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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에너지 삼국지 | 석탄화력발전에 대처하는 세 나라의 자세

석탄화력발전은 한국 전력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5년 3월 현재 한국에는 총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입니다. 또한 2021년 까지 24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발표한 그린피스와 하버드대학의 공동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53기의 초미세먼지는 한국에서 매년 최대 1,600명의 조기사망자를 발생시킵니다. 증설예정인 24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 그 피해는 최대 2,800명까지 늘어납니다.

현재를 명쾌하게 분석하는 지략,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은 삼국의 흥망성쇠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만약 조조가 물 위에서의 전투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제갈공명이 다가올 기상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적벽대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15년 동아시아 에너지 삼국지에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특히, 석탄화력발전과 관련해서 현재를 살피고 먼 미래를 내다 보며 대비하는 에너지 정책이 절실합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 비용 발생으로 그 경제적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염 유발자, 석탄화력발전, 우리의 건강과 경제를 위협한다

석탄은 전 세계 에너지 생산의 4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비중으로 보았을 때 인류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인 셈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44%가 석탄에서 배출되며, 그중 석탄화력발전소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초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이자 각종 대기오염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의 문제들로 석탄화력발전은 '오염의 백화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석탄과 동아시아 지역이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입니다. 동아시아의 주요 국가인 한국, 중국, 일본이 전 세계 석탄소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냐고요? 2013년 기준으로 볼 때, 세계 석탄 수입량의 1위, 2위, 4위, 세계 석탄 전력생산량 1위, 4위, 6위 국가가 바로 동아시아 3국 입니다.

석탄과의 밀접한 관계는 동아시아 지역의 환경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도 늘어나게 만듭니다. 2013년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석탄화력발전 산업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 비용이 4,528억 달러에 달해 그 경제적 편익보다 환경 비용이 많은 산업 1위로 선정되기 까지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문제로 동아시아의 석탄화력발전 정세에 커다란 변화의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현재와 미래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죠.

세계 석탄 수입량 1위, 석탄 전력생산량 1위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가장 첫 번째로 주목 할 것은 세계 1위 석탄소비국인 중국의 변화입니다. 중국은 2010년대 초부터 대기오염과 초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그 주요 원인이 바로 석탄사용이었는데, 그린피스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중국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초미세먼지로 피해를 입는 조기 사망자는 매년 2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국 내에서 석탄사용 감축과 대기오염저감대책을 요구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거세졌고, 그 결과 중국은 2013년에 석탄사용량 감축을 골자로 하는 '대기오염 방지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석탄감축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나아가 일부 지역에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지요. 2014년에는 2030년까지 1차에너지의 20%를 비화석연료로 대체할 것을 국제사회에 약속하며, 급기야 2014년 말, 금세기 처음으로 2014년 연간 석탄소비량의 2.9%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를 줄이는 성과도 이루어냈습니다.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여전히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고 국경을 넘어서는 장거리 오염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최근의 정책 변화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움직임입니다.

세계 석탄 수입량 2위, 석탄 전력생산량 4위 일본도 변하는데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2013년 기준 1억 9,600만 톤의 석탄 수입, 석탄화력발전으로 303테라와트시의 전력 생산을 기록할 정도로 석탄의존도가 높았습니다. 그랬던 일본이 최근 신설 화력발전소에 '에너지 절약 규제'를 도입하며 자국내 화력발전 규제 강화에 나섰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비중도 늘어났지만 소형 석탄화력발전소 신설 역시 급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1990년 대비 10.6%나 늘어난 이산화탄소 배출량 때문입니다. 또한 2년 전에는 발전량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인 72GW의 태양광발전단지의 건설을 승인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계 석탄 수입량 4위, 석탄 전력생산량 6위 한국은 어디로?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석탄화력발전은 한국 전력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5년 3월 현재 한국에는 총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입니다. 또한 2021년 까지 24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발표한 그린피스와 하버드대학의 공동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재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53기의 초미세먼지는 한국에서 매년 최대 1,600명의 조기사망자를 발생시킵니다. 증설예정인 24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 그 피해는 최대 2,800명까지 늘어납니다. 21세기에 걸맞지 않는 구시대적인 석탄화력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의해 그 나라의 국민이 입는 조기사망 피해가 늘어난다는 것은 참으로 씁쓸한 현실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2012년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자랑하는 한국은 2015년 말에 열릴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요구될 것입니다. 이미 한국은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0%의 온실가스감축을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또한 탄소배출규제 강화와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배출량에 가격이 책정되면 석탄화력발전이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는 것은 향후 발생할 경제적 부담을 내다보지 못하고 연환계로 석탄과 국민의 미래를 묶어버리고 마는 실책을 범하는 것과 같습니다.

에너지 전환, 다음세대를 위해 더 늦춰서는 안될 과제

대안은 존재합니다. 바로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해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장기적인 목표 설정과 정책 추진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로 나아가는 것 입니다. 그린피스는 이미 과학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국이 205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60퍼센트로 늘리고 21세기 말까지 모든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함을 밝혔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깨끗하며,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석탄과 달리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없습니다. 깨끗한 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은 그저 이상에 불과하다는 조소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기술발전으로 재생가능에너지의 효율은 증가해 왔고, 가격 부담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연료비도 들지 않아,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본다면,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제성은 석탄화력발전을 능가합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실현 가능한 대안입니다.

<그린피스 희망 에너지 투어에서 에너지 혁명 소개 자료를 보고 있는 시민들>

한∙중∙일 에너지 삼국지에서 한국만이 도태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석탄화력발전을 규제하고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건강과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길, 한국 정부가 그 길을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 그린피스는 지난 3월 4일부터 "콜록콜록 초미세먼지"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초미세먼지 배출원 석탄화력발전소에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길 바라는 시민들은 누구나 greenpeace.org/korea/air 에서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글: 손민우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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