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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대책] '세금폭탄'은 없었다

  • 허완
  • 입력 2015.04.07 06:45
  • 수정 2015.04.07 07:04

정부가 작년도 연말정산을 전수 조사한 결과 연봉이 5천500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는 평균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추계가 대체로 들어맞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연말정산을 둘러싸고 '세금 폭탄' 논쟁이 거세게 일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폭탄 수준은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연봉이 5천500만원 이하여도 7명 중 1명은 세금이 늘어나 정부는 이번에 확정한 보완대책을 통해 이들 가운데 99%의 세 부담 증가분을 해소해 주기로 했다.

◇ 연봉 5천500만원 이하 평균 세금 3만원 감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봉이 5천500만원 이하인 1천361만 명은 지난해 낸 세금이 1인당 평균 3만1천원 줄었다.

2013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5천500만원 이하 구간의 평균 세 부담이 1인당 평균 3만4천원 줄어든다던 정부의 애초 추계와 유사한 결과다.

전수 조사 결과 연봉 5천500만원∼7천만원 근로소득자의 1인당 평균 세 부담은 3천원 늘었고, 7천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평균 109만원의 세금을 더 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연말정산 보완대책 당정협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적으로는 5천500만원 이하 구간에서 세금을 4천279억원을 덜 걷었다. 5천500만원∼7천만원 구간에서 29억원, 7천만원 초과 구간에서 1조5천710억원이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세법을 개정하면서 연봉 5천500만원 이하는 평균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고 5천500만∼7천만원은 2만∼3만원 증가, 7천만원 초과는 124만원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개정 이전 세제에는 각종 비과세·공제가 많고 소득재분배 효과도 약하기 때문에 고소득자에게 더 걷어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올해 연말정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봉 5천500만원 이하에서도 세 부담이 증가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13월의 세금 폭탄' 논란이 초래됐다. 더 걷은 돈을 소급적용해 돌려주기로 하는 유례없는 사태까지 맞았다.

정부는 일부 시민단체에서 세 부담 증가와 소득 증가에 따른 효과를 뭉뚱그리는 바람에 '세금 폭탄'이라는 오해가 생겼을 뿐 세법개정으로 소득재분배 효과가 강화됐다는 입장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5천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에 대해서는 연말정산으로 세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고 이미 발표했다"며 "1인 가구의 세액 부담도 늘어난 부분이 있어 보완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말정산 파동…'평균의 함정'이었나

평균으로 따진 정부 추계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세금을 내는 것은 개개인인데 정부가 '평균의 함정'에 빠져 납세자들의 반발을 불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봉이 5천500만원 이하인 근로자 15%(205만명)는 세금을 1인당 평균 8만원씩 더 냈다. 이들이 더 낸 세금이 모두 1천639억원이다. 세금 증가자의 70%(142만명)가 연봉 2천500만원∼4천만원 구간에 있었다.

이에 대해 문 실장은 "이들은 공제 대상이 되는 지출이 적어 세액공제 전환 효과를 충분히 받지 못해 세금을 더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봉이 5천500만원 이하인데도 세금을 더 낸 직장인은 주로 근로소득공제와 표준세액공제 축소의 영향을 받은 1인 가구와 자녀세액공제가 줄어든 영향을 받는 다둥이 가구, 출산가구다.

특히 싱글이거나 맞벌이 가구여도 배우자가 공제를 받는 1인 가구의 비중이 73%(150만명)로 압도적이었다.

자녀가 셋 이상인 가구, 출산 가구에서는 43만 명의 세 부담이 증가했다. 연금저축 공제율이 12%로 축소된 영향을 받은 기타가구에서는 42만 명의 세금이 늘었다.

세 부담이 증가하더라도 전체 사례의 63%는(130만명) 10만원 이하에 그쳤다. 세금이 30만원 넘게 오른 연봉 5천500만원 이하 소득자는 1% 정도였다.

기재부는 5천500만원 이하 구간의 세 부담 감소액(1조3천347억원)이 증가액(8천68억원)을 상쇄해 전체적으로는 이 구간에서 세금 4천279억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지나치게 세 부담 증가를 반대하는 여론에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결국 2013년 세법개정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국민에게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해 '세금 폭탄' 논란이 일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대책] 문창용 세제실장 일문일답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7일 "연말정산 결과를 분석해 세법 개정에 따른 세 부담이 세금폭탄 수준은 아니라는 게 확인됐지만 급여 5천500만원 이하 납세자와 1인 가구 등을 위해 보완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문 실장은 "보완대책으로 소득 재분배 효과가 강화됐다"면서 "납세자들은 맞춤형 원천징수제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원천징수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결정세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납세자단체에서는 세금폭탄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분석 결과는 애초 추계와 다르지 않다.

