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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기업들이 동성애자 인권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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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주를 비롯한 미국 남부의 소위 말하는 '종교 자유'법이 무릎을 꿇는다면 우리 모두 미국의 대기업에 감사해야 할 거다.

미국 대기업들이 인디애나의 '종교 자유 회복법'이라는 모호한 명칭의 동성애 차별 법안을 맹비난하면서 이 법을 반대하는 모두에게 큰 지지가 되고 있다.

인디애나 주지자 마이크 펜스는 다른 주들과 인권 단체는 물론 인디애나주의 가장 거대한 기업을 포함한 다수 기업들의 압력에 무릎을 꿇고 인디애나주의 사업체들이 어느 누구도 차별할 수 없게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펜스는 종교 자유법이 사업체가 임의로 손님을 거부하는 것을 법이 허용하도록 만드는 법은 아니라고 변명하면서도, 차별 대우가 금지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법 개정을 고려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아직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인디애나주의 법에 대해 기업들이 이렇게 빠르고 결단력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는 것은 미국 대기업들이 차별주의의 선두주자에서 노동자 인권의 보호자이자 공개적인 인권 옹호자로 변했다는 확실한 신호다. 믿기 어렵지만 미국 포춘지에서 꼽은 500대 회사가 사회적 변화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뉴욕 스턴 경영대의 경영 커뮤니케이션과 임상 교수 얼브 솅클러는 "아마 티핑 포인트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가 동성 결혼을 불법화한 것에 대해 그 어느 포춘지 선정 500대 회사도 반대하지 않았던 지난 2012년의 상황과는 딴판인 것이 확실하다. 인디애나 법이 통과되자 기업들의 반응은 빠르고, 맹렬하고, 결정적이었다.

그중에도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 대표인 마크 베니호프는 가장 처음으로 법을 지탄한 장본인 중에 하나다. 그는 그가 이끄는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직원들의 인디애나주 출장을 금지하고 금요일에 계획된 회사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다른 IT 회사들도 곧장 그를 따랐는데, 그중에는 5월에 개최될 인디애나폴리스 콘퍼런스의 불참을 선언한 회사들도 있었다.

"차별을 반대하는 뜻에서 모든 직원이 고객의 오늘 인디애나 출장을 취소합니다."

애플의 대표 팀 쿡이 인디애나 법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워싱턴 포스트에 올린 것도 결정적이었다.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 HRC)' 대변인은 쿡의 기고문이 이번 법을 반대하는 세력에 출동 신호 같은 역할을 했다고 허핑턴포스트에 설명했다.

비슷한 법령을 통과시킨 아칸소 주도 기업들의 지탄을 피하지 못했다. 아칸소에 본사를 둔 월마트는 이번 법을 반대하고 있으며 거부권 행사를 이미 공화당 출신 주지사 아사 허친슨에게 당부한 상태다.

월마트는 이번 아칸소 법이 "아칸소 주의 철학인 포용력을 배제하며 우리가 고귀하게 여기는 아칸소의 가치에 위배된다"고 성명으로 밝혔다.

비난은 계속 쏟아졌다. 매리어트 그룹 회장 아른 소렌슨은 "인디애나 주의 법은 비즈니스 차원에서만 바보 같은 짓이 아니라 어느 시야로 봐도 바보 같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체에게 차별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이득이 될 거라고 믿는 것은 미친 생각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인디애나 주의 새로운 법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그중에는 나이키, 갭, 리바이스, 페이팔, 의료업체들 일라이릴리와 로치 다이엑노스틱스, 그리고 보험사 앤섬이 포함된다. 또 대형 온라인 매체인 앤지스리스트는 인디애나주 사업 확장 계획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동성애 인권에 대한 미국 기업의 태도 변화는 천천히 이뤄졌다. 이사 회의에서 일반 직원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이제는 정부가 보장하는 권리보다 회사에서 보장받는 인권이 더 높을 정도다. 포춘 선정 500대 회사 중에 89%가 성적 성향에 대한 차별 금지를 문서화했다고 '인권 캠페인'은 최근에 보도했다.

반면에 미국 법엔 그런 차별을 불법화하는 조항이 없다.

그런데 기업들이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직접적으로 옹호할 수 있도록 만든 건 미국 대법원이다. 다음 달에 대법원에서 심의될 동성결혼 지지 법정 의견서(통과되면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됨)에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들을 포함한 자그마치 379개의 회사가 서명했다.

2013년에는 200개 회사가 '결혼 보호법'의 일부로서 동성 커플에게 법적 권리와 혜택을 거부하는 조항을 뒤집어달라고 의견서를 제출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인권 캠페인 대변인은 "지난 몇 년 사이에 LGBT에 대한 지지가 이사회 모임을 넘어서 대중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변화를 촉진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우선 미국 대중이 동성결혼을 점점 더 지지하고 있는데, 모든 기업들이 자신의 소비자로 끌어들이려고 침을 흘리는 밀레니얼 시대가 특히 더 그렇다.

퓨(Pew) 조사에 따르면 만 18-29세 사이의 미국인 중에 62%가 사진작가나 꽃집 주인이 동성 커플에게 서비스를 거부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인디애나주의 법을 반대했다. 전체적으로는 49%의 미국인이 인디애나 법을 반대했다.

게다가 기업 입장에선 훌륭한 인재를 모집하는 것이 중요한 사안이라 다양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에 대해 컨설팅하는 수잔 맥퍼슨은 "당신이 IT 회사의 경영인이라고 치자. 괜찮은 프로그래머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는가? 이성애자만 뽑겠다는 결정은 손해나는 결정이다."라고 설명한다. "기업들이 동성애 인권을 지지하는 것이 무슨 이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사실은 사업적으로 가장 적절한 대응책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거다."

맥퍼슨은 또 직원의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 주로 이전하는 것을 IT 회사들이 꺼려할 거라고 지적했다. 좋은 인력을 적대적인 환경에서 유치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또 LGBT 소비자의 구매력은 대단하다. 그녀는 "과연 기업들이 LGBT 소비자들을 거부할 용기가 있을까?"라고 물었다.

'인권 캠페인' 대변인은 점점 더 많은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하고 있다고 말한다. 포춘 100 대 회사 대표 중 최초로 커밍아웃한 팀 쿡을 포함해서 말이다(쿡이 커밍아웃한 사례도 기업의 동성결혼 지지를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기업들이 선도한 이번 인디애나주 종교자유법에 대한 전 미국의 열렬한 반대 여론을 가장 적절하고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은 잡지 뉴요커의 앤디 보로위츠였다. "수많은 사람에게 게이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인디애나 주지사가 놀란 것 같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Big Business Is Leading The Charge On Gay Rights Now를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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