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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풍자 그림' 독일 전시 무산... 이유 없이 운송 거부당해 ‘외압' 의혹

ⓒ연합뉴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대작 <세월오월>을 냈다가 외압 논란 끝에 전시를 철회한 홍성담(60) 작가가 <세월오월>을 포함한 자신의 근작들을 이달 독일 전시에 출품하려 했으나, 국내 운송사가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작품 운송을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으로 출국한 홍씨는 전날 <한겨레>와 만나 이런 사실을 밝혔다. 홍씨에 따르면, 이달 17일부터 6월14일까지 독일 베를린 신사회미술협회(NGBK) 전시관에서 개막하는 ‘금지된 그림’전에 탈북작가인 선무(43)씨와 함께 <세월오월>과 <이념>(선무) 등 작품 10여점을 국내 운송사 범양해운을 통해 독일로 보내려 했으나, 이 회사가 지난 2월 말 운송 거부를 독일 주최 쪽에 갑자기 통보해 작품 전시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애초 홍씨는 <세월오월>을 비롯해 <골든타임><바리깡-유신스타일><꽃놀이><닭대가리> 등 5점을 전시하고 독일 다른 도시에서 순회전도 벌일 예정이었다.

홍씨는 이와 관련해 <한겨레>에 운송사 쪽이 2월24일 주최 쪽에 운송 거부를 통보하며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메일에서 범양해운 쪽 담당자는 “회사 내부적인 판단에 따라 취급하지 말라는 담당 중역의 통보를 받았다. 사유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서류 발급 과정과 통관 과정에서 회사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윗선의 판단으로 사료된다. 매스컴에서 많이 회자된 사진(그림)이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고 적었다. 주최 쪽인 신사회미술협회의 기획자 유재현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후 다른 현지 운송사들을 교섭했으나, 촉박한 전시 일정을 맞출 수 없어 작품 전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홍성담 작가가 작품을 전시하려다 무산된 독일신사회미술협회의 기획전 ‘금지된 그림’의 전시 포스터.

국내 작가의 작품이 운송사의 거부로 외국 전시가 무산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신사회미술협회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태다. 해명은 물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독일 외무부를 통한 항의서한 발송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홍씨와 선무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위인지는 모르겠지만 명백한 외압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작품 없이 현지에서 전시 무산에 항의하는 그림을 그리고 퍼포먼스도 벌이겠다고 밝혔다.

독일 신사회미술협회는 800여명의 회원이 정부 기금을 받아 협의체로 운영하는 공공미술기관이다. 협회는 올해 초부터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동아시아의 상황을 주제로 한국, 대만, 일본 작가 8명이 참여하는 전시를 기획했으며, 지난 2월 독일 정부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공모한 반전 평화 예술행사의 하나로 이 전시가 공식 선정되면서 전시 개막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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