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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뿌려진 80만원...'신고하고 슬쩍하고' 제각각

ⓒGetty Images

주말인 지난 4일 오후 7시께 서울 영등포의 한 초고층 빌딩 안의 계단. 모처럼의 휴가로 애인과 데이트를 즐기러 이곳을 찾아 계단을 오르던 군인 김모(23)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누런색 종이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얼굴은 분명 인자한 미소의 신사임당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니 5만원권이 분명했다.

누군가가 지하 1층과 지상 1층 사이 계단에서 뿌린 것이었다.

김씨는 반사적으로 엎드려 돈을 주웠다. 다행히 돈을 향해 달려드는 사람이 없어서 바닥에 떨어진 돈을 전부 주울 수 있었다.

세어 보니 5만원 16장, 80만원이었다.

언뜻 계단 위에 돈을 뿌린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보였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김씨는 돈을 빌딩 보안팀장에게 건넸다.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그날 '럭셔리'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냥 '멋진' 남자친구로 남았다.

그런데 30여분 뒤 김씨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분명히 80만원을 주워서 신고했는데 확인전화를 한 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의 경찰관은 "50만원을 주운 것이 맞느냐"고 물어왔다.

김씨는 방금 봤던 보안팀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분명히 5만원권 16장을 주워 빌딩 보안팀장에게 신고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알고 보니 보안팀장이 30만원을 '슬쩍' 한 것이었다. 보안팀장 장모(50)씨는 경찰의 추궁 끝에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부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고 실토했다.

영등포경찰서는 7일 장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경찰은 돈을 뿌려 김씨 커플과 장씨를 '시험'에 들게 한 정모(46)씨를 찾아냈다. 정씨는 승용차를 타고 빌딩에 들어와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로 돈을 뿌리고는 걸어서 건물을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정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왜 돈을 뿌렸는지, 얼마를 뿌렸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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