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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놀이'하는 남자들(동영상, 사진)

  • 박수진
  • 입력 2015.04.08 05:54
  • 수정 2015.04.08 14:29

웹툰 <마음의 소리> 중 한 컷

“큰일 났어. 최근 1주일 내에 <킹스맨>을 본 남자들이야.”

네이버웹툰 조석 <마음의 소리>에 검은 우산을 든 남자들이 나타났다. 웹툰에선 괜히 정장을 차려 입고 놀이공원에 온 남자들, 비가 내리는데도 우산을 앞으로 펼친 남자들을 그렸다.

검은 우산을 든 남자들은 웹툰 밖 현실에서도 나타난다. 그룹 엠블랙 지오가 영화 시사회에 검은 우산을 들고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배우 지창욱이 영화속 패션과 닮은 수트 차림으로 패션잡지 화보를 찍고, 급기야는 <무한도전> 멤버들도 수트를 차려입고 원탁에 둘러 앉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노홍철을 대신할 6번째 멤버를 찾는 방송을 진행중인데 이름도 영화와 비슷한 ‘식스맨 프로젝트’다.

영화 <킹스맨>을 패러디한 MBC <무한도전>

개봉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팬덤 현상이 영화관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 <킹스맨>은 7일 현재 593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주말이면 ‘19금 외화’로는 처음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영관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킹스맨>의 인기가 역대 19금 영화 종합 3위인 <아저씨>(628만명)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19금 영화 관객 동원 2위는 <타짜>(684만), 1위는 <친구>(818만)다.

MBC <라디오 스타>의 한 장면

3월25일 방송한 <라디오 스타>에서는 가수 김재덕이 <킹스맨> 주인공 에그시의 복장으로 나타나 놀림을 받았다. 영화는 남자들의 수트 차림의 매력을 새삼 부각시켜 ‘수트 포르노’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지만 이 영화 주인공을 따라 하는 이유는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놀림받고 웃음을 주기 위해서인듯 보인다. 세련된 수트 속에 ‘병맛코드’를 품고 있는 영화속 패션을 따라하는 순간 현실은 한층 가벼워진다. <킹스맨> 악역 발렌타인은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관객들은 알면서도 영화를 현실로 끌어들이는 놀이를 계속한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도 킹스맨 패러디가 한창이다. 배우 변요한 팬클럽은 변요한이 출연한 장면들을 킹스맨에 맞춰 재편집한 동영상을 만들었다.

게임채널 운영자 양띵은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캐릭터를 킹스맨 훈련과정으로 패러디한 동영상을 선보였다. 게임방송을 하는 장파도 지티에이 게임과 킹스맨 음성을 합성한 동영상을 올렸다. 게임처럼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죽어가는 사람들, 미션을 수행하듯 적을 처리하는 주인공 등 영화부터가 게임적 사고와 비주얼을 합친 게이미피케이션 장르로 분류된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킹스맨>은 기존 상업영화의 관념을 뒤집기도 했지만 대개 상류층 출신이었던 기존 마블 코믹스 영웅들의 공식을 깨기도 한 영화”라고 짚는다. 게임적인 요소가 다분한 영화의 원작은 마블 코믹스 계열사에서 발간한 만화 <더 시크릿 서비스>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 < 엑스맨> 등 마블 코믹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결을 달리해, 비천한 밑바닥 인생이 세계를 구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더 큰 쾌감과 판타지를 나눠준다. 바로 그 쾌감과 판타지에 취한 남자들은 게임을 리플레이 하듯 영화관 밖에서도 킹스맨 놀이를 반복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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