하지도 않다. 난 일개 회사원일 뿐이다. 드레스는 편해서 입는다. 5분이면 다 입으니까. 남은 시간에 뉴스도 보고, 이메일도 확인하고, 아이들과 놀 수도 있다. 그래서 '뭘 입을까'하는 고민은 잘 안 한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도 언급됐듯이 결정해야 할 사항이 우리 삶에서 줄어들수록 '진짜'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스트레스도 적어진다. 다양한 연구가 이 사실을 입증한다.

몇 년 전엔 옷이 많아 매일 뭘 입을까 고민하다가 언젠가는 정신적 피로를 느끼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미네소타 대학 경영대 연구자인 캐슬린 보스에게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원더우먼이 매번 같은 옷을 입는 건 아닐까? 진실의 밧줄을 제대로 돌리려면 정신력을 비축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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