▲ 추가 납부세액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었다. 납세자연맹에서 '세금 폭탄'이라고 했던 부분은 세법 개정에 따른 세 부담 증가와 소득이 늘어나 세 부담이 늘어난 것을 복합적으로 말한 것 같다. 기본적으로 세액공제 전환에 따라 7천만원 이상은 세 부담이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원천징수의무자(회사)가 원천 징수를 적게 하고 결정세액이 많을 경우 추가 납부액이 많아질 수 있다. 결정세액으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개별적 사례를 갖고 '세금 폭탄'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결정세액 자체 증가율이 오히려 줄었다고 봐야 하나.

▲ 확정치가 아니다. 매년 확정치는 9월쯤 최종 집계된다. 이번에 나온 전년 대비 결정세액 증가액인 1조9천억원은 근로소득 지급명세서를 제출한 1천619만 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숫자가 달라질 여지가 있고 조금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다. 미제출 인원이 30만 명 정도 되고 중복신고자(1년 새 직장을 2번 이상 옮긴 사람) 신고를 제대로 받으면 조정될 수 있다.

-- 2013년 소득세법 개정이 소득 재분배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는데.

▲ 실효세율 추이를 보면 소득재분배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세액공제 전환으로 해도 5천500만원 이하 구간에서 실효세율이 떨어졌고 7천만원에서 약간 늘어났다. 보완대책으로 실효세율이 약간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트렌드는 유지된다. 세액공제로의 전환이 소득 재분배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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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완대책으로 실효세율 격차가 더 커지는데.

▲ 5천500만원 이하에 세 부담 경감이 집중적으로 됐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효과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 정부 분석으로는 세금 폭탄이 아니었는데, 보완대책을 만드는 게 맞는지.

▲ 기본적으로 분석결과는 종전과 비슷했지만 지난번 당정협의에서 보완대책을 내놓기로 이미 발표했다. 5천5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연말정산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또 1인 가구 등에서 세액공제 전환으로 세부담 상당 부분 늘어났기에 추가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앞으로도 이번처럼 전수조사 프로그램을 활용해 연말정산 관련 분석을 주기적으로 할 계획은 없나.

▲ 이번 연말정산 결과를 분석하면서 한번 해봤기 때문에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보완 발전시키면서 유지하면 전체적인 분석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 이번 대책이 세수에 미칠 영향은.

▲ 추가적으로 4천200억원 정도가 지원된다. 이 부분은 원천징수하는 세액과 상계된다. 올해 세수에 그 정도 영향은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급여 5천500만원 이하 구간에서 더 내지 않았지만 추가로 더 돌려받는 사람은.

▲ 표준세액공제의 적용을 받아 추가로 더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다른 공제지출로 실질적 세 부담이 늘지 않았지만 자녀세액공제를 추가로 받는다거나, 보완책 적용을 받으면 세 부담이 경감된다. 세 부담이 늘지 않은 사람도 추가 환급이 가능하다.

-- 새로 도입되는 맞춤형 간이세액표는 어떤 제도인가.

▲ 연말정산할 때 많이 환급받고 싶으면 간이세액의 120%를 선택하면 되고 적정 수준으로 하고 싶으면 100%로 하면 된다. 이를테면 작년에는 대학생 자녀가 있었는데 올해는 없어서 교육비 들어갈 일 없으면 80%로 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선택할 수 있다. 원천징수의무자가 소속 근로자에게 물어보면 80%로 하겠다, 100%로 하겠다고 선택하고 거기에 따라 원천징수하고 그 결과가 2월 연말정산에 나타난다.

-- 보완대책으로 가장 많이 세액이 줄어드는 구간은 어디인가.

▲ 주로 15만원, 30만원 정액식으로 보완되는 대책이 많다. 그러나 자녀가 있다거나 출생이 있었다면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급여구간이 7천만원 초과 구간에 있어도 6세 이하 자녀가 있고 출생 자녀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구간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과 관련해서는 12%에서 15%로 세액공제율이 올라가는 것이라 공제액이 크지는 않다.

-- 보완대책 중 연금저축에만 급여기준을 설정한 이유는.

▲ 연금저축 부분은 5천500만원 이하자의 세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춘다는 측면에서 제한했다.

-- 맞춤형 원천징수제는 어떤 경우에 간이세액의 80%가 유리하고, 어떤 경우에 120%가 유리한가.

▲ 환급 추가납부세액이 많거나 공제금액 변동이 큰 경우를 고려해 ±20% 중 선택하면 된다.

-- 어떤 걸 선택하든 세 부담은 똑같은 것인가.

▲ 결정세액 측면에서는 똑같다.

-- 결정세액은 같은데 세정을 복잡하게 하고 비용을 더 들일 이유가 있나.

▲ 원천징수를 과다하게 많이 한다거나, 적게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간이세액표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기준으로 세 가지 구간으로 나눠 근로자가 선택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크게 복잡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 일부 국회의원 중 900만원을 더 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세 부담 증가만 비교한 통계는 없나.

▲ 그런 통계는 없다. 급여가 변했는데 세금만 비교하면 엄청난 오류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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