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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을 '사태'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사건 이후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자명했다. 사고의 예방 및 구조에 완전히 실패한 데 대해 백배 사죄하고, 사고 및 구조실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책임자들을 처벌하며, 세월호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의 예방시스템 및 사고 발생시 재난 구조 시스템을 재정비해 안전사회를 건설하고, 피해자들과 희생자의 유족들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하며,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시설을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세월호 참사를 처리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사건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이태경
  • 입력 2015.04.06 08:19
  • 수정 2015.06.06 14:12

4월 4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도보 행진에 나선 4.16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5일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고 있다.

평소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이해하는 건 어려웠다. 그런데 세월호 사태에 대처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진정 불가사의하다. 기실 세월호 사태는 사건에 머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세월호 참사는 필설로 형언할 수 없는 비극이긴 했지만 누가 일부러 일으킨 일은 아니었다. 이제는 너무나 많이 얘기되어 누구나 아는 것처럼 자본의 끝 간 데 없는 탐욕, 자본의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고 사고 발생시 최적의 구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집행할 책임이 있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과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의 무능과 무책임 등이 얽히고설켜 벌어진 참사가 세월호 사건이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자명했다. 사고의 예방 및 구조에 완전히 실패한 데 대해 백배 사죄하고, 사고 및 구조실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책임자들을 처벌하며, 세월호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사고의 예방시스템 및 사고 발생시 재난 구조 시스템을 재정비해 안전사회를 건설하고, 피해자들과 희생자의 유족들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하며,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시설을 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세월호 참사를 처리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사건으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최근에 한 것이 있긴 하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건설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세월호 특별법을 철저히 무력하게 만드는 시행령안을 만들었다. (정부의 시행령안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직 및 예산을 대폭 축소해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위원장이 해야 할 각 소위원회 기획조정 업무를 기획조정실장과 기획총괄담당관 등 해수부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하고 세월호 참사 특별검사 임명 요청이나 청문회 불출석과 자료 미제출 등을 고발하는 진상규명국 조사1과장에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세월호 특조위를 철저하게 정부의 하부기구로 만들며, 진상규명 업무의 범위도 정부의 조사결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일련의 선택들은 '세월호 사건'을 '세월호 사태'로 변화시켰다. 세월호 사건이 세월호 사태로 바뀐 이후 우리는 우리가 누대에 걸쳐 힙겹게 쌓아올린 인간의 존엄과 윤리와 상식이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능욕당하는 짐승의 시간을 경험하는 중이다. 대통령을 필두로 하는 정부여당의 행태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토록 많은 시민들의 멘털리티가 이토록 철저히 파괴되고 병들었다는 사실을 매일 목격하는 건 슬프고 괴로운 일이다. '시체장사', '경제에 부담', '그만하라' 등등의 말과 논리가 횡행하는 사회가 정상일 리 없다.

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연유로 세월호 사건을 사태로 만들고 이를 방관하며 한국사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 것인가? 그보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떼죽음을 당한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이렇게 모질고, 비정하고, 잔인할 수 있는 건가? 세월호 참사 다음 날 진도를 방문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대통령은 1년이 다가오는 지금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 날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목석도 그보단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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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박근혜 대통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