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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차관보와의 만남 단상 |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

리프킨 차관보는 연설을 마치고 약 45분간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그가 청중의 재치 있는 질문들을 받으며 정말로 즐거워 한다는 것을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려 깊은 대답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이렇게 격의 없이 대화하는 가운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소통이 된다. 우리나라 행사에서는 고위인사들이 와서 진정성 없는 의례적인 인사말만 하고 먼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중들은 그들을 위한 들러리다. 이런 문화는 좀 사라졌으면 한다.

  • 임정욱
  • 입력 2015.04.07 07:49
  • 수정 2015.06.07 14:12

미국대사관의 요청으로 미국 국무부 찰스 리프킨 경제담당 차관보와 한국창업자들의 만남행사를 지난 2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가졌다. 미국고위관료를 모시는 행사를 가진 덕분에 전날 미국대사관저에 초청받아 아침식사를 하며 차관보와 함께 그 유명한 리퍼트대사와 대화를 해보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실제로 만나서 대화해본 리퍼트대사는 아주 명석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얼굴과 손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반창고와 손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전혀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유쾌하게 행동했다.

리프킨 차관보와 창업자들의 만남행사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만족스럽게 진행됐다. 미국의 고위관료를 맞아 치룬 행사는 이번이 처음인데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배운 것이 많았다. 리프킨 차관보의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하나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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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차관보는 미국 국무부 최초로 팟캐스트를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경제외교정책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다. 나는 그가 무슨 계기로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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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킨 차관보는 세서미스트리트와 머펫쇼로 유명한 짐핸슨컴퍼니에서 1988년부터 15년간 일했다. 88년에 그가 하버드MBA를 갓 졸업하고 짐핸슨에 입사했을 때의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온통 머펫 등 인형과 스토리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만 있던 회사에서 뽑은 첫번째 비즈니스맨이었다.

세서미스트리트와 짐 핸슨.

입사 후 그는 매일처럼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창업자인 짐 핸슨이 밤늦게 서성거리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것을 여러번 목격한 것이었다. 지하실 쪽에는 지저분한 보일러룸이 있어 그가 내려갈 일이 없어보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결국 직접 내려가서 뭐가 있나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매튜라는 청소부가 있는 보일러룸이 나왔다.

그는 매튜에게 말했다. "매튜, 짐 핸슨이 이리 내려가는 것을 봤어요. 그를 봤나요?" 그러자 매튜가 말했다. "물론이죠. 그는 나에게 무슨 기발한(Creative) 아이디어가 있는지 물어보러 왔어요." "아니 이 회사를 혼자 힘으로 만든 짐 핸슨이 당신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보러 간다고요? 정말이요?" 그러자 매튜는 "그럼요(Absolutely)"라고 대답했다.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리프킨은 짐 핸슨에게 가서 따지듯이 물어봤다. "당신이 청소부 매튜에게 아이디어를 물어본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그러자 짐 핸슨은 그런 질문을 하는 그가 아주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찰리,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네. 기발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든지 나올 수 있네. (Creativity can come from anywhere.)"

짐 핸슨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창의성을 증명할 필요가 없는 회사의 CEO이자 창업자다. 그런 위치에 있는 짐 핸슨이 조직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아이디어를 묻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젊은 리프킨에게 평생 잊지 못할 큰 깨달음을 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높은 지위가 사람을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Hierarchy doesn't make you more creative.) 사실 헐리웃에서보면 어떤 사람들은 직급이 올라갈 수록 덜 창의적이 되는 현상이 있습니다.(웃음) 내가 국무부에서 처음으로 팟캐스트를 시도한 것은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입니다."

그에게 큰 교훈을 준 짐 핸슨은 90년에 53세로 타계했다. 리프킨은 계속 승진해서 짐핸슨컴퍼니의 CEO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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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미국생활을 하고 들어와서 항상 느끼는 것인데 한국은 일방향, 미국은 쌍방향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대화를 즐기는데 반해서 한국인들은 대화를 힘들어 한다.

그런 문화는 각종 행사, 모임 등 사회 곳곳에서 보인다. 행사에 가보면 참석자들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 우리 아이 학교설명회에 갔다가 학교측에서 전달해야 할 내용을 일방적으로 설명만 하고 질문을 받지 않고 끝내서 황당했던 일이 있다.

반면 일방향보다는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타운홀문화가 깊게 자리잡은 미국에서는 Q&A 대화시간이 없는 행사는 상상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출처:알버트님

리프킨 차관보와 가진 행사에서도 차관보는 연설을 마치고 약 45분간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하는 것을 즐겼다. 그가 청중의 재치 있는 질문들을 받으며 정말로 즐거워 한다는 것을 옆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려 깊은 대답에서 배울 점도 많았다. 그는 행사가 끝나고 참석자들과 일일이 명함이 다 떨어질 때까지 인사를 나누고 갔다.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이렇게 격의 없이 대화하는 가운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소통이 된다. 위의 짐 핸슨 에피소드에서 설명한 것처럼 창의성은 누구에게나 나올 수 있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이렇게 한국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관련 포스팅 : 평등한 토론에서 나오는 혁신)

우리나라 행사에서는 고위인사들이 와서 진정성 없는 의례적인 인사말만 하고 먼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중들은 그들을 위한 들러리다. 이런 문화는 좀 사라졌으면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 (estima.wordpress.com)'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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