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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외계인 탓인가

특이한 현상에 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픈 충동은 이해한다. 왜냐면 더 흥미롭고 더 중요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사를 교훈 삼아 그런 가정은 조심해야 한다. 우리 인간은 못 보던 불꽃이 하늘에 나타나거나, 뉴멕시코 주 사막에서 이상한 물체가 보이거나, 또는 영국의 보리밭에 미스터리한 서클이 생겼을 때, 그 모든 것을 외계인이 벌인 일이라며 탓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단정은 지나치게 빨리 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 Seth Shostak
  • 입력 2015.04.07 13:28
  • 수정 2015.06.06 14:12
ⓒShutterstock / Denis Tabler

유명한 영국 생물학자인 잭 할대인은 다음과 같이 불평했다. "우주는 우리 상상보다 더 이상할 뿐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을 정도로 이상하다."

매우 시적인 표현이면서 적절하게 겸손한 태도다. 그러나 난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면 우주에서 새로운 뭔가가 발견될 때마다 사람들은 그 탓을 쉽게 외계인에게 돌리기 때문이다.

최근에 '급속 전파 폭발(FRB: fast radio bursts)'이라는 이상한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FRB는 천문학계는 물론 미디어의 관심을 한곳에 모으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외계인들의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덩컨 로리머라는 과학자가 호주에 있는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FRB를 발견하기 이전엔 FRB에 대한 지식이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남쪽 하늘에서 관찰된 눈 깜빡이는 속도보다 약 20배 빠른 '순간적인' 전력 현상이었다. 단 한 번 일어난 현상이었고 또 망원경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과학자들은 그 사건을 무시했다. 즉, 빅풋이 단 한 번 목격됐다면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아니, 내 생각에 빅풋의 목격은 매번 무시해도 상관없다).

그런데 그때 관찰된 FRB는 알고 보니 내 얼굴에 달린 코만큼 사실이었다. 그 이후로 10개가 더 발견됐다. 그리고 만약 하늘 전체를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추정을 바탕으로 한다면 어쩌면 매일 수천 개의 전파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이런 FRB의 원천은 뭔가? 그리고 FRB는 정확히 뭔가? 가장 큰 힌트는 급속한 전파의 불꽃에서 점점 소강되는 '휘파람' 현상이 난다는 거다. 트롬본을 밖으로 쭉 뻗을 때처럼 말이다. 천문학자들은 그런 형상을 매우 잘 이해한다. 즉, 어떤 전파든 행성 사이(은하계 사이에도)에 존재하는 뜨거운 기체로 인해 그 회수가 낮아진다는 사실 말이다. 따라서 전파가 우주 가스를 많이 지날수록 그 소강 속도가 더 천천히 나타난다.

너무 과학적인 언어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FRB의 휘파람 속도를 측정하여 전파가 얼마나 멀리서 생성됐는지 추측이 가능하다는 거다. 휘파람이 느릴수록 그 원천은 먼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FRB가 매우 먼 곳에서 발생했다고 추측한다. 적어도 수억 광년 거리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신호가 우리에게까지 닿으려면 엄청난 사건이 아니고는 가능치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아무 흔적이 없는 신호로 지구에 도달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좀 걱정스러운 새로운 주장이 제시됐다. 세 명의 과학자는 이번 전파의 속도를 측량한 결과 특정한 인공적 패턴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건 라틴어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몸무게가 다 20kg씩 차이가 나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즉, 40kg, 60kg, 80kg, 식으로 말이다.

사실이라면 걱정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라틴어 강의를 듣는 학생이 몇 안 된다면 이런 우연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 발견된 FRB가 11개밖에 안 되지만 11개가 모두 특정한 정수의 복합이라면 그 확률은 몇천 분의 1이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일까? 답은... 알 수가 없다. 이런 '마술 같은 숫자'가 관찰되는 이유는 행성들의 충돌이나 블랙홀 이벤트 같은 우주물리학적 사건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스티븐 호킹 박사의 두뇌를 동원하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 우리를 자기 문명의 휘하에 두려는 외계인의 신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보내는 이의 정체를 드러내기 위해 그런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 것일 수도 있다.

매우 매력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흥분하기는 너무 이르다(적어도 이 주제에 대해선). 외계인의 짓이라고 해명할 수 있는 사건은 역사적으로 거의 없었다. 영국 천문학자들이 1967년에 주기적 전파 고동을 처음 발견했을 당시 그걸 '작은 초록색 인간(LGM-화성인)'이라고 일컬었었다. 그런데 그 전파의 원천은 당연히 초록색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었다. 그 답은 펄서(Pulsar -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주기적으로 빠른 전파나 방사선을 방출하는 죽어가는 천체)였다.

1965년엔 이런 일도 있었다. CTA102라고 불리는 먼 우주에서 나오는 전파의 원인을 관찰하던 러시아 천문학자들은 전파 신호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이유로 외계인이 소통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정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CT102는 준항성(퀘이사)이었다. 그런데 이런 준항성은 때때로 시끄러워졌다 조용해지기를 반복한다.

특이한 현상에 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고픈 충동은 이해한다. 왜냐면 더 흥미롭고 더 중요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사를 교훈 삼아 그런 가정은 조심해야 한다. FRB의 경우에도 우주에서 발생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사실은 인간에 의해 생성된 신호일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못 보던 불꽃이 하늘에 나타나거나, 뉴멕시코 주 사막에서 이상한 물체가 보이거나, 또는 영국의 보리밭에 미스터리한 서클이 생겼을 때, 그 모든 것을 외계인이 벌인 일이라며 탓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단정은 지나치게 빨리 내리지 않는 것이 좋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Blame It on the Aliens를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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