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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등록금으로 빚 갚았다

  • 김병철
  • 입력 2015.04.03 10:33
  • 수정 2015.04.03 13:03
ⓒ한겨레

중앙대가 재단을 인수한 두산그룹 계열사에 대학 내 주요 건물 공사를 독점으로 몰아줘, 두산이 학교에 출연한 기금보다 훨씬 많은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중앙대의 부채는 10배가량 늘었다. 두산의 출연금이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에서, 빚을 갚는 데 학생들이 낸 등록금 중 일부가 사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 대학 총장을 지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캠퍼스 통합 특혜로 중앙대에 수백억원대의 이득을 안겨주고, 이 과정에서 사익도 챙겼을 것으로 보고, 이 과정이 두산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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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학교육연구소가 중앙대 예·결산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09~2014년 두산이 중앙대 법인에 출연한 기금은 모두 1580억원이다.

출연금은 2009년 200억원으로 시작해 2010년 400억원, 2011·2012년 각각 300억원, 2013년 230억원, 지난해 150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박 전 수석은 2005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이 대학 총장을 지냈다.

두산에 2008년 5월 인수된 뒤 잇따라 지어진 중앙대의 주요 건물 공사는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두산건설이 독점 수주했다.

두산건설이 공시한 연도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2010년 완공한 기숙사(278억원)를 시작으로 대학병원(145억원), 아르앤디(R&D)센터(421억원), 100주년기념관(999억원) 등의 공사를 맡았다. 두산건설이 이들 공사로 올린 매출은 2457억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중앙대는 부채가 급격히 늘었다. 2009년 67억여원 수준이던 고정부채는 지난해 말 672억여원(추정)으로 5년 사이 10배가량 뛰었다. 대학정보 공시제도인 ‘대학알리미’ 자료를 보면, 2013년 중앙대의 부채비율(고정부채/순자산)은 10.53%로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 중 세번째로 높다.

재학생 5000명 이상 사립대 중에서는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다. 중앙대는 부족한 재원을 채우려고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 사학진흥기금을 차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대는 지난해에만 568억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하는 등 건설비 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고 있다.

늘어난 부채 가운데 일부는 학생 등록금으로 상환했다. 중앙대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27억2800만원, 50억원의 부채를 갚으려고 해당 금액만큼을 ‘등록금회계’에서 ‘비등록금회계’로 전환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금 같은 재무구조에서는 부채 상환에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는 “캠퍼스가 좁아 학생들을 위한 필수 시설들이 필요했다. 오히려 두산에서 그 정도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부채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부채 상환 방법에 대해서는 “기숙사의 경우 학생들의 관리비로, 나머지 차입금은 예산 효율화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두산건설은 “매출의 대부분은 이윤 없이 공사 비용으로 나갔다. 오히려 다른 건설사였다면 많은 이익을 남기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그렇게 지은 건물 모두 학교 자산이 된다. 부당하게 이득을 본 것 없다”며 “두산건설 매출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독점 수주 특혜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두산건설의 건설 부문 매출은 8648억원이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의 김누리 교수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대학을 인수할 때는 최소한 재정적으로는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7년이 지난 현재 학교 재정은 더욱 악화됐다. 이에 대해 재단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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