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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의 자격] 박상옥, 말 바꾸고 "기억 안 난다"

  • 허완
  • 입력 2015.04.08 07:54
  • 수정 2015.04.08 10:59

박종철 열사의 친형 박종부씨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맨 앞)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박종철 고문치사은폐사건에 대해 박 후보자가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이부정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겨레

7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사실상의 ‘박종철 청문회’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의 질의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박 후보자의 행적에 집중됐다. 야당 의원들은 고문사건 진상 규명을 맡았던 박 후보자가 사건의 진상을 축소·은폐하는 데 동조 또는 방조·묵인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당시 검사로서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를 적극적으로 밝혔다”며 오히려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박 후보자는 당시 수사팀의 말단 검사로서 실질적으로 수사를 주도할 수 없었다”며 박 후보자를 적극 옹호했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1987년 당시 행적에 대해 “박 후보자가 당시 고문에 의한 대학생 살인사건을 국가기관이 은폐했다는 사실과 공범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소를 하지 않은 것은 양심 없는 비겁한 행동으로, 대법관 자격이 없다”며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도 “검찰 관계자 67%가 검찰 수사 가운데 가장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건이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조작 사건”이라며 “검찰이 1차, 2차도 모라자 3차까지 하는 수사가 흔한 일인가”라고 당시 박 후보자의 부실수사를 비판했다.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1차 검찰 수사를 담당하면서 경찰의 고문 가담자 축소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덮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

박 후보자는 “이 사건(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핵심적 내용은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축소·은폐였다”며 “뒤늦게 진상이 규명됐지만 이를 밝히는 과정이 길고 힘들었다”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검사 직무를 규정하는 기본 원칙이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며 “주임검사가 아닌 수사검사로 참여하는 입장에서 지휘부의 지시가 없으면 별도의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에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상부의 지시가 없었으니 수사를 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시키는 대로 하셨던 분이 대법관이 되면 소신있게 재판을 할 수 있겠는가. 대법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재판의 독립”이라고 지적했다. 최민희 의원도 “말석 검사는 책임이 없는가. 당장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말을 바꾸기도 했다.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이 “(당시 수사를 함께 한, 현 창원시장) 안상수 검사가 쓴 <안상수의 일기>에는 1차 수사에 대해 ‘박상옥 검사와 함께 수사계획을 세웠다’(1987년 1월19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수사계획을 함께 세웠는가”라고 묻자, 박 후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상수의 일기>를 읽었는가”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못 읽었다”고 말했다가 전 의원의 추궁에 “읽어봤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박 후보자를 엄호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검찰문화와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박 후보자가 상부 지시 없이 단독으로 추가 수사를 할 수 있었는가”라고 말했고, 같은 당 김회선 의원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경찰이 최초에 단순 쇼크사로 검찰에 보고했으나, 검찰이 가혹행위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2차에 걸친 재수사로 경찰의 축소·은폐를 적발한 사건”이라며 “인권보호 기관으로서 검찰 임무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오히려 박 후보자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